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3시간 가까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를 비롯, 한반도 현안 공조, 코로나 백신 및 신산업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시대에 양국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대에 발맞춰나가겠다는 결의를 함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워싱턴을 떠나 애틀랜타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페이스북에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평하는 글을 남겼다. 이는 두 나라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이 한국 군 55만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것 등 회담 전반에 만족감을 표시한 표현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기대한 이상의” “최고의 회담”이라고 평가한 것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와 과제를 남겼다. 우선 가장 큰 성과는 한미 양국이 “양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이라고 평가한 데서도 보듯이 흔들리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데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이견이 없음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성과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과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뤄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양국 정상이 합의한 북한의 비핵화는 그동안 미국이 목표로 삼은 ‘완전하게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이중 북한이 강하게 거부해 온 ‘검증 가능’과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이다. 미-북 간의 대화 재개를 바라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미국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명서에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별도로 들어가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고수하되 유연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근본 목표가 바뀐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비핵화 방식이 바로 ‘CVID’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매우 의미있는 성과 중 하나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처음으로 공동성명서에 적시되었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는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는 문구도 있다. 북한의 인권개선 문제는 미국이, 인도적 지원 문제는 한국이 회담 전부터 들고나온 문제다. 결국, 양국이 회담 내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두 가지를 다 넣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짙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북한 인권을 핵심 과제로 제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 의회 내 인권 기구에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것만 봐도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예측이 가능하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한 채 지원 방안에만 골몰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공동성명에 적시된 북한 인권문제가 기자회견에서 일체 언급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양국 간의 시각차가 여전함을 엿볼 수 있다. 또 어떤 면에선 미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북한 김정은 정권을 도우려는 한국 정부의 변함 없는 의지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통하게 될지는 여전히 무거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실마리라도 풀어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공동성명은 반대로 “유엔 안보리 결의 완전 이행”을 적시했다. 즉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는 없다고 확실히 못 박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아가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조건을 묻는 기자에게 “비핵화에 대한 북한 측의 분명한 약속”을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다”고도 했다. 한 마디로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TV 쇼’는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고 미국이 한국 군 55만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것 등을 두고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했다. 정부는 양국 공동성명에서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언급한 것이야말로 “최대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국민은 그 어떤 성과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북한, 중국에 기울어진 외교 안보의 균형 추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계기가 마련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 6.25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다져온 한미동맹이 이번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복원된다면 그보다 더 큰 성과도 없다. 이로써 북한이 핵무장의 환상을 깨고, 스스로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할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