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표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표지. ©자료사진

사단법인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NPK)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일성 회고록’에 대해, 법원 등이 그 판매와 배포 금지를 결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28일 발표했다.

NPK는 “NPK 및 여러 시민들이 지난 23일 김일성 회고록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어제(2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심문기일이 진행되었다”며 “피신청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대표(김승균)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향법은 기일변경신청이 불허되었는데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NPK는 자유체제 수호를 위한 근본 조치로서 김일성 회고록 판매·배포 금지가 조속히 실행되어야 함을 내일(29일) 심의를 앞둔 간행물윤리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관련 기관에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김일성 회고록은 법원이 인정하는 대표적인 이적표현물로, 권당 수십 개의 개별 장들이 다 독립적인 세뇌 학습 교재로 사용되는 북한 전체주의 최고의 경전에 해당하는 책”이라며 “70년 동안 지속된 조작과 거짓의 극치라 할 수 있고, 다른 언론·출판물들의 원전이라 할 수 있기에 이의 유통은 북정권의 모든 체제 선전물들이 제한 없이 유통되고, 강연회·독서모임·관련 내용 공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계기를 이루어 사실상 국가보안법의 무력화와 폐지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보안법의 이론적 바탕인 방어적 민주주의론이 수십 년 전 남용된 사례가 전무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하는 정을 알면서’라는 단서가 추가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엄격하게 하는 전통이 법원에 확립되어, 현재는 과다적용보다 과소적용을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NPK는 “원로 헌법학자인 계희열 교수에 따르면, 형식적 민주주의의 자기파괴성을 넘어 가치구속적 민주주의를 추구함에 방어적 민주주의론의 본령이 놓여져 있다고 한다”며 “민주주의를 철저한 가치상대주의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면 누구든지 다수의 지지를 얻기만 하면 전체주의정당과 같은 반민주주의세력도 집권할 수 있게 되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 민주주의를 제거해 버릴 수도 있게 된다. 실제로 바이마르공화국의 붕괴와 나치의 집권은 이런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2차대전 후 서독은 역사적 경험을 기초로 위헌정당해산제, 기본권실효제와 같은 방어적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될 수 없는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간주하였고, 이는 우리 헌법 제4조와 국가보안법에도 동일한 문구로 규정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일성 회고록의 배후에는 체제를 대치하고 있는 전체주의 (준)국가기구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차원이 다른 후속 행위가 뒤따를 것을 예상해야 한다”며 “김일성 회고록을 판매·배포하는 조직은 결코 고립된 개인 출판사라 볼 수 없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은 체제 선전과 대남 공작에 중요한 노력을 멈춘 적이 없고, 유일사상에 기반한 체제 선전의 핵심인 김일성 회고록의 대남 유통에 초연한 입장을 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제를 대치하고 있는 전체주의 (준)국가기구가 배후에 있을 때, 그 경전급의 선전물은 단순히 ‘사상의 자유시장’을 통해 걸러질 ‘표현의 자유’ 차원에 있지 않게 된다”며 “70년 쌓아 올린 조직적인 왜곡과 거짓이 판치게 되며, 수천 가지도 넘을 그 거짓을 밝히고 교정하는 속도보다 거짓이 퍼지고 사회를 전복하는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NPK는 “유엔북한인권보고서(COI) 요약본 제26항 또한 ‘북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국가적 정보를 완전히 독점하고, 조직화된 사회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며 “이처럼 엄연한 현실에 자꾸 눈을 감고, 우리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 강변하는 것은 20세기 인류가 겪은 세계사적 대참화의 경험을 무시하고 우물안 개구리 식의 국가정책을 내세우는 것으로, 무책임하며 사실은 속임수에 가까운 입장”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의 실상을 알기 위해 이 책의 일반 유통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들려온다”며 “이 책의 내용은 실상이 아니라 정교한 조작이며, 공산주의식 세뇌인 영혼의 엔지니어링이다. 80년대 대학가에서 이 책을 접하고 평생 그 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보고가 수없이 전해진다”고 했다.

이들은 “전체주의 선전 조작이 고도의 예술 수준에 이르러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일반인의 감정적 반응을 고강도로 유도할 수 있음을 절대 경시해서는 안된다”며 “대한민국 전체를 80년대 대학가로 만들 심산인가? 해방되어 잠시 자유를 누리다가 그 자유를 남용하여 자유를 잃고 다시 노예의 멍에를 메게 되었던 인류사의 반복된 패턴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NPK는 “결국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가치를 제대로 수호하려는 민주주의자라면 정보 유입의 절대적 비대칭 상황에서 전체주의 국가 선전의 문호만을 완전히 개방하자는 주장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구나 김일성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공인하고 있는 전쟁범죄자요, 반인도범죄자”라고 했다.

아울러 “COI 보고서 요약본 제75항에 쓰인 바와 같이 ‘북한 내에서 반인도범죄가 저질러졌으며, 이는 북한의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따른 것이다’라는 사실은 이제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이 되었고, 가장 강력한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무고한 사람들의 인간존엄성을 파괴해 온 인류 최악의 범죄자를 거짓으로 미화 찬양한 책을 일반에 유통케 함은 자유체제 수호를 위한 근본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정신적 차원에서 핵가방을 적에게 건네주는 것에 비견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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