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프로라이프 두번째 세미나 낙태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다
주요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노형구 기자

‘행동하는 프로라이프’(공동상임대표 이봉화)의 두 번째 세미나인 ‘낙태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다-생산대상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입니다’가 8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HeBrews Co-working Center 김진욱홀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이 주최하고,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주관했다.

조해진 의원은 환영사에서 "낙태의 전면적 허용을 막고자 태아 심박동을 기준으로 생명권을 최대한 보호하되 불가피한 낙태의 허용을 골자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며 "입법시한 직전까지 낙태죄의 입법적 공백이 없도록 조속한 법안 시행을 촉구했지만,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올해부터 낙태는 비범죄화됐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낙태죄 관련 법률이 없는 입법 공백 상태"라고 했다.

이어 "태아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약자보호, 소수자인권의 이야기란 위선이고 거짓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학대하면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게 해놓고선 태아 살해는 무죄라고 하는 세상은 미친 세상"이라며 "낙태법의 공백이 생명 살해 행위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태아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었다. 내 삶에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무참히 살해해도 된다는 생명 경시 행태는 우리와 우리아이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 정권에서 태아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며 "잉태된 생명의 보호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태아와 산모의 생명, 건강, 행복을 실현할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하자"고 했다.

신상현 수도사(꽃동네)는 "'죽음의 문화'는 사랑이 배제된 이념이 생명을 질식시키는 현상이다. 그럴듯한 논리로 고귀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그 뿌리에는 극단적 자유주의, 실천적 유물론, 우생학적 사고, 소비주의, 쾌락주의 등의 이념이 깔려 있다. 인간의 가치를 효율성으로 판단하면서, 낙태와 안락사의 합법화, 중증 장애인을 외면하거나 자살을 미화하는 등의 정당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 두번째 세미나 낙태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다
(왼쪽부터) 좌장에 조해진 의원, 기조발제자로 이상원 교수가 나섰다. ©노형구 기자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신학대학원)는 "최근 관변연구기관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열린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포럼'의 자료를 보면서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단 한 명의 논자도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 거론도 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재생산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동성애 정당화를 담고 있는 주제들이 논자의 글에 삽입돼 있었다. 이 세미나는 현 정부의 편향된 생명윤리와 성윤리 입장에 맞는 연사들로만 구성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예비작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 세미나 참석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회적 합의가 끝난 절대적 권리라고 전제한 뒤 모든 논의를 전개하고 있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키울지, 낙태할지 결정할 권리가 임산부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태아는 임산부의 신체 일부가 아니다. (때문에) 영혼에 있어 독립된 실재인 태아를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그 존폐여부를 권리로서 주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세미나 참석자들은 임신중지에 대해 의료적 지원을 주장하며, 임신중지 수술을 거부하는 의료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법이나 규정을 통해 (의료진을 향해) 강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하고 독재적인 법 만능주의적 발상이다. 즉 의료윤리의 제1강령인 ‘인간 생명을 다양한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을 무너뜨리고, 살아있는 태아를 죽이는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사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미나 참석자들은 임신부의 낙태 여부 결정이 배우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 현행 법 규정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해 배우자의 동의 및 부모의 동의마저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인류의 삶은 연대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12장도 교회를 유기적인 몸으로 비유했다. 다른 지체와의 깊은 연관성과 상호의존성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 인간은 100% 자기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와 노력에 따른 결과로 태어나며, 이후 100% 어머니의 자양분, 부모의 돌봄 등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다"며 "유치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생님들의 양육을 받아야 한 사회인으로 설 수 있다. 이후에도 사회구조망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원을 받고 협력해야 생존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자기결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임산부의 허구적인 자기결정권을 빙자해 출산문제를 배우자와 부모에게서 분리하는 것은 결혼 관계와 가족관계를 해체하는 시도다. 임산부를 비인간적인 관료조직인 국가기관에 종속시키게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의사낙태죄 위헌결정 이후, 프로초이스(Pro-Choice) 진영에서는 낙태죄 완전폐지 등 낙태의 윤리적·의료적 정당화를 위한 후속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 판결문에서도 태아를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는 관점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으로 남녀 생명이 임신 후 각기 40일째, 90일째 시작된다는 생각이 이후 낙태를 정당화시켜주는 사변적 생물학, 뇌파설, 원시선설 등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개신교 정통주의 신학은 임신 이후 모든 단계에서의 태아를 인간으로 본다"며 "이러한 관점을 일관성 있게 견지해야 한다. 태아를 희생시키는 임산부의 행복추구권도 장기적 관점에서 양심의 찔림, 신체적·정신적 휴유증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2차 세미나
홍순철 교수9맨 왼쪽)가 발제를 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홍순철 교수(고려대 의대 산부인과)는 "2018년 당시 나이 40세였던 한 환자는 30세에 결혼한 뒤 10년간 임신노력을 했지만 임신이 되지 않은 채 자궁근종판정을 받고 자궁 적출수술을 앞뒀다. 그런 찰나, 자궁 우측 끝에 태아 심장박동이 보였다. 당시엔 낙태금지법으로 수술이 금지됐었다"며 "환자와의 면담에서 태아를 살리기로 했고, 하나님이 만드신 우리 몸의 신비란 산부인과 의사도 놀라게 했다"고 했다.

이어 "태아는 큰 근종에도 불구, 우측 상복부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잘 자라갔다"며 "그리고 그해 8월, 임신 35주에 제왕절개술을 실시해 아이를 출산했다. 아기는 항상 어두워 웃지 않던 부부를 활짝 웃게 만들어줬다. 당시의 태아보호법, 낙태 금지법에 감사하다"고 했다.

또한 "낙태의 자유화를 위해 미프진(국내에선 미프지미소로 출시)이라는 약을 식약처에서 승인하려고 한다. 이 약의 구성물질인 미소프로스톨은 유도분만 약제로 식약처에서 이미 금지한 것"이라며 "낙태 유도제인 해당 약제의 사용은 분만 이후 출혈과 자궁파열의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식약처가 비의학적 이유로 낙태 유도제인 미프지미소 사용을 허가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의학적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성산 생명윤리연구소는 '낙태 반대 3대 원칙'을 내세웠다. 첫째,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하며 모든 낙태 행위를 반대한다. 둘째, 상업주의를 배격해 낙태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 셋째, 의료진이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숙경 교수(침신대)는 "본격적으로 재생산권이 여성의 권리로 규정된 사건은 유엔 주재로 개최된 1994년 카이로 세계인구대회와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였다"며 "전자가 인구통제 정책을 여성 개인의 재생산권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후자는 재생산권을 여성의 인권으로 등극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1994년 카이로 세계인구대회는 재생산권에 대해서 '사람들이 만족스럽고 안전한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들이 번식할 수 있는 능력, 언제 그리고 얼마나 자주 그렇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며 "여기서 재생산권이라는 개념은 낙태, 피임, 성적 자유를 내포한 것이다. 이 대회는 낙태의 자유라는 숨은 의도를 파악한 보수주의 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하지만) 재생산권을 여성의 권리로 인정해주는 데 무게를 실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선 성 및 재생산권을 여성의 권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규정된 재생산권의 개념엔 논리적 모순이 있다"며 "아동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한 수많은 유엔 규약 및 규정과 논리적으로 충돌한다"고 했다.

현 교수는 "1924년 제네바 아동 권리 선언, 1948년 유엔 인권선언, 1959년 유엔 아동권리선언, 198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은 분명히 보편적 인권에 아동의 인권을 포함시키고 있다"며 "특히 유엔아동권리선언은 서문에서 '아동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하므로 태어나기 이전뿐만 아니라 태어난 이후에도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하여 특별한 보호와 권리를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엔 태아 인권과 존엄성을 마땅히 보호해야 함을 명시했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도 동일하게 차용되고 있다"며 "(때문에) 앞선 두 대회에서 등장한 재생산권은 유엔 규약 및 규정에서 보호하는 아동의 인권과 정면 상충된다. 이러한 논리적 모순은 낙태를 포함한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편적 인권에 근거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사회, 이봉화 대표(행동하는 프로라이프)의 개회사에 이어 발제 순서에선 박상은 원장(안양샘병원)이 '생명, 살려야 한다', Patrick G. Gould 교수(한동대)가 '재생산권은 하나님과 아이에게 있다'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2부 자유토론은 연취현 변호사·전혜성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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