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선포된 것은 교황 다마수스(Pope Damasus)가 재임하던 380년입니다. 교회 개혁에 따라 라틴어는 서방 기독교 지역의 중심적 전례 언어가 되었습니다.

불가타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컸던 성경 번역판은 구약성경을 그리스어로 옯긴 칠십인 역이고, 칠십인 역 다음으로 중요한 번역판은 5C 초에 성경 전체를 라틴어로 옮긴 불가타(Vulgata)입니다.

4C 경에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 그리스어와 라틴어 등 여러 형태로 교회들 사이에서 유포되고 있었습니다. 382년, 교황 다마수스는 그의 비서이자 언어학자인 제롬(Jerome, 일명 Eusebius Hieronymus)에게 4 복음서의 옛 라틴어 번역판들을 개정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제롬은 70인 역을 활용했지만, 유다인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히브리어에서 구약 39권을 번역하는 일을 완수 하였습니다. 제롬의 번역판은 8C에 이르러서야 라틴어 ‘불가타’(‘백성의 언어’ 혹은 ‘대중적인 판’이란 뜻)가 되어서 종교개혁 때까지 서방교회의 성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불가타 번역판은 로마 교회가 1500년도 넘게 사용한 공식 번역판으로서 중세는 물론 그 후에도 예술과 문화와 교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시편; 구약성경 본문에 숫자를 곁들여 장·절을 구분해 놓은 것은 불가타 전통에서 나온 것입니다. 캔터베리의 주교 랑톤(Stephen Lengton 1150-1228)이 13세기에 파리에서 불가타 성서를 펴면서 처음으로 구약성서의 장·절 구분을 숫자로 표기하였습니다. 불가타 성경에 붙인 장·절의 숫자는 히브리어 구약성경에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었으나, 현대어 번역본들이 원본으로 사용하는 BHS(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슈투트가르트 판 마소라 구약성경)는 장·절의 구분에서 불가타와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교회음악 작품에 텍스트로 사용되는 시편은 칠십인 역 및 불가타 성경과 히브리어 성경의 장·절 표기가 거의 다릅니다. 1편부터 8편까지는 같지만, 9편부터 147편까지 차이가 있습니다.

가톨릭 성경인 ‘성서’(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05)는 시편의 장·절 구분에 이중 표기가 되어 있어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시편 23편(“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인 경우, “23(22)”으로 히브리어 성경과 불가타 성경의 다른 장·절이 함께 있습니다.

13세기를 시작으로 모테트(Motet)의 텍스트는 15-16세기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불가타 판 라틴어 시편 본문입니다.

미사통상문

미사통상문(通常文, Ordo Missae)은 로마 전례 미사를 거행할 때 고정된 기도문과 노래에 대한 일련의 양식 전문입니다. 통상문은 날짜가 바뀌어도 변경되지 않고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도문과 전례문을 일컫는 말입니다. 미사곡은 키리에(Kyrie), 대영광송(gloria), 크레도(Credo), 상투스(Sanctus), 아뉴스 데이(Agnus dei)의 통상문 노래로 이루어집니다. 이 순서는 동방교회의 예배 순서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편교회의 전통으로 존중됩니다.

키리에; 키리에(慈悲頌)는 헬라어로 ‘주여’란 뜻의 ‘퀴리오스’에서 왔습니다. 1세기경에 동방교회에 나타났으며, 4세기에 라틴어 미사로 채택되었습니다.

글로리아; 글로리아(大榮光誦)는 2세기에 헬라어로 형성된 천사들의 찬미입니다(눅 2;14). 글로리아는 ‘대 송영’(Great Doxology)으로 불립니다.

이에 비해 ‘소 송영’(Lesser Doxology)으로 불리는 글로리아 파트리(Gloria Patri)는 아리우스 이단 이후 추가한 것으로, 시편의 마지막마다 불렀습니다. 오늘날의 송영 형태는 4세기경입니다. 예컨대 찬송가 ‘성부 성자 성령께’(2장, 4장)입니다.

크레도; 라틴어로 “나는 믿는다”는 뜻인 “크레도”(Credo)로 시작하는 신앙고백은 니케아 신조(Nicene-Constantinopolitan Creed)와 사도신조(Apostles’ Creed)입니다. 아리우스 이단에 대항하여 정통 신앙을 고수하고 강화하고자 사용된 회중 찬송입니다. 6세기에 동방교회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후에 서방교회에 채택되었습니다.

상투스; 상투스(Sanctus)는 히브리 근원의 찬송으로 유대교에서 불렀습니다. 하나님 보좌 앞에서의 스랍 천사의 찬양을 묘사합니다(사 6;3, 계 4;8).

베네딕투스; ‘찬미 받다’라는 뜻을 가진 베네딕투스(Benedictus)의 둘째 부분은 마태복음 21:9에서 따온 것으로, 시편 118:26에 근거합니다.

아뉴스 데이; ‘하나님의 어린 양’이란 뜻인 아뉴스 데이(Agnus Dei)는 7세기에 미사에 도입되었습니다. 요한복음 1:29에 근거합니다.

라틴어 미사통상문은 14세기 최초로 미사통상문 전부를 한 작품으로 작곡한 마쇼(Guillaume de Machaut) 이래 사어(死語)가 된 지금까지 미사곡의 텍스트로 쓰입니다.

고유문

고유문((固有文, proprium)은 예전에서 미사의 일부분(미사 고유문)과 성무일도(聖務日禱)의 일부분(성무일도 고유문)을 일컫는 말입니다. 교회력이나 특별한 기념 전례에 따라 바뀌는 기도문과 전례문을 가리킵니다.

미사의 고유문 가운데 성가대에게 맡겨진 부분은 입당송, 부속가, 봉헌송, 영성체송이며, 선창자나 시편 담당자가 주도적으로 부르는 고유문은 화답송, 알렐루야, 연송입니다.

입당송; 입당송(入堂誦, Introitus)은 미사 전례의 시작 예식에서 주례 사제가 전례 봉사자들과 함께 입당 행렬로 제대로 나아갈 때 노래하는 전례문입니다. 교황 첼레스티노 1세(422-432)의 요구로 시작되었다고 하며, 교황 그레고리 I세는 몇 개의 안티폰을 지었다고 합니다. 본문은 시편과 때로 시편이 아닌 성경 구절이나 교회의 시구입니다. 종종 입당송이 그 미사에 명칭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죽은 이를 위한 미사는 레퀴엠(Requiem)이라 불립니다. 레퀴엠은 그레고리오 찬트 멜로디로 불렸고, 15세기 후반 오케겜(Johannes Ockeghem)의 작품을 시작으로 현대 작곡가에 이르도록 라틴어 고유문으로 작곡됩니다.

화답송; 화답송(Graduale)은 주로 시편이 사용되며, 선창자의 시편 노래에 이어 회중들이 응답송을 부릅니다. 옛 이름 층계송(層階頌)은 선창자들이 독서대로 올라가는 층계에서 불렀다고 하여 생긴 명칭입니다.

부속가; 부속가((附續歌, Sequentia)는 ‘알렐루야’에 부속(附屬)되어 따라오는(sequi) 노래’라는 뜻으로 9세기에 생긴 고유문입니다. ‘유빌루스’(‘알렐루야’의 a 모음에 붙인 멜리스마)의 긴 선율을 기억하려고 음절 식으로 붙인 찬송 시입니다. 부속가는 복음서 봉독에 앞서 노래하거나 낭송합니다.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모든 부속가를 금지하고 5편만 허용하였습니다. ‘유월절 어린양께’(Victimae paschali laudes), ‘오소서 성령이여’(Veni Sancte Spiritus), ‘시온이여 노래 불러’(Lauda Sion Salvatorem),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분노의 날’(Dies irae).

봉헌송; 봉헌송(奉獻誦, Offertorium)은 회중들이 미사성제에 쓸 제물을 바치려고 제단으로 행렬하여 나갈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 2세기 이래 회중들이 성찬식을 위해 준비한 빵과 포도주를 행렬하며 제대 앞에 바칠 때 시편을 노래했던 관습에서 유래합니다.

영성체송; 영성체송(領聖體誦, Communio)은 영성체(성찬)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 최후의 만찬 후 예수께서 감람산으로 올라가시며 찬미의 노래를 불렀던 것을 본뜬 것으로(마 26:30, 막 14:26), 4세기에 미사에 도입되었습니다. 시편이나 로마 성가집의 응송(應頌)을 사용합니다.

연송; 연송(延頌, 連誦, Tractus)은 미사 전례에서 독서(성경 봉독) 사이에 쓰는 전례 노래입니다. 독서에 이어 중단하지 않고 부른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본문은 전례의 성격에 따라 바뀝니다. 연송은 신자들의 응답(화답) 없이 직접 방식(in directum)으로 시편 창을 합니다.

성무일도

김명엽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했던 김명엽 교수 ©김명엽 교수 제공

성무일도(聖務日禱, Officium Divinum)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나님을 찬미하는 가톨릭교회의 공적이고 공통적인 기도입니다. 독서의 기도(Matutinum 혹은 밤 기도 Vigil), 아침기도(Laudes), 일시경(Prima), 삼시경(Tertia), 구시경(Sexta), 저녁기도(Vesperae), 끝 기도(Completorim)로 구성됩니다. 특히 여덟 번의 시간 중 독서의 기도(조과), 아침기도(찬과), 저녁기도(만과)는 음악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사가랴의 송가’(Benedictus, 눅 1:67~79)는 아침기도에, ‘마리아의 송가’(Magnificat, 눅 1;46-55)는 저녁기도에, 그리고 ‘시므온의 송가’(Nunc Dimittis, 눅 2;29-32)는 끝 기도에 불립니다.

 

칸티쿰(Canticum)으로 불리는 이 송가의 작품들은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도록 불가타 판 라틴어 본문이 텍스트로 쓰입니다.

김명엽(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