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의 논문 ‘이혼과 관련된 고난의 문제에 대한 개혁신앙적 이해에 관한 연구’를 연재합니다.

3. 종합

소기천 교수
소기천 교수

결론적으로, 바울은 결혼에 관해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행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7:3). 바울은 더구나 부부가 결혼하면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몸은 남편이 또한 남편의 몸은 아내가 주장한다(7:4)고 말한다. 그래서 결혼한 이후에 서로 분방하지 말고 혹시 기도할 경우가 생긴다면 아주 잠시 동안만 분방이 가능하다(7:5)고 언급한다. 이것은 부부간의 별거의 한계를 분명하게 정해주고 있는 말씀이라는 점에서 아주 특이하다.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 과연 기도를 하기 위해서 별거를 지속할 수 있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기도할 시간을 갖는다는 핑계로 별거를 할지라도 아주 잠시 동안만 분방이 가능하다고 바울이 지적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부부간에는 무조건적으로 합쳐서 살아야 할 것을 강조하는 말씀이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일부일처제를 중시하는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당시의 상황에 맞춘 ad hominem의 논증에 근거한 것이다. 곧 바울은 혼인 생활을 지속하는 것 이외에 음행을 피할 수 있는 더 고상한 동기는 없다고 논증한다.

이혼에 대해서 바울은 서로 갈라서지 말라고 강력하게 촉구한다(7:10-14). 여기서 비록 바울이 가정의 창조적 질서에 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혼하지 말 것을 주님의 명령이라고 표현한 것 속에는 분명히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하와를 데려오면서 둘이 한 몸을 이루라고 선언하신 말씀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가정의 숭고한 뜻을 기리면서 창조신앙에 근거한 가정의 질서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이혼을 강력하게 금한다.

그러나 바울은 이혼을 유일하게 한 가지 조건의 경우에 허락하기도 한다. 곧 신자와 불신자의 결혼에 있어서 이혼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이혼하라고 제안한다(7:15a). 오늘날 흔히 제기되는 이혼 사유 중에서 성격의 차이라든지 배우자의 부정의 문제가 여기에 결코 개입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신자끼리 만난 결혼의 이혼 문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단지 여기서 언급하는 불신 배우자와 이혼하는 것도 신앙적인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가 불신자와 결혼한 후에 신앙적인 이유로 부득이하게 이혼을 할 때에도, 주의할 사항으로 바울은 이혼을 “화평 중에”(7:15b) 실행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더구나 고린도전서 7:16은 이러한 이혼의 경우에 신자가 불신 배우자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이혼의 신중함을 거듭 제안하고 있다. 곧 신자가 불신자와 결혼한 이상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그 배우자에게 복음전도의 기회가 주어진 것인 만큼 함부로 이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주제가 선교적 의무이다. 예레미아스(J. Jeremias)는 신자가 불신자에게 선교적 차원에서 결혼하고 그 후에 이혼을 신중하게 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바울이 주는 가르침의 의도라고 주장하였다.

예수께서는 유대 율법의 보수적인 관점에 입각하여, 이혼과 재혼의 절대 불가를 선언하였다. 이혼과 재혼은 곧 간음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림으로써, 모세율법의 전통에 입각하여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율법 해석에 경종을 울리고 새롭게 창조 질서에 근거한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이러한 율법 전통에 대한 예수의 새로운 해석은 바울 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바울은 유대교에 충실하였던 사람이었지만, 다메섹 도상에서 개종한 이후로 철저히 유대 율법을 재해석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분명히 바울이 가지고 있는 율법 해석의 밑바탕에는 예수의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혼과 재혼에 관한 고린도전서 7장에 관한 이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곧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결혼이 하나님의 선교에 부합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결혼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예수의 보수적인 율법 이해를 개혁신학이 계승할 것을 우리에게 올바르게 보여주고 있다. (계속)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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