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던 모습. ©뉴시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 법원이 "혐의에 대한 소명은 대체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비슷한 내용으로 고발된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나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도 혐의점이 발견될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혐의 자체는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13개 산하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그런데 당시 국민의힘은 백 전 장관 외에도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 유영민 전 비서실장(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등을 비슷한 혐의로 고발했고, 최근에는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도 고발했다.

이들은 모두 '전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해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백 전 장관과 유사한 혐의가 적용된 것인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른 인사들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혐의가 소명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혐의 내용도 유사하다.

국민의힘은 김 전 장관이 2017년 6~7월께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찾아가 '정권이 바뀌었으니 사표를 제출해 달라'며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사장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문제 삼을 것처럼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4월 고발된 정 전 장관이나 강 전 장관 등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한 것을 보면 고발 내용은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도 이들의 혐의 역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전 장관은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하고, 사표 제출을 하지 않는 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대한 표적 감사를 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27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환경부 장관이 ▲한국환경공단 감사를 실시해 해임 건의를 할 수 있고 ▲한국환경공단 이사회 임면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직권남용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 따라 문재인 정부 다른 장관들에게도 이런 논리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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