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성 교수
이지성 교수가 NCCK 에큐메니칼 선교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NCCK 영상 캡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29일 오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과 새로운 교회’라는 주제로 에큐메니칼 선교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이지성 교수(루터대 디아코니아 교양대학 교수)가 ‘루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코로나 시대의 교회’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루터, 당신이라면 지금, 여기 코로나19 역병의 한 가운데서 어떻게 살아가시겠습니까?’ 다행스럽게 500년 전에 비슷한 질문을 루터에게 던진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 더 다행스럽게 루터가 그 편지에 답장을 남겨 두었다”며 “루터의 답장은 루터의 저작물 모음인 ‘Luther's Works 43권 Devotional Writing Ⅱ’에 포함되어 있다. ‘Devotional’이라는 제목을 보면 얼핏 큐티나 절기별 묵상 같은 글 모음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어떤 구체적인 상황 앞에서 루터가 겪은 복음적 신앙과 경건의 삶에 대한 기록의 형식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대략 보름스 회의라고 불리는 종교개혁의 주요 계기가 있었던 다음 해인 1522년부터 루터가 사망한 1545년까지의 글들이 담겨 있다. 이 중,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지 Whether One may Flee from a Deadly Plague’ 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글은 1527년 루터의 나이 43세 여름 즈음에 쓰여진 편지 형식의 글로, 루터가 살던 비텐베르크에 중세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이 임파선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던 당시의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코로나19로 인류가 바이러스 감염문제를 심각하게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 편지 또한 중세의 특정한 상황을 대하는 종교개혁자의 설교 예문 정도로 여겼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여기의 상황은 가히 인류 역사상 유럽을 황폐화시킨 악명 높은 ‘흑사병’을 떠 올리게 했고 500년 전 ‘그때 거기’에서의 처방전을 불러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의 ‘떠날 것인가? 머물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벌어진 논쟁을 정리한 후, 루터는 당시 그 문제보다 중요한 필수적인 요소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부연적인 요소로 보이지만 사실, 처방전의 주요 지침들”이라며 “우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한 경고’이다. 루터는 고의적으로 전염병을 확산하는 사람들을 지목하며 살인자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지만, 소극적으로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 즉 이웃을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살인이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특히 “당시에 감염병에 걸린 것을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면 본인이 나을 것이라는 무지하고 그릇된 신앙으로 성행하던 끔찍한 일에 대해 ‘모피 옷에 이를 심고 거실에 파리를 풀어 놓는 장난을 치듯하는 마귀의 짓’이라고 경고한다”며 “루터는 직접 이런 일을 목격한 적은 없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은 지능적이고 고의적인 살인범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네에 숨어있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루터는 이들이 병에 걸렸다면, 의사가 아니라 법관에게 데려가 사형집행을 시켜야 한다고까지 말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 활동에 대한 옹호’의 입장도 주목할 만 하다. 고의로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사람들보다는 악의는 덜 하지만 하나님을 시험하면서 의료적 치료를 거부하고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솔하고 무모한 사람들을 비판한다”며 “입으로는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면서 위험한 장소를 피하지 않고 감염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병을 이겨낼 자신에 차 있는지를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향해 루터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진정으로 돕고자 하신다면 의약품과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으로 도우실 것’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행동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시험하는 행위라고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실 필요가 없으며 옷을 입을 필요가 없고 집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결국 그들은 도시 한복판의 집에 불이 났는데도 불을 끄지 않는 자들로 오히려 불이 온 도시를 집어삼키도록 바라만 보면서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불을 끌 물 없이도 불이 꺼질 것이라 주장하는 반지성적 인간들임을 비판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루터는 지금은 도시에 불이 난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 불을 끄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행동하자고 권고한다. 적극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하고 집과 공용 공간을 소독하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웃들과 가급적 모임을 삼가고 거리두기를 하라고 권하면서 자신의 다짐을 적어 놓았다”며 “확진자에 대한 시선과 태도에 대한 루터의 의견은 더욱 시의적절하다. 주변에 어떤 사람이 전염병에 걸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고 나아가 혐오와 증오심을 갖게 되는데, 루터는 이러한 생각은 악에서 비롯된다고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악은 공포와 걱정을 앞세워 삶의 평안을 뒤흔들어 놓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에 휘둘린 영혼은 절망 속에서 빛과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잊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두고 도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루터가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이웃과 하나님이 부여하신 소명을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며 “자신과 가족들의 위험 앞에서 루터가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단순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웃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가 건네준 전염병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모두 ‘이웃’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들이었다. 우리는 그 처방을 지금, 여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루터는 당시의 상황을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참된 믿음과 이웃 사랑에 대한 시험’라고 불렀다. 코로나19 전염병을 지나면서 ‘지금, 여기’ 한국교회도 시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며 “최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코로나19와 한국교회에 대한 연구’라는 의미 있는 설문을 진행하고 결과를 제공했는데, 상상은 했지만 기독교인·비기독교인 설문 대상 그룹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은 현실로 보인다”며 “간혹 이러한 부정적 요인이 특정 목회자와 교회들 때문이라고 억울해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루터는 오늘 처방전을 통해 ‘이웃 사랑’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진단이 담긴 ‘삶의 자리’와 ‘소명’이라는 처방전을 건네주었다. 사실 루터의 처방전을 현재 상황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특히 그를 악을 물리치고 이웃을 돕기 위해 전염병과 싸워서 인간의 삶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 위인이나 개혁가로 보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위험스러운 적용이다. 500년 전과 후, 전염병으로 인한 세상의 혼란은 그대로이지만 진단을 받아들이고, 복용을 선택한다면 그때 거기와 지금 여기의 상황을 고려한 주의사항도 꼼꼼히 챙겨 읽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제 처방에 따라 약 복용을 선택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몫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이웃 사랑의 ‘소명’을 다하면 된다는 진부한 처방전이 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지 반신반의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사랑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이웃을 대하는 ‘책임’이라는 것을 되새겨 본다. 한국교회는 지금, 여기에서 어떤 책임의 모습을 보여 왔을까? 본훼퍼는 「옥중서신」을 통해 책임적 삶이란 ‘고난에 참여하는 삶’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교회가 겪어온 고난의 흔적들을 들춰 본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어떤 고난과 어떻게 함께 했는지, 한국교회의 ‘삶의 자리’는 어디였는지를 생각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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