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줍기’ ‘만종’ ‘씨 뿌리는 사람’ 등 농부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한 사실주의 혹은 자연주의 화가인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를 여러분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밀레의 그림을 볼 때마다 구약성경 룻기에 나타난 목가적인 전경들이 떠오릅니다. 사사 시대가 배경인 이 이야기는 룻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헌신하기로 선택한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매일의 스트레스와 분주한 바쁜 일정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는 예배의 시간을 찾는 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여러분이 외롭고 슬프거나 고통과 고난 중에 있을 때, 예배는 당신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사 시대 모압의 과부였던 룻은 이러한 상황들과 마주했습니다. 룻의 이야기는 하나님을 믿는 것과 힘든 삶의 여건 속에서 그분을 예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줍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께 신실한 예배자들은 익숙한 곳뿐 아니라 낯선 장소에서도 예배할 수 있어야합니다(룻기 1:1-5).

룻기는 이스라엘 사람 엘리멜렉과 그의 아내 나오미에게 닥친 흉년으로 인해 이스라엘 동쪽에 있는 모압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더 큰 비극이 닥치게 되며 두 아들이 죽게 됩니다. 가난했던 나오미는 이스라엘에 기근이 멈추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고향 이스라엘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오미는 과부가 된 두 며느리에게 모압에서 새 삶을 찾으라고 강권했지만 두 며느리 중 한명인 룻은 나오미와 함께 하기를 고집했습니다.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르기로 맹세하고 그녀와 함께 할 것과 그녀의 하나님을 예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과부가 된 모압 사람 룻은 익숙한 조국 사람들과 살기보다는 히브리인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남기로 결심하며 위대한 선언을 합니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룻 1:16) 이 선언은 후에 단지 하나님을 따르기로 했다는 결심을 넘어선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선언이 되었습니다.
나오미의 하나님을 향한 충실한 삶은 룻의 죽은 남편의 먼 친척인 보아스라는 이름의 의인과 하나님의 섭리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룻에게 친절을 보인 보아스는 남편의 재산을 사들였으며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하나님은 룻의 신실함을 보시고 넘치는 상을 주셨습니다. 종종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주시며, 그때마다 우리는 하나님께 예배함으로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룻기 2:20). 우리가 하나님과 늘 소통하는 예배자라면 하나님은 성령님을 통해 하나님의 때, 카이로스의 시간에 우리에게 축복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당연한 반응은 감사와 찬양으로 드려지는 예배입니다.

“나오미가 자기 며느리에게 이르되 그가 여호와로부터 복 받기를 원하노라 그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그치지 아니하도다 하고 나오미가 또 그에게 이르되 그 사람은 우리와 가까우니 우리 기업을 무를 자 중의 하나이니라 하니라”(룻 2:20)

룻의 이야기는 언뜻 보기에 “좋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좋은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덕적인 이야기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룻의 실제 이야기는 어려운 시기를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관한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은 일상적인 삶의 예배 가운데 ‘성찬’의 시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십니다. 분주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삶에서 고난과 역경이라는 ‘성찬’의 시간은 우리에게 감사이자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의 시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축복하시기 위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의 시간을 넘어 적절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예배자들에게 고난과 역경은 곧 축복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

룻기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과 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백성 중 한명이 아닌 모든 민족과 열방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비록 룻은 모압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의 축복의 약속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단지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특별한 민족에 관계없이 세상 모든 열방 속 이방인과 우리들을 배제시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을 이끄시기 위해 문화와 종교적 장벽도 초월하고 극복하게 하십니다(룻기 1:16). 룻의 선택은 이 모든 장벽을 뛰어 넘는 역사적이자 영적 선택이었습니다.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룻 1:16)

둘째, 룻기는 신실한 예배자를 찾으신다는 말씀입니다. 나오미와 룻의 충성과 희생, 헌신은 반드시 축복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룻, 나오미와 보아스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과 충성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늘 신실함으로 베풀어주시는 언약의 열매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하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언약을 통해 우리에게 축복으로 부어주십니다.

셋째, 우리는 보아스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을 볼 수 있습니다. 보아스는 모세의 율법에 충실해 룻의 재산을 사들였고 이방인 여자를 하나님의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만일 네 형제가 가난하여 그의 기업 중에서 얼마를 팔았으면 그에게 가까운 기업 무를 자가 와서 그의 형제가 판 것을 무를 것이요”(레 25:25)
또한 그녀를 신부로 삼아 자기 재산의 공동 상속자로 만들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먼 친척 구세주’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대가를 치르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하나님의 가족으로 데려오셨으며 우리가 그 분의 상속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를 그분의 신부로 만드셨습니다(로마서 8:16-17, 요한계시록 21:2, 9). 이 놀라운 구원의 역사를 통해 우리를 영원히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성령이 친히 우리의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시나니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상속자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롬 8:16-17)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계 21:2)

“일곱 대접을 가지고 마지막 일곱 재앙을 담은 일곱 천사 중 하나가 나아와서 내게 말하여 이르되 이리 오라 내가 신부 곧 어린 양의 아내를 네게 보이리라 하고”(계 21:9)

룻의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생명보험 약관이나 은퇴계획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의 많은 과부들은 보호나 일자리뿐 아니라 심지어 매일 일용할 음식에 있어서조차 단순히 운이 다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자비와 긍휼하심을 통해 이러한 여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레위기 25장의 ‘가족 구제법(the law of the family redeemer)’을 제정하셔서 죽은 형제의 과부와 결혼해 돌보도록 했습니다. “형제들이 함께 사는데 그 중 하나가 죽고 아들이 없거든 그 죽은 자의 아내는 나가서 타인에게 시집 가지 말 것이요 그의 남편의 형제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아 그의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그에게 다 행할 것이요”(신 25:5) 이 법으로 형제의 과부와 결혼하기를 거부한다면 대중적인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 과부들을 위해 제정된 것으로, 이 법에 의해 보아스가 룻을 구제했으며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룻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도 구원할 구세주가 필요합니다. 죄의 저주로 우리는 과부가 되었으며 하나님을 떠나 길을 잃고 홀로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세주가 되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셨고 우리를 위해 값을 지불하셨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게 하셨습니다. 게다가 예수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가 되는 축복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가족 구원자’되신 하나님을 우리는 날마다 감사함으로 찬양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룻기는 하나님의 백성의 삶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녀에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은 보아스와의 ‘영원토록 행복한’ 삶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마태복음은 룻이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인 다윗의 증조할머니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윗의 아들 예수는 이방인 룻의 자손이 됩니다(마태복음 1:5-6).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 왕을 낳으니라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마 1:5-6)

비록 룻은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날개 아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보호와 안식 그리고 축복을 발견했습니다. 룻과 마찬가지로 이방인으로 태어난 우리 역시 예수 그리스도께 마음과 몸을 온전히 맡길 때 축복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아주 작은 선택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축복이 됩니다. 그것은 은혜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예배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보호하심에 감사를 드리며 신실하심을 찬양해야 합니다.

룻기에는 예배를 위한 어떤 형식적인 모임과 같은 언급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교나 형식적 기도로 이야기가 이어지거나 중단되는 부분도 없습니다. 마치 소설과 같은 이 이야기에는 성직자가 등장하지 않으며 예배의 여러 예식 절차조차 없습니다. 단지 오래 전부터 내려온 뿌리 깊은 풍속이자 문화인 결혼이라는 의식 하나만 언급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룻기는 우리의 예배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룻기의 주제는 우리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그리고 우리에게 힘주시고 약속을 지키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입니다. 이는 오늘날 예배에서 하나님이 하신 구원의 사역에 감사하고 기억하며 기념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룻기는 예배의 모범적인 모형을 보여주며, 예배의 명확한 주제를 나타냅니다.

룻과 나오미는 삶의 불행이라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하나님의 손길에 맡겼습니다. 이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정쩡한 모습이 아닌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고 인도하심을 구하는 올바른 예배자의 귀감이 됩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을 지켰으며 이후 보아스가 룻과 결혼해 오벳이 태어났을 때 그들의 신실함은 커다란 축복과 보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룻뿐 아니라 룻의 가정 모두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으며, 믿음의 멋진 가문으로 자자손손 감사와 찬양을 돌리게 됩니다. 룻과 나오미의 하나님을 향한 분명한 선언과 신실함은 그들뿐 아니라 하나님의 가문으로 새롭게 세워지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우리 역시 룻과 나오미와 같이 우리를 무너뜨리고 영혼을 힘들게 하는 시간과 환경들을 무수히 경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분명한 선택과 선언입니다. 룻과 나오미처럼 모든 역경과 고난 속에서 하나님께 예배함으로 반응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가장 어려운 상황을 통해서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 가십니다.

가진수 교수
가진수 교수

지금도 하나님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하나님을 확고하게 선택하는 예배자들을 찾으시고 축복하십니다. 참된 예배자는 언제나 하나님의 음성에 따라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 한분만을 나의 구세주로 선언하고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예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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