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드리는 기도
제라드 호렌바우트,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드리는 기도, 1500년경. 카스티야왕국의 미친 여왕 요안나 1세 기도서, 영국국립도서관, 런던 Gerard Horenbout, Prayer to the Holy Face, ​The Hours of Joanna I of Castile, Joanna the Mad c.1500, 237X163 mm, The British Library,London

요안나1세기도서의 권두화나 다름없는 성서화는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드리는 기도>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의 존영이다.

‘카스티야 왕국의 미친 여왕 요안나 1세의 기도서(The Hours of Joanna I of Castile, Joanna the Mad)는 1500년 경, 플랑드르의 유명한 채식화가인 제라드 호렌바우트(Gerard Horenbout, c.1465-1541)가 그렸는데 일부 삽화는 알렉산더(Alexander)와 시몬 베닝(Simon Bening)이 함께 참여하였다. 이 기도서는 482페이지의 아름다운 채식화로 꾸며져 있으며 전면도판으로 된 삽화만 해도 75매나 된다.

이 기도서를 그린 호렌바우트는 1487년 플랑드르의 겐트(Ghent)에서 채식화가 길드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하였고 그의 아들 루카스(Lucas)와 딸 수산나(Susanna)와 함께 가족공방을 운영하다가 60세 무렵에는 영국으로 가서 헨리 8세를 위해 일하였다.

<미친 여왕>이란 칭호가 붙었을까?

그런데 이 기도서의 요안나 1세 앞에 <미친 여왕>이란 칭호가 붙었을까?

카스티야 왕국의 상속자인 요안나 공주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남 필립 왕자(Philip the Handsome)’와 결혼하여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으나 잘 생긴 필립의 여성편력으로 신앙심이 깊었던 요안나 공주는 분노와 질투로 정신병자가 되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필립이 죽자 그녀의 우울증이 더욱 깊어가 ‘미친 요안나(Joanna the Mad)’라는 별칭을 얻게 된 불행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모친이 죽자 그녀가 카스티야 왕국의 요안나 1세 여왕이 되어 아버지에게 섭정을 맡기기도 하였다.

정신 병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요안나와 필립 사이에는 2남 4녀가 태어났고 맏아들인 카를로스는 그 유명한 스페인의 카를로스 1세이자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이기도 하다.

그 당시 스페인은 가톨릭 전성기였고, 신대륙의 보화를 약탈해 온 보물들로 부를 쌓은 합스부르크 왕가에 속한 그 위상에 걸맞게 스페인 왕실용 기도서들은 비싼 물감을 풍족하게 사용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품위가 돋보이는 기도서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승리하신 그리스도’의 모습

예수 얼굴에는 치렁치렁한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으로 33세의 젊은 나이에 십자가를 지신 ‘승리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이 기도서의 예수는 오른 손을 들고 이른바 ‘라틴식 축복’을 내리고 있다. 즉 엄지를 바로 세우고 검지와 중지를 십자가 쪽으로 약간 굽힌 모습이며 이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우리에게 보여주신다.

예수의 왼손은 커다란 원구를 꽉 붙잡고 있다. 이 둥근 지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의 대표이다. 지구는 황금색 띠로 삼등분 되어 있다. 중세에는 사람이 살던 땅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래쪽의 아프리카 등 세 대륙이 있을 뿐이었다.

황금 띠의 가운데 중심은 예루살렘이다. 바로 여기에 이 세상보다 더 큰 십자가가 세워져있다. 이 십자가는 황금과 에메랄드와 진주가 박혀있는 ‘그리스 십자가’ 형태이다.

예수님 아래에는 이 기도서의 기도 주제인 “Salutatio b[ea]te uero[n]ice/Salue sancta faces”이다. 이는 ‘찬양하라 거룩한 주님 존영이여(Hail, holy face)란 뜻이다.

<베로니카의 베일>에 남아있는 존영

성 베로니카
한스 멤링, 성 베로니카, (세례요한과 성 베로니카의 두폭화 부분), 1470년경. 페널에 유채, 32x24 cm, 국립미술관, 워싱턴 Hans Memling, Saint Veronica(Diptych with John the Baptist and St. Veronica, right wing: St. Veronica ), circa 1470. oil on panel, 32x24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그리고 예수의 얼굴 모습은 <베로니카의 베일>에 남아있는 존영으로 전해주고 있어 생명력이 있고 친근한 인상을 준다. 1500년경이 그려진 이 기도서의 예수님 얼굴은 1470년경에 한스멤링의 두 폭 제단화의 예수얼굴과 판박이이다. 그 이유는 예수님 얼굴은 8세기에 베드로대성당에 보관된 ‘베로니카의 베일’ 이 중세 기독교 미술의 전범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신앙심 깊은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외경인 니고데모 복음서에는 오랫동안 혈루병 으로 고생하다가 예수의 옷깃을 만져 치유된 복음서의 여인이라고 한다.

베로니카는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땀을 자신의 수건으로 닦아주었다고 전해지는 예루살렘의 어느 한 여인이다. 그녀는 예수의 얼굴을 닦아 주었으며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나 예수의 얼굴 모습이 수건에 남았다. 이것이 나중에 성 베로니카의 베일 또는 수의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베일은 8세기 이후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보관되었으며 14세기와 15세기에 특히 많은 이들이 경의를 표하게 되면서 베로니카에 대한 공경과 대중적인 인기 역시 크게 늘어났다.

동방정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이콘(ICON)들 가운데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기본적 그림은 ‘손으로 만들지 않은 (아케이로포이에토스)’ 또는 천위의 주님의 이콘(만딜리온)“이다. 로마가톨릭에서 인정하는 ‘베로니카의 베일’은 동방교회의 ‘만딜리온’과 유사한 교회미술이지만 성서에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성서화(Biblical Art)는 아니다.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
강정훈 교수

연세대와 서울대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등 30년 간의 공직과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로, 1994년부터 성화와 구별된 성서화를 도입해 2012년부터 <성서화 탐구>를 본지 등에 연재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서울성서화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해외 유명 미술관의 중세 메뉴스크립트 등 5천여 점의 성서화를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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