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한경직 목사 ©기독일보DB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소장 김승태) 제396회 학술발표회에서 송훈 교수(숭실대 초빙)는 ‘한경직의 복음주의 신앙과 인간 이성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송 교수는 “마크 놀의 저서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에서는 청교도와 경건주의 전통을 지닌 미국 복음주의가 20세기에 들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회심을 강조한 나머지 은혜 안에서의 점진적 성장을 배제했다’고 꼬집었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 말씀의 성찰과 묵상을 배제하고, 체험적 성령 체험만 강조하는 등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 제기된 비판처럼 한국교회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며 “1980년대 이후 한국 개신교회의 고도의 성장 이면에 숨겨진 지나친 체험 중심의 신앙은 신학자 앨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적처럼 사회를 변혁할 진정한 제자화를 이루지 못 했다. 또한 축복에 대한 신앙만 강조한 나머지 사회와의 괴리화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양적 성장과 기복적 신앙관에 매몰돼 사회적 신뢰도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했다. 때문에 영락교회 원로 목사였던 한경직이라는 인물을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 싶다”며 “한경직 목사는 기독교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통한 회심이며 그에 대한 결실은 바로 감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원과 생명을 주신 은혜에 대한 감사는 자연스레 헌신으로 연결된다고도 했다”고 했다.

때문에 “한 목사는 감사란 심정적 고백 속에서 머무르는 게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는 성도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즉 ‘행위란 믿음의 시금석이자 최후 심판의 표준’이라고 주장하며 개인의 말·행실, 사회제도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며 “하나님에 대한 감사 고백과 신앙은 나와 하나님 등 모든 관계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영적 에너지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웃에 대한 봉사도 전도라고 봤으며, 긍휼이란 약자의 애통함에 귀를 귀울여 적극 도와주는 자비의 손으로 구체화돼야 함을 역설했다”며 “6.25 전쟁 속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들에게 영락교회의 전신인 베다니 전도교회는 생필품을 지원하거나 일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했다. 교회는 당대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영·육의 안식처였다”고 했다.

특히 “한 목사는 나라와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즉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 긍휼을 베풀고 섬기는 것은 기독교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며 “한경직 신앙의 핵심은 예수 사랑이 곧 이웃 사랑이고, 이는 나라 사랑으로 자연스레 흘러가야 함을 말했다”고 했다.

이어 “복음전도로 개인의 전인적 변화가 일어날 때 공동체와 나라 전체가 선진화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며 “그렇기에 평생에 걸쳐 민족 복음화를 주장했으며, 이를 통해 복음으로 변화된 대한민국에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실현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성서적 애국심이란 국가나 민족의 우상화가 아닌 하나님의 공의가 최우선이며 그 아래 민족과 국가가 존재함도 말했다”고 했다.

송 교수는 “한경직 목사는 재주·학식·재물 등은 하나님의 선한 목적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소위 청지기적 소명을 말했다”며 “물질을 벌고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와 긍휼의 원칙이었다. 자립·정직·근면정신 등과 더불어 타인을 도와주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마음으로 소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사업주나 정책 입안자들 가운데 기독교인이 있다면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을 옹호해야 함을 요청했다”고 했다.

나아가 “한 목사는 복음전도를 통한 교회 공동체의 설립은 교회가 국가와 이웃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봉사로 여겼다. 시민 개인이 선한 양심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적 삶의 가르침이라는 복음이 덧입혀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교회의 활발한 복음전도를 강조했다”며 “영락교회는 한경직 목사의 은퇴 기간까지 총 75개 교회를 개척했고, 학교와 군대를 선교지로서 집중 지원했다. 한 목사 본인이 교단 내 군선교위원회 의원장까지 맡아가면서 군 선교를 독려했고, 대광중학교·영락중고등학교·숭실대 재건·서울여대 창설 등 학원선교에도 열의를 다했다”고 했다.

특히 “한경직은 공산주의와 우파 독재에 대해 거부하는 게 기독교인의 자세라며 한국교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함을 주장했다”며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설립, 주한미군 철수 반대·남한의 안보와 반공 이념을 기초로 통일 운동을 전개하고자 했다. 이후 통합 교단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기총의 회원으로 동시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복음 전도의 확장을 위한 안정적인 사회 질서를 강조했다. 자신이 전쟁 전후 경험한 좌익과 우익의 폭력적 대립을 회상하며 민주화 시위가 혼돈과 무질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강단에서 고수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처럼 “한경직 목사의 복음주의는 인간 이성과 양심을 부정하지 않으며, 한계성을 직시하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한 양심과 사고로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합리성에 기초해 기독교와 민주주의 가치를 변증하려고 평생 노력했지만, 군사정권에 대한 반정부 투쟁을 두고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경직 목사는 사회와 괴리된 채 흘러가는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에 큰 성찰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혜정 교수(영남신학대)는 ‘한경직의 복음주의 신앙과 인간 이성의 문제에 대한 논평’이라는 제목으로 논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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