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 없다. 목이 메이고 가슴이 크게 들썩일 정도로 깊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그동안 딱딱했던 가슴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오랜만에 눈 녹듯이 녹아져 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 학기 학부 강의 중에 손양원 목사님에 관하여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다. 수업을 마치고 며칠 후 학생 하나가 전화를 했다.

[2] 강의 중에 손 목사님 간증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분에 관한 새로운 얘기를 더 알고 싶은지 묻는 것이었다. 강의에 감동 받았다는 말엔 기분이 좋았으나, 손 목사님에 관하여 남들이 잘 모르는 얘기를 더 알고 싶은지 묻는 말엔 솔직히 마음이 좀 불편했다. ‘지가 뭔데 교수를 가르치려 하나!’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묻는 물음에 대한 그의 답을 들은 후엔 분노 모드가 존경 모드로 순간 바뀌어졌다.

[3] ‘어떻게 손 목사님에 대해서 잘 아는 거지?’란 나의 질문에 자기가 손양원 목사님의 손자라는 답을 했기 때문이다. 의외의 대답에 ‘친손자냐?’고 물었다. 친외손자가 맞다고 했다. 놀란 나는 그럼 ‘모친이 손 목사님의 따님 맞냐?’고 물었는데 맞다고 했다.

아, 그때 내 마음은 ‘충격과 전율’ 그 자체였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존경해오던 손 목사님의 외손자나 친 따님과 직접 연결 될 수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4] 대학교 다닐 즈음에 손 목사님의 따님 중 한 분이신 손동희 권사님의 간증 테입을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파 엄청 울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혹시 그분의 아드님인가 해서 존함을 물었더니 그 권사님이 자기 이모님이라고 했다.

너무도 신기하고 놀랍고 충격적이어서 꿈꾸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만간 모친과 함께 만나서 교제도 나누고 식사도 대접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5] 그리곤 어머니가 쓰신 책을 보내줄 테니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알려줬다. 그래서 그가 보낸 『결국엔 사랑』이란 책을 선물로 받았다. 바쁘게 살다 보니 읽어야 한다고 하면서 오픈하지 못하다가 어젯밤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손양원 목사님의 셋째 따님이자 내 수업을 듣는 김동화 전도사의 모친이신 손동연 사모님이 직접 쓰신 책이었다. 우선 그분의 글 솜씨에 많이 놀랐다.

[6] 나 자신이 유명 인사들의 자서전을 계속 쓰고 있는 전문가인데, 손 사모님은 전문 작가들에 못지않은 대단한 글 솜씨를 지니고 계셨다. 안용준 목사님이 쓰신 『사랑의 원자탄』이나 손 사모님의 친 언니 손동희 권사님이 쓰신 『사랑의 순교자 손양원 목사 옥중 목회』 속에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처음 몇 십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던 중 멘탈이 약한 나는 끓어오르는 슬픔과 아픔을 견딜 수 없어 책을 덮고 말았다.

[7] 하지만 내가 존경하는 손양원 목사님 순교와 관련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읽지 않고 멈출 순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담대함을 달라고 기도한 후 다시 책을 펴서 계속 읽기 시작했다.

손 목사님이 책의 저자인 막내 딸 손동연 권사를 평소 얼마나 이뻐했는지가 책 구석구석에 나타나 있었다. 그렇게 이뻐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무등 태우고 다니실 정도로 막내딸을 사랑하셨다 한다.

[8] 그러셨던 아빠가 한 순간 참혹한 모습의 시신으로 실려와 갑작스레 생이별을 해버렸으니 손 사모님을 비롯한 유족들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이미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동인과 동신 두 오빠가 총에 맞은 시신으로 돌아와 장사 지낸 바 된 아픔을 경험했던 그들 아니던가!

두 오빠의 총살 사건과 2년 뒤에 발생한 아버지의 순교 사건 이후 오랜 세월 손 사모는 예수를 믿지 않고 신앙생활을 끊어버렸다 한다. 심지어 자살까지 시도하려 했다는 고백을 했다.

[9]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불신자였다기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견딜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찬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거 같다.

손 목사님의 외손자인 아들 김동화 전도사는 어머니가 쓴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동안 웃음 하나 없이 불신자처럼 살아온 모친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저자의 언니인 손동희 권사의 경우도 여동생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음을 이 책은 증언하고 있다.

[10] 물론 이후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깨달은 손 목사님의 두 딸은 권사와 목사 사모로 순교자의 후손답게 부모님과 오빠들의 모범적인 신앙의 발자취를 저서와 간증을 통해 전하면서 모범적인 신앙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자랑스런 한국의 순교자로 쌍벽을 이루는 주기철 목사님의 부인인 오정호 사모님에 관한 얘기는 한두 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11] 그러나 손양원 목사님의 막내 따이님이신 손동연 사모님이 집필한 책에는 다른 데선 언급되지 않은 모친인 손 목사님 사모님에 대한 얘기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증거하는 공통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정양순 사모님은 순교한 두 아들과 남편 손양원 목사님보다 더 큰 믿음의 소유자였다는 내용이다.

[12] 책 속에 나오는 그 내용을 직접 인용해보자.

“사모님은 3부자의 순교에 큰 발판 노릇을 했어요. 두 아들과 손 목사님의 믿음보다 더 강했습니다. 3부자가 믿음의 삶을 살도록 뒤에서 기도한 사모님의 힘이 더 컸지요(손동연, 『결국엔 사랑』 (헤럴드 북스, 2018), 233)).

『결국엔 사랑』이란 ‘손양원 목사님의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에 관한 책을 필독서로 강추한다.

[13] ‘위대한 인물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 위대한 아내가 있다’는 말을 입증해 주는 좋은 실례이다. 위대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뒤에 위대한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있었듯이, 위대한 순교자 동인과 동신, 그리고 손양원 목사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이자 아내인 정양순 사모님이 계셨다.

오늘 우리는 어떤 신앙의 어머니와 아내가 될 것인가? 어떤 신앙의 부모와 배우자가 되면 좋겠는지 조용히 생각해보자.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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