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김정욱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기독일보DB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이건희 목사, 이하 기장)는 최근 온라인 줌(Zoom)을 통해 교단 농어촌 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2021 기장농목 온택트 목회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정욱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지구생태위기와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정욱 박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혹한, 폭염, 태풍, 홍수, 산불, 등의 피해를 겪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도 더욱 커졌다”며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IPCC회의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도 상승 시 북극 빙하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되며, 산호초도 전멸해 기후 난민이 수억 명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했다.

이어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이 감소해 사막이 확대되고, 반대로 동아시아 일대는 강수량이 증가해 홍수와 태풍의 피해가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2100년까지 강수량이 10-2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식량 생산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7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사막화는 지난 역사보다 30-35배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매년 남한 면적의 약 60배의 땅이 사막화 위협에 처해 있다"며 ”또한, 지난 유엔 환경계획(UNEP) 발표에 따르면, 매년 23억 명의 인구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수인성 질환을 앓으며, 이 가운데 약 500 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700만 명 이상이 오염된 공기를 마셔 사망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폐암을 비롯해 각종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1급성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큰 원인이라고 알려졌다”며 “아울러, 지구상에는 2,900만 종의 석유유기화합물이 분해가 안 된 채 돌아다녀, 인간을 포함해 각종 생물들의 체내로 축적돼 여러 가지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는 내분비교란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도 포함돼 있다”라고 했다.

그는 “21세기 말 전 세계 인구가 10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 20세기의 100년 동안 전 지구적 경제규모는 총 50배로, 화석연료는 25배, 공업생산은 40배가 늘기도 했다”며 “지금처럼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이 계속된다면, 무한정 커져가는 경제를 뒷받침할 자원은 언젠가 고갈될 것은 물론, 무한할 줄 알았던 물·흙·바다·공기 등 환경파괴행위를 감당할 지구의 환경용량도 한계에 이를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Global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인류의 활동은 1970년 이후 지구의 용량을 초과하기 시작해, 지난해는 지구 용량의 1.6배를 소모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람처럼 생산하고 소비하며 산다면, 지구는 3.5개가 필요하다고 한다”며 “인류는 지금의 경제성장에만 만족하고, 더 이상의 성장이 없는 정상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안정된 생태계란 정상상태를 유지할 뿐, 더 이상 성장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성장대신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육상·해양·식량 생태계의 기반인 산림·갯벌·농지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도 필수다. 가령 1945년 해방직후 9㎥/㏊에 불과했던 산림밀도는 대한민국 정부의 지속적인 녹화사업으로 2003년에 이르러 73.1㎥/㏊로 회복됐다”며 “하지만 해방 당시 북한의 산림밀도는 134㎥/㏊로 남한보다도 훨씬 좋은 산림 환경을 갖고 있었지만,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땔감 용도로 산림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해 현 거의 모든 산이 민둥산이 됐다. 산림을 살리지 않으면 나라 발전은 없다. 때문에 정부는 산림 보존을 통해 부득불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욱 교수, 지구생태위기와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
생태계별 생산성 ©세미나 발제 자료집 발췌

김 박사는 “현재 전 지구적으로 산림·갯벌·농지의 환경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기에 선진국들은 모두 총량규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가장 위태로운 지경에 있으면서도 산림, 갯벌, 농지 파괴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라며 “그 배경엔 개발 사업에 따른 땅값 상승이 작용하고 있다.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 땅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지양하고, 이에 따른 개발 이익은 국가가 모조리 환수해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부조리와 부패를 막고 국민의 정직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국가의 정책 수립은 국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교회는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처럼 돈과 권력을 따라 부자가 되는 것만 하나님의 축복으로 알고, 환경 파괴에 앞장서고 협력해선 안 된다”며 “곧 경제적 논리가 아닌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를 섬기는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가령 교회는 그린벨트 등지에 땅을 매입한 뒤 규제가 풀리면 땅 값 오르기를 기다린다든지, 헌금 수입으로 목회의 성공여부를 따진다든지 등 경제논리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소중한 땅을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녹지나 공원으로 무료 환원하든지, 가난한 자를 위해 ‘이자 없는 은행’의 운영 등 세상의 경제적 논리를 뛰어 넘는 가치관을 교회가 실천으로서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교회가 경제적 이윤이 목적이 아닌, 생명의 추구가 목적임을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생물을 다스리라’(창세기 1장 28절)는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에게 산·강 등 환경을 파괴하고 개발해, 마음대로 사용하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충만하라’의 히브리 원어는 자동사가 아닌, ‘채우라’, ‘충만하게 만들라‘는 뜻의 타동사”라며 “그래서 유대교 신학자 마이모니데스는 위 구절을 제 기능을 잘 발휘하도록 땅의 기능을 채워주라는 뜻으로 설명한다. 때문에 우리가 땅의 필요를 채워준다면, 땅은 우리의 필요를 채워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사랑하신 ‘세상’은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다. 이 땅이 오염되고 그 안에 피조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파괴돼 가는 이 땅을 바로잡아 후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게 바로 인류가 생태위기를 벗어나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는 길이자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르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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