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변호사
정소영 미국 변호사

필자는 기독교 신앙의 대전제가 창세기 1-3장이라고 생각한다.

천지창조와 타락, 그리고 구원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의 드라마가 이 세 장의 성경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한 장만 꼽으라면 창세기 1장이다. 창세기 1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랑과 선으로 충만한 신의 존재를 말해주고, 그 신이 가장 아름답고 선한 목적으로 천지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창세기 1장에서도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인간의 창조' 장면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말씀하신다. 인간이 피조세계에서 다른 동물들과 다른, 특별한 위치를 가지게 된 이유가 바로 우리는 창조주의 형상을 닮은 그의 자녀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기독교는 이러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성립된 종교이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에는 창조주가 부여하신 고유한 목적과 뜻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천부 인권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성경은 한 인간의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지구상에 존재했던 역대 제국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늘날에도 한 인간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장차 있을 심판대에 서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영생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제국도, 페르시아 제국도, 몽골이나 로마제국도 모두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이름 모를 민초의 생명은 영원한 것이다.

이런 기독교의 내러티브가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마치 판타지 소설처럼 들리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자연을 바라보며 창조주의 손길을 느끼고, 성경에 나오는 허다한 믿음의 증인들의 증언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또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역사하셔서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특별한 만남과 의미를 창조하시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계시는 하나님을 신뢰한다. 그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그런데 현대사회, 특히 기독교 신앙을 근본으로 하던 서구 사회로부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인간에 대한 관점에 급속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조작도 가능하고, 부부가 아닌 사람들의 정자와 난자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결합시키기도 하는 등, 인간이 더 이상 불가침의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 원하면 만들어 낼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의 형상으로 격하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간관을 가진 사람들은 입으로는 인간이 존엄하다고 말하고, 인간의 생명이 귀하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그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행동과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 핫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낙태와 자발적 비혼 출산의 문제이다. 한편의 프로 초이스(Pro-choice) 집단인 낙태 찬성론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한 여자의 선택으로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는 아직 사람이 아니므로 엄마의 임의대로, 사회 경제적인 이유가 있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한편의 프로 초이스(Pro-choice) 집단은 이와는 정반대로 여자가 원하기만 하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계 방송인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이 화제가 되면서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아버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엄마가 가지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존재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들 모두는 생명에 대한 주권이 창조주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과 선택에 따라 한 생명이 세상 나서 살아갈 권리를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주류가 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말, '인권'이라는 말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인간이 지극한 교만과 이기심으로 결국 스스로 멸망의 길을 향해 저벅 저벅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해 인간의 선택과 주권을 주장하는 바로 그 논리와 근거로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생명에 대한 가치도 재단되게 되는 세상이 곧 올 것만 같다. 낙태와 비혼 출산이 자유롭게 되면 인간의 품위 있는 죽음을 이유로 안락사가 허용될 것이고, 건강하고 경제력이 있으며,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사회가 인정하고 선택하는 사람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지나 않을까?

제발 인생 좀 순리대로 살자. 인생은 하나님 아버지께로부터 와서 다시 그분께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 가운데 결핍도 있고, 고통도 있을 것이지만 겸손과 인내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거룩을 추구하는 고상한 인간의 모습,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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