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엽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했던 김명엽 교수

나의 생명 드리니; 찬송가 ‘나의 생명 드리니’(213장)의 곡명 MAIN은 미국의 교회음악 출판사(Biglow & Main Co) 사장인 메인(Hubert P. Main, 1839-1925)의 이름입니다. 메인은 1894년 모차르트의 곡으로 알려진 미사 12번, G장조, K.V.232 중 ‘자비를 구하는 기도’(Kyrie)의 3/4박자 주 멜로디를 2/2박자 찬송가로 편곡하여 복음 성가집(Gospel Hymns Nos.1-6)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찬송은 한동안 ‘구주 탄생하심을’의 곡조인 YARBROUGH(통108장)에 붙여 불렸고, ‘주여 우리 무리를’(75장)의 곡조 HENDON에도 붙여 불렸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하버갈(F.R.Havergal)의 찬송 시로 불립니다.

김명엽

영화롭도다; 모차르트의 “만유 주님의 이름 영화롭도다”(Glorious is thy name, Almighty Lord)로 시작하는 ‘영화롭도다’라는 합창곡이 있습니다. 고교 합창대회를 비롯해 너무나 잘 알려진 곡입니다. 1819년에 노벨로(Novello) 판으로 출판된 이래, 거의 백 년 동안 교회음악 작품 가운데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곡은 그동안 모차르트의 미사 12번, G 장조, K.V.232 중 ‘대영광송’(Gloria)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미국의 셔머 출판사(G. Schirmer)는 판권 취득 후 ‘대영광송’ 부분만을 떼어내 미사통상문인 “하늘 높은 곳에 영광”(Gloria) 대신 개신교 성가대를 위한 가사 “만유 주님의 이름 영화롭도다”를 임의로 붙였습니다.

김명엽

모차르트의 미사 12번; 영국의 저명한 노벨로 출판사(Novello & Co., Ltd.)는 1819년에 ‘모차르트의 12번 미사’(Mozart’s 12th Mass, in G, K.V.232)를 출판하여 톱 셀러가 되었습니다. 노벨로는 초기에 하이든, 모차르트의 미사를 포함하여 알려지지 않는 많은 미사를 출판 소개하였으며, 그 후 바흐, 헨델, 하이든 멘델스존과 드보르작, 구노, 생상 등의 합창곡을 출판한 명문의 음악 출판사입니다.

모차르트의 미사 12번으로 불리는 ‘G 장조 미사’는 출판 후 깨끗하고 밝은 작품의 이미지로 일반인들은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의심하지 않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작품 성향이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이 전문가들과 독일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작품이 썩 믿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모차르트의 일상적인 교회음악 작품 스타일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의 작품이 의심되었던 것 중 특별히 대표적인 부분은 ‘대영광송’(Gloria) 중 푸가 스타일로 작곡된 ‘성령과 함께’(Cum Sancto Spiritus)입니다. G 장조 미사 중 ‘글로리아’는 종래 미사통상문 텍스트를 3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첫 곡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롭도다’이고, 이어지는 둘째 곡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Qui tolis), 마지막 셋째 곡이 ‘성령과 함께’입니다. 바로 푸가 스타일로 시작되는 이 세 번째 곡을 두고 결코 모차르트는 이런 스타일로 푸가를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푸가’(fuga)는 ‘둔주곡’(遁走曲)이라 불리는 모방대위법적인 악곡 형식의 하나.

J.S.바흐는 음악사를 통틀어 최대의 푸가의 대가이며,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푸가 기법’, ‘토카타와 푸가 d 단조’ 등은 유명한 푸가의 대표적 작품. 바흐 이후 모차르트, 베토벤도 푸가의 대가이며, 현대음악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음악 형식임.

출판 후 1세기 만에 G 장조 미사를 작곡했을 만한 몇 명의 작곡가가 거론되던 중 아우구스트 뮐러(August Eberhard Müller, 1767-1817)와 벤첼 뮐러(Wenzel Müller, 1767 – 1835), 그리고 카알 출레너(Carl Zulehner, 1770-1841) 세 명의 작곡가로 압축되었습니다.

모차르트 전 작품을 연대순으로 목록을 만든 케헬(Ludwig von Köchel, 1800 – 1877)은 이미 1862년에 발간한 모차르트 작품 카탈로그 초판에 G 장조 미사를 모차르트의 작품이 확실치 않은 것으로 K.Anh. 232로 분류하였습니다. ‘Anh.’는 독일어로 부록이라는 단어 ‘Anhang’의 약자입니다. 케헬 사후에도 새로 발견되거나 연대가 바뀐 곡들을 여러 번 수정해 지금까지 여덟 번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1905년, ‘케헬’ 개정판인 제2판(P.v, 발더제 편)에서도 G 장조 미사가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K.Anh. C1.04.로 수정하여 재분류하였습니다. ‘K.Anh. C1.04’에서 ‘Anh. C’는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닌 작품 분류번호입니다.

*케헬(Ludwig von Köchel, 1800 – 1877); 모차르트 연구가. 모차르트 전 작품을 연대순으로 목록을 만들어 편찬. 이후 모차르트 작품은 작품번호를 K로 표시함.

2012년, 옥스퍼드 대 학술지에 벤첼 뮐러(Wenzel Müller, 1767 – 1835)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791년에서 1803년 사이에 ‘G 장조 미사’를 작곡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료가 게재되며 드디어 G 장조 미사는 벤첼 뮐러의 작품으로 판명되었습니다(“Mozart’s Twelfth Mass”; in Everist, Mark, 2012. Oxford University Press. pp. 131).

이후 모차르트 작곡으로 출판된 G 장조 미사는 모든 출판물에서 벤첼 뮐러 작품으로 수정되었고, 벤첼 뮐러의 작품으로 새로 출판되고 있습니다.

이레 따라 찬송가로 편곡된 ‘나의 생명 드리니’의 작곡가도 ‘고금 찬송가’(Hymns Ancient and Modern)을 비롯하여 많은 찬송가는 벤첼 뮐러로 수정하고 있으며, 성가대 찬양을 위한 ‘영화롭도다’의 작곡자도 벤첼 뮐러로 수정하여 출판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21C 찬송가와 해설집, 성가집 역시 수정할 것을 제의합니다.

벤첼 뮐러; 작곡자인 벤첼 뮐러는 오스트리아 튀르나우(Markt Türnau) 태생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입니다. 젊은 시절, 극장 뮤지션으로 활동했고, 비엔나 레오폴트슈타트(Leopoldstadt) 극장에서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당시 인기 있는 작곡가로 무대 작품을 비롯한 25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미사 G 장조는 10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자비를 구하는 기도’(Kyrie), 2. ‘대영광송’(Gloria), 3.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Qui tolis), 4. ‘성령과 함께’(Cum Sancto Spiritus), 5. ‘신앙고백’(Credo), 6. ‘부활하심을 믿습니다’(Et Resurrexit), 7. ‘거룩하시다’(Sanctus), 8. ‘복 있도다’(Benedictus), 9. ‘하나님의 어린 양’(Agnus Dei), 10.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Dona nobis)입니다.

필자는 오는 7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청주 아트홀에서 제69회 청주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레퍼토리로 ‘W.밀러의 미사 G 장조’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김명엽(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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