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의 논문 ‘이혼과 관련된 고난의 문제에 대한 개혁신앙적 이해에 관한 연구’를 연재합니다.

2. 바울서신에 나타난 이혼(고전 7:10-16)

소기천 교수
소기천 교수

앞서서 예수의 절대 윤리적 차원은 언급하면서 개혁신앙이 지향해야 할 내용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캠벨(William S. Campbell)도 결혼관에 있어서 바울의 윤리적 기준이 ‘보편주의보다는 특수주의’의 입장에 서있다고 지적한다. 바울서신에 나타난 이혼 문제를 다루기 이전에 먼저 전제되어야 할 사항은 서신들이 당시 교회의 상황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곧 고린도교회의 성령주의자들은 성전 창녀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음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고전 6:12; 고후 12:21). 예수께서는 유대인들을 상대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신 반면, 바울은 새로 개종한 이방 그리스도인들을 상대로 선교를 했기 때문에 그 강조점에 있어 바울의 윤리는 예수의 윤리와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만약 바울이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의 가장 절실한 요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신학이나 기본적인 원리를 단순히 전하려고 했더라면, 그가 선교하려던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혼에 관한 바울의 주된 논의는 그의 서신들 가운데 특히 고린도전서 7장에서 나타난다. 고린도전서는 그 내용에 따라 1:10-6:20의 전반부와 7:1-15:58의 후반부로 다시 양분할 수 있다. 전반부인 1:10-6:20은 고린도 교회의 분쟁과 도덕적 무질서에 대한 책망과 훈계를 그 내용으로 다루고 있고, 후반부인 7:1-15:58은 고린도 교회가 안고 있는 신앙생활의 중요한 현안들에 관해 바울이 제시하는 목회적 답변을 다루고 있다. 특별히 후반부에서 바울은 결혼, 우상제물, 공적 예배, 부활 등의 문제를 차례로 다루고 있는데 본 주제와 관련된 부분은 후반부의 첫 부분이다. 특히 이혼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은 7장 10-16절로서 10-11절은 그리스도인들일 경우의 이혼 문제에 대해서, 12-16절은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이혼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1) 배우자 모두 그리스도인일 경우(10-11절)

바울은 이혼에 관한 가르침도 그리스도적 소명과 관련하여 이해하고 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를 가지고 ‘이혼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아내에 대해서는 cwri,zw(갈라놓다) 동사를 사용하고, 남편에 대해서는 avfi,hmi(떠나다) 동사를 사용하는데 둘 다 ‘이혼’을 지칭하는 기술적인 용어로 양자의 의미가 결코 다르지 않다. 둘 다 ‘이혼’으로 번역될 수 있는 헬라어 단어들은 집을 나가거나 배우자를 유기하는 행위와 방과 식탁을 따로 쓰는 행위 같은 것을 내포한다.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을 염두에 둔 바울의 사도적 가르침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현재 상태로 그대로 있으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곧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세상일에 마음을 흩트리는 것보다 재림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바울은 말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갈라설 수 있긴 하지만 갈라선 후에는 독신으로 살거나 아니면 다시 화해해야 한다. 예수께서 모세율법이 마음의 완악함으로 인해 이혼을 허락한 것이라고 하였듯이, 바울도 인간의 완악함 혹은 약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이혼을 어쩔 수 없이 허용 혹은 양보한다는 것이다. 별거한다고 해서 별거중인 배우자들을 교회에서 제명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혼한 자들은 배우자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두 번째 결혼이 불가능하다. 재혼하지 않고 그냥 지내든가 이전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바울은 더 이상의 죄의 확대를 막고 다시 화합할 것을 권고함으로 부부 관계에 대한 원래적인 하나님의 뜻이 유지되기를 원하였다.

바울은 하나님의 창조질서 속에 있는 가정의 신성함을 중시하면서, 주님의 명령 곧 주님을 섬기는 일에 그리스도인의 결혼이 기여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의 원칙에 굳게 서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혼에 관한 소명의식이 곧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의 축복을 통해서 하나님의 선교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2) 배우자 한 명이 비그리스도인일 경우(12-16절)

이 단락에서 바울은 주님께 직접 받은 명령이 없음을 말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예수의 판단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바울이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의 모든 지시는 성령에 의한 영감과 사도의 권위로 받은 것들이라고 확신한다. 바울은 새로운 상황에 적합하게 예수의 말씀을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도 주님의 말씀에 따라 부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옹호한다. 그러나 비그리스도인 배우자가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않으려고 할 경우 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15절). 바울이 비그리스도인 배우자와 헤어질 것을 권유한 것은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결혼이 부정의 근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이 믿지 않는 배우자의 불신적 태도에 의해 속박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먼저 주도적으로 이혼을 요구하지는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화평 중에 우리를 부르셨기 때문이다(15b절 이하). 비그리스도인 배우자의 이혼 요구에 비록 거리낌없이 헤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가능한 대로 그리스도인 배우자는 상대방과 함께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의 이런 해석은 선교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 배우자는 비그리스도인 배우자를 신성한 결혼관계 속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결혼관계를 거룩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그리스도인은 믿지 않는 배우자를 개종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바울에게 있어 결혼은 종말의 빛 아래에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결혼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제도이지만 임박한 재림 때문에 독신으로 지낼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했다면, 부부는 간음죄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사랑과 화평으로 거룩한 생활을 해야 한다. (계속)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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