들어가는 말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기독일보 DB

2022년 고등학교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서 두 부분으로 첫째는 이번 시안을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 둘째는 첫 부분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I. 2022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분석

1. 성격과 목표

(1) 지속과 변화: 이번 교육과정은 한국사 교육을 중학교의 근대이전의 한국사와 고등학교의 근대이후의 한국사로 나누고, 근대이전은 동아시아의 질서 가운데서 이해하며, 이것과 근대이후의 역사와의 “지속과 변화”에 관심을 두면서 설명하려고 한다. 이것을 위하여 근대이전 사회의 핵심개념을 설명하는 것을 제1단원에서 시도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시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전의 개념을 정리했다면 근대이후 근대국가, 혹은 근대사회가 추구하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무엇이 연속이고, 무엇이 변화인지를 알수 있는데, 이번 시안에는 그런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가 말하는 변화라는 것은 근대서구문화를 수용함으로 생기는 근본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이런 과정에서 생긴 각종 민중운동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민중운동이 지향하는 것이 바로 근대사회인가는 많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근현대사는 세계사와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설명한다고 하면서 정작 성취기준에는 서양국가와 처음 맺은 1882년 한미조약, 3.1 운동의 배경이 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독립의 기초가 되는 카이로선언, 독립국가를 만들도록 결의한 1947년 유엔총회 결의안 등은 언급하지 않고, 유일하게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냉전체제는 언급하면서도 공산권의 몰락으로 인한 냉전의 붕괴는 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근대를 동북아질서에서 설명했다면 근현대사는 세계사와의 관계에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2) 다양성과 타자에 대한 이해: 이번 교육과정은 “역사의 변화를 다원적으로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함양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다원적이라 함은 시대 시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세력을 말하는 것이며, 타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자를 이해하려는 태도 이전에 자아를 이해해야 한다. 불행히도 한국사 교과서는 개항이후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근대국가의 성격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성립에 대해서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자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한국사 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며, 이런 바탕에서 우리 주변의 타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2.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한국사 1

(1) 근대 이전의 한국사 이해

필자는 고등학교 한국사가 근대이전의 한국사회를 개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본다. 정치, 경제, 사회, 사상(종교)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이런 제도가 조선후기에서 어떤 양상을 나타내는가를 정리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본다. 특별히 과거 소홀했던 사회와 경제 부분을 보완한 것은 좋은 시도라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서 아쉬운 것은 조선후기 과거의 정치, 경제, 사회, 사상등이 어떻게 붕괴되고 있으며, 왜 새로운 서구질서가 도입되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전근대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을 설명하며, 이것은 새로운 대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본다.

(2) 근대국가 수립의 논의

2015년 교육과정은 근대국가, 2018년은 근대국민국가, 2022년 시안은 다시 근대국가로 이 단원의 용어가 변하였는데, 대한민국의 성격을 좀더 설명하기 위해서는 근대국민국가라는 용어가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교육과정 시안은 이 부분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맞서 대응하며, 근대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한다.”고 되어 있으며, “근대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여러 세력이 추진한 다양한 노력”을 살펴본다고 하였지만, “서구문물의 도입으로 민중[인민]이 겪게” 된 문화의 변동에 초점을 두도록 하여 결국 동학을 중심으로한 민중운동에 강조점을 두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동학이 근대국가 수립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필자는 지금까지의 개항기 한국사의 이해는 “서구열강의 침략과 조선의 저항”이라는 구도 안에서 서술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사실적으로 볼 때 1876년 개항이후 조선의 주권을 위협하고, 영토적 야욕을 가진 나라는 서구 열강이 아니라 우리의 주변국가인 일본,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었다. 이런 점에서 개항이후 한국사를 “서구열강 vs 조선”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중, 일, 소 vs 조선”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구도 안에서 미국은 침략자로가 아니라 조선의 구호자로 인식되었다. 비록 미국이 우리가 원하는대로 도와주지는 안았지만 미국과 협력해서 조선을 독립하려는 생각은 오래 동안 지속되었다.

또한 이 교육과정은 정작 근대사회가 어떤 것을 지향하는 사회인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2022년 교육과정 시안은 근대이전의 사회는 중국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이며, 이것은 유교에 기반하고 있고, 이 사회는 신분제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러면 근대이후의 사회는 베스트팔렌조약에 기초한 만국공법 질서를 갖고 있고, 이것은 기독교문명에 기초하고 있고, 이런 사회는 자유와 평들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 단원의 제목이 “근대국가 수립의 노력”이라고 했지만 정작 근대국가가 어떤 국가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아울러서 서양문명의 유입과정 가운데 나타난 주요 세력들, 즉 위정척사, 동도서기, 개화파들을 설명하고, 이런 것들이 각각 어떻게 근대국가 형성에 도움을 주었는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위정척사는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화질서를 고집하였고, 동도서기파는 근대문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근대국가 건설에 한계가 있고, 독립협회를 중심으로하는 친미 개화파(서재필, 이승만, 안창호등)가 오늘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이와같은 근대국민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한제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시안에는 근대 이전의 사회가 불교와 유교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근대이후의 사회에서는 기독교가 중심이 되는 서구문명이 그 기반이 되는데, 이번 시안에서는 여기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특히 근대문명을 한국에 전하는 통로가 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것이다.

(3) 일제의 식민통치와 민족운동의 전개

2015년 교육과정에서는 ‘일제 강점기’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2018년부터 ‘일제식민지지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2022년 시안에는 ‘일제식민통치’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일제 강점기’도 사용하고 있어 용어통일이 필요하다. 필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용어가 주로 북한 역사가들이 사용하는 말이었음으로 가급적 이를 피하고, 일제식민통치시기, 혹은 일제시기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 단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1919년 3.1운동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임시정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의 모든 교육과정은 3.1운동을 중요하게 취급하였지만 2022년 교육과정 시안은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 대신 “1910년대부터 중일전쟁 이전까지 다양한 민족운동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을 뿐이다. 이것은 3.1 운동을 여러 독립운동의 하나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3.1 운동과 임시정부가 중요한 것은 개항기의 독립협회를 중심으로한 근대국민국가 수립운동이 3.1운동과 임시정부를 중간다리로 해서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3.1 운동은 우리 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이고, 임시정부는 그 운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통성을 갖는다. 그리고 임시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권력의 분립에 근거한 민주공화제를 주장하기에 개항이후 우리가 추구하던 근대국가를 구체화한 것이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라고 해서 그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에 영향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은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명시해서 이들이 북한 정권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임시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했지만 공산주의자들은 조선인민공화국 수립에 기여하였다.

2022년 교육과정 시안은 3.1운동과 임시정부는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협동전선 운동의 흐름”을 명시함으로 1920년대 말 일어났던 신간회 운동을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신간회의 좌우합작 성격을 강조함으로 한국사에서 좌우를 포함하는 민족통일운동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간회 내에서 온건한 민족주의자들이 주도하게되자 좌익세력은 코민테른의 지시를 따라 신간회 해소론을 주장하여 결국 해체되고 만다. 이것은 좌우합작이 좌익이 자신들의 이익과 합치되지 않을 때 그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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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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