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데이비드 플랫(David Platt)이 쓴 『래디컬』(Radical) 이란 책이 있다. 수년 전 번역본이 출간되어 센세이셔널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책은 마지막 때에 근본적이면서도 급진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따라 살라고 도전한다. ‘래디컬’(radical)이란 말은 ‘급진적’이란 말로, 보수 기독교인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용어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A.D 1세기의 제자들에게는 이 ‘radical’(급진적)이란 말과 ‘normal’(정상적)란 단어가 동의어였다.

[2] 원래 복음은 목숨을 걸고 희생과 고난을 각오해야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그리스도인의 기준이 너무 낮아지는 바람에 예수님 당시는 동의어였던 두 단어가 지금은 반의어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사복음서를 보면 제자들과 바울이 가는 곳곳마다 소동이 일어났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니 ‘온 성이 소동하여’ 이르되 이는 누구냐 하거늘”(마 21:10)

[3] “이 소리가 나매 큰 무리가 모여 각각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소동하여’”(행 2:6) “............. ‘천하를 어지럽게 하던 이 사람들’이 여기도 이르매”(행 17:6b).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이 가는 곳마다 소동이 일어났고, 그들을 가리켜 이스라엘 백성들이 ‘천하를 어지럽게 사람들’이라 표현한 게 보이는가?

[4] 바울은 예수님 만나기 전에도 조용하거나 잔잔한 발걸음의 사람이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주었으며, 스데반이 돌에 맞아 순교했을 때는 지극히 마땅하게 여겼던 장본인이었다(행 8:1). 그의 행보는 이전부터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을 만나 복음을 제대로 깨달은 이후부터 그의 행보는 완전히 정반대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후로 그는 이전보다 더 래디컬하게 살다가 순교의 제물로 드려졌다.

[5] 어느 초등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미술 시간이에요. 오늘은 목장 풍경을 한번 그려보세요.”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네!”하고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그림을 보고는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다 한 아이의 자리에 간 선생님은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도화지는 백지 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당황해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6] “넌 어떤 그림을 그린 거니?”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요.” “그런데 풀은 어디 있니?” “소가 다 먹었어요.” “소는 어디 있니?”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선생님도 참, 소가 풀을 다 먹었는데 거기 있겠어요?” 풀을 뜯어먹고 배가 부른 소가 그 자리에 있을 리가 있겠는가?

[7] 온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는 소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그렇다. 복음을 접한 자나 성령 충만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리를 제대로 깨닫거나 성령에 지배를 받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두루 다니며 세상을 선한 의미로 소란케 하고 뒤집어엎는 일을 하지 않겠는가? 예수님이 잡혀가시자 배반했던 제자들의 모습과 성령에 사로잡힌 제자들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라졌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8] 그렇다. 이게 바로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다. 래디컬한 사람 말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라오디게아 교인들처럼 뜨뜻미지근하여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팍팍 끼치고 살기는커녕 스스로의 신앙생활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무력한 자로 살고 있진 않은가?

참 진리와 성령에 지배를 받은 자답게 세상에 선한 영향 팍팍 끼치며 살아감으로 ‘래디컬’(radical)이란 말이 ‘정상적인’(normal)이란 단어의 반대어가 아니라, 유사어로 새롭게 인식되게 만드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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