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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일상에 지친 그리스도인에게 ©기윤실 홈페이지 갈무리

작가 이정일 목사가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그리스도인의 조급한 일상 가운데 시적 여유와 위로가 갖는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이 목사는 '시가 주는 위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생 백 년도 몇 억 년을 버틴 암석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한데 그런 짧은 시간도 우리는 서둘러 산다. 서두르지 않아도 짧을 인생을 우리는 조급함으로 더 짧게 만든다. 작은 손해에도 예민하다. 정채봉 시인은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5분만 온대도 원이 없겠다고 했는데1), 우리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다리만 뻗고 잘 수 있어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가난을 같이 겪으며 자랐지만 번듯하게 자리를 잡은 친구들이 마냥 부럽다. 시인 황지우도 그런 시절을 보낸 것 같다. 그도 아내가 일간지에 콩나물을 싸 들고 막다른 골목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시에 썼다.2) 그러면서 주소가 길면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이에게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덧나는 상처다.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전까진 그래도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붙잡고 살았는데, 이젠 이것도 헛것이 되었다. 그래도 꿋꿋이 살아내자고 다짐하지만, 삶이 막막하게 느껴진다. 그런 날엔 내가 사는 집 주소가 긴 것도 신경이 쓰인다. 그때마다 시가 살짝 마음을 만지는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고 하셨고 자신이 우리를 부요케 하시기 위해서 가난해 지셨지만 성도들은 이 비움의 길을 따르지 않고 "가난에 대물림될까 봐 조급해진다"고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특히 "표지가 닳을 정도로 성경을 읽었음에도 사는 게 조급하다. 그럴 때면 시편 73편을 묵상하거나,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묻는다. 모범 답안은 알고 있다. 가난해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면 밝은 가난이고, 가난해서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어두운 가난이 된다"며 "삶을 살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희망, 사랑, 행복, 기쁨, 즐거움 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게 행복이라면,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부자나 권력자가 가장 행복할 것이다. 이게 맞는다면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 1위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잘살게 된 건 분명하지만 많이 지쳐 있다"고 했다.

조급한 일상에 지쳐있는 그리스도인에게 시가 주는 위로도 나눴다. 이 목사는 "살면서 조금씩 깨우친 게 있다. 그중 하나는 몸이든 마음이든 우리는 어딘가 조금씩 아픈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모양으로든 위로가 필요하다. 지치고 외로울 때, 시도 밥심처럼 느껴진다. 시가 할머니나 엄마의 사랑에 비할 바 안 되지만, 시가 주는 위로가 있다는 걸 안다. 우리가 지쳐 그걸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고 했다.

그는 먼저 "이문재의 시 「봄날」이 있다. 시인은 대학 본관 앞에서 좌회전하는 중국집 배달 청년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을 목격한다. 갑자기 멈추어서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한데 시인이 놀란 건 그다음이다. 배달 청년은 휴대 전화를 꺼내더니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찰칵, 찰칵. 그 모습을 보며 시인이 말한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고 했다.

아울러 "함민복의 시 「눈물은 왜 짠가」도 읽고 나면 힘이 된다. 나는 이 시를 읽고 한참 동안 허둥댔다. 어머니는 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온다. 그런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설렁탕집으로 들어가신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지 더위를 안 먹는다고"고 했으며 "복효근의 시 「무심코」를 읽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부부가 말이 없다. 싸운 것이다. 서먹하니 마주한 식탁에서 남자가 명이나물 한 잎 젓가락으로 집어 드는데 끝이 붙어 있다. 그걸 본 아내의 젓가락이 다가와 떼어준다. 무심코 한 행동이다. 아내도 싸운 것을 잊은 것이다. 순간 훈훈해진 남자는 '영화나 한 편 볼까', 말할 뻔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시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위로는 쉬운 것임을 느낀다. 다들 지친 나를 보고 눈치를 보며 머뭇거릴 때, 시가 나를 말없이 안아줄 때가 있다. 그럴 땐 미움도 안으면 따뜻해진다는 게 이해가 된다. 시를 읽다 보니 마음은 비우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같다. 시로 채우는 삶은 행복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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