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낙태법 개정을 위한 세미나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 낙태법 개정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사)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 이봉화)이 국민의힘 서정숙·최재형·전주혜 의원과 함께 바른 낙태법 개정을 위한 세미나를 6월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논의 이뤄지지 않은 채 개정안 1년 6개월 방치돼”

‘건강한 여성의 삶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세미나에 대해 주최 측은 “여성의 삶에 있어서 기본권인 건강권을 그동안 자기결정권보다 하위에 두도록 논점을 이끌어왔던 임신중단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고, 태아의 생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모성의 건강을 최대한 보호함으로써 태아와 모성의 법익을 조화롭게 극대화할 수 있는 낙태법 개정 입법을 촉구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당시 형법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끝내 개정되지 않아 현재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이미 낙태와 관련된 개정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개정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1년 6개월 동안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임신중단 약물을 성급하게 도입하려는 부적절한 움직임과 임신중단 약물의 불법 유통,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돈벌이 수단이 될 의료현장,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영아 유기 및 살해 사건 등이 여성의 삶을 심각하게 위기로 몰아가고, 태아들의 생명이 동물만큼도 존중받지 못하고 훼손되는 인권유린의 현실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많은 연구들, 낙태가 장기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경고”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영수 원장(나무여성의원 진료원장)은 낙태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의 대립으로 보는 통념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이런 대립 구도는 정확하지도 않고 사실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낙태는 여성 자신이 장기적이며 때로는 불가역적인 어떤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시술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라며 “항생제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그 후유증이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많은 연구들에서 여성의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여타 모든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의사가 환자에게 시술의 목적, 필요성, 시술과정, 다른 대안에 대한 안내, 시술에 따르는 단기적·장기적 발생가능한 모든 합병증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낙태수술에 대해서는 사전에 이러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수술을 고려하는 어려움에 처한 여성이 자신을 위한 현명하고 안전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서 올바른 법률제정과 여성과 태아를 위한 공정하고 진정성 있는 상담 시스템, 이를 위한 국가, 상담가, 의료진의 역할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리 요구 목소리 낼 수 없는 태아, 생명권 유린당해”

이어 ‘여성의 선택권에 밀린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하선희 대표(콜슨 펠로우즈 프로그램 한국 코호트 디렉터)는 최근 낙태 가능 주수를 15주 이내로 제한한 미국 미시시피 주법을 심리하는 ‘돕스 대 잭슨(Dobbs v. Jackson)’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문 유출 사건으로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낙태법 관련 상황을 중심으로 어떻게 세계에서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선택권에 밀려나게 되었는가를 다루었다.

하 대표는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Roe) 판결’에서 다수 의견을 쓴 해리 블랙문 대법관의 판결을 언급하며, 그 결정에 “인구 증가, 환경 오염, 빈곤, 인종 차별”과 같은 요인을 고려했던 배경을 지적했다.

증가하는 세계인구에 대한 우려에서 닉슨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72년 발표된 ‘인구와 미국의 장래에 관한 록펠러 위원회 보고서’가 그 배경인데, 이 보고서는 미국의 인구를 안정시키기 위해 특히, 임신 4~6개월 시기의 낙태 장려, 낙태와 낙태 시술 단체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 낙태에 대한 일반 민간 보험 보장, 인구 증가를 반대하는 청소년용 선전물 배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실제로 록펠러 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되고 10개월 후에 있었던 ‘로 판결’ 이래로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만 6,350만 명의 태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다”는 통계를 전했다.

하 대표는 “실제로는 인구 증가와 함께 농작물의 수확량도 급증함으로써 인구 증가를 팬데믹으로 예측했던 것이 완전히 허구였음이 판명된 이후에도 이 보고서는 현재에도 여전히 ‘인구 과잉’이라는 허구와 자유로운 낙태를 용인하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하 대표는 “현대 교차성 비판이론의 관점에서도 가장 억압받는 힘없는 계급에 속하는 태아가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권리를 요구할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여전히 생명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며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긍정적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생산권, 무고한 생명 희생시키는 이기적 주장”

바른 낙태법 개정을 위한 세미나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세 번째 발제를 맡은 현숙경 교수(바른인권여성연구소 ‘세움’ 소장)는 오늘날 국내외에서 정책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편적인 여성의 권리로 오인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생산권이 여성해방론자들의 정치적 투쟁의 산물로서 모순을 안고 있는 왜곡된 인권이라고 역설했다.

현 교수는 재생산 개념이 20세기 초 글로벌 인구통제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성적 해방을 부르짖던 여성해방론자들에 이르러서 자유로운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 생식의 자유권에 대한 요구를 담게 된 경위를 밝혔다.

특히 1995년 북경 제4차 세계여성대회를 통해 재생산권이 보편적 인권으로 선언되었지만, “츨생 이전부터 아동기를 마칠 때까지” 적절한 법적 보호와 돌봄이 필요함을 명시하는 유엔의 여러 아동보호규약 및 규정과 논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재생산권’이라는 용어는 등장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비판과 저항,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 교수는 “따라서 재생산권은 천부적인 보편적 인권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권리’로 포장할 수 없는 왜곡된 개념으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이기적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와 국회,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직무유기”

발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연취현 변호사(바른인권여성연합 대변인)는 ‘재생산권’이 결국 ‘낙태를 선택할 권리’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재상산권이 여성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헌재의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기본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의 충돌을 두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의 입법으로 해결하도록 국회에 요구한 것이라는 것이다.

연 변호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생명권에 대한 제한의 문제는 차치하고, 사인 대 사인의 기본권 충돌의 문제에서 국가의 중립적 입장과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입장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현재 헌법재판소와 국회는 최소한의 중립적 입장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대한 직무유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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