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 맥아더 목사가 2015년 예수의 비유를 다룬 책 "Parables: The Mysteries of God's Kingdom Revealed Through the Stories Jesus Told"을 출간했다. 한국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비유』라는 제목으로 번역서를 생명의말씀사에서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 맥아더 목사는 12개의 비유를 '하나님 나라'에 초점을 맞추어 해설한다. 이 책을 중심으로 하여 존 맥아더 목사의 비유에 대한 이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존 맥아더 목사 ⓒ그레이스투유
존 맥아더 목사 ⓒ그레이스투유

맥아더 목사가 여섯 번째로 다룬 비유는 '바리새인과 세리의 비유'이다. 지금까지 함께 본 예수가 베푸신 비유가 그러하였듯 이 비유 역시도 실생활에 밀착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이번 비유는 유대인들 특히 바리새인들에게 거리끼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붙들고 있었던 종교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었기에 상당한 반발을 일으킬만한 주제였다.

이 비유는 누가복음 18장에 기록되어 있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데, 한 사람은 바리새인이고 한 사람은 세리이다. 둘 다 유대교 전통이 가리키는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었다. 바리새인과 세리가 극명히 대조되는 비유이지만 그럼에도 이 둘에 대한 공통점을 맥아더 목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들은 구약 성경이 유일하신 참 하나님 여호와를 계시한다고 확신했을 뿐 아니라 그분을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자 모세와 다윗의 선지자들을 통해 말씀하신 하나님으로 믿었다. 또한 그들은 구약의 제사장 제도와 희생 제도를 믿었다."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상에서 바리새인과 세리는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무리였다. 그런데 이 비유의 결론은 바리새인이 아닌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바리새인과 세리의 사회적 지위를 따져보면, 바리새인이 아닌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는 것은 "당시의 종교적인 기준에 비춰 보면 터무니없고 충격적일 뿐 아니라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내용"이다. 구원에 관한 유대교의 가르침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 엎"은 내용이고, 바리새인들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바리새인과 세리의 사회적 지위를 살펴봐야 한다. 맥아더 목사는 두 집단을 다음과 같이 대조하여 설명한다.

바리새파는 당시 이스라엘에서 "가장 엄격하고 영향력이 가장 컸던 종교적인 종파"였다. 이들은 율법에 매우 충실하여 "율법의 가장 작은 것까지 세밀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전통주의자요 이상주의자들"이었다. 바리새인들은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유대 사회의 상류층에 속했고, 사교 모임에서는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았고, 아무하고나 교제하지 않았다. 신약성경에서 바리새 가문으로서 복음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람이 사도 바울이다. 사울은 일찍부터 바리새주의를 익혔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젊을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을 것이라 맥아더 목사는 밝힌다. 사울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억압하고 잡아들일 수 있는 권한을 대제사장으로부터 직접 위임받았는데, 이는 당시 종교 사회에서 바리새파의 권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세리는, 민족의 역적이었다. 이들은 당시 로마 점령군으로부터 세금 징수 권한을 받아 동족들로부터 돈을 받아 일부는 로마인들에게 바치고 일부는 자신들의 몫으로 챙겼다. 동포들의 눈에 그들은 민족의 종교와 동족을 배신한 자들이었고, 범죄자였고, 로마인들의 앞잡이로 거룩한 것을 대적하는 원수였다. 그래서 이들은 창기 그리고 술주정뱅이와 같은 범주로 저급하게 취급되었다.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어 비교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인데, 결론이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는 것이니, 우리는 예수께서 전하고자 하셨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않을 수 없다. 맥아더 목사는 이 비유를 이해하는 핵심 키로 '은총에 대한 이해'를 들었다. 은총에 대한 이해를 돕는 대표적인 두 개의 키워드는 '율법'과 '공로'이다. 이 둘은 연결되어 있는데, 율법에의 충실성이 율법환원주의로 왜곡되면 공로 신앙이 파생된다.

맥아더 목사는 먼저 예수께서 율법을 부정하지 않으셨던 면을 밝힌다. 사실상 '의롭다 하심을 받는 것'은 율법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인간 실존이 의롭지 않음은 인간의 죄로 인함인데, 이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거룩하라"(레위기19장)라고 요구하셨다. 여기서 인간이 삶에서 거룩을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율법을 행함이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율법의 기준을 세우고, 그분 앞에서 옳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도덕적인 요구 조건이 된다." 예수께서도 율법을 강조하셨다. 예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고 가르치셨다. 율법을 행하는 문제에 있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사람들은 단연 바리새인들일 것이다. 맥아더 목사는 "하나님이 인간의 행위를 상대 평가 하신다면 바리새인들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했다. 그들은 십일조를 빈틈없이 지키기 위하여 씨앗의 개수를 세고 포도주에 부정한 하루살이가 들어가지 않게 걸러낼 만큼 철저했다. 율법의 행함이 삶의 표면적인 수준일지라도 이들의 율법 준수 강도는 어떤 면에서 훌륭한 점이 있음을 우리가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율법적 행위는 자신들의 공로에 집착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을 멸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의 추종자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무가치하게 여겼다."

본문은 바리새인과 세리가 성전에 기도하러 간 내용이다. 그런데 자기 공로에 빠진 바리새인들은 기도 중에도 오로지 자기 공로를 말하기에 바쁘다.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이 기도문에 나타나는 바리새인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은 세리와는 다르게 행실이 바르며, 율법도 할 수 있는 한 지나치게 잘 지켜 본디 안식일에만 하면 되는 금식을 기준을 높여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하는, '여분의 공로'가 많이 쌓여있는 의로운 자임을 강조한다.

세리의 기도는 사뭇 다르다. 그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기도한다. 세리가 자신의 삶에서 바리새인과 같은 율법적으로 옳은 행실을 자랑할 것이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맥아더 목사가 이 부분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한 것은, 세리는 하나님의 긍휼을 구했다는 것이고, 바리새인은 하나님께 아무것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리새인이 하나님께 아무것도 구하지 않은 까닭으로 맥아더 목사는 "그 이유는 자신에게는 결여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바리새인은 '자신의 공로'를 앞세웠고, 세리는 '하나님의 긍휼'을 앞서 구했다.

결국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하찮은 지위였던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었던 발판은 그가 하나님의 긍휼, 은혜, 은총을 구한 것이었다. 세리는 자신의 구원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능하지 않음을, 오직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베푸심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고백했다. "세리는 보속의 행위를 하거나 성례나 의식을 거행하거나 선행을 행하지 않고 온전히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 그의 칭의는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온전히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그의 칭의가 믿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의롭다 함, 즉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방도는 인간 자신으로부터 결코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이 비유는 가리키고 있다.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바리새파 사도 바울은 이를 깨닫고 "만일 아브라함이 행위로써 의롭다 하심을 얻었으면 자랑할 것이 있으려니와 하나님 앞에서는 없다"(로마서 4장)고 기록하였다.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를 여는 첫 시작점은 인간의 행위가 아닌 하나님으로부터의 은총임을 구약과 신약, 그리고 그리스도교 역사가 일관되게 지켜오는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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