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변호사
정소영 미국 변호사

너무도 흥미진진한 양상으로 펼쳐진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이 'A 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국가의 혼을 위한 싸움)'이었다는 것은 참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국가의 혼을 얻기 위한 전쟁'이라는 바이든의 선전포고에 공화당 트럼프 진영에서는 'Save the America's Soul (미국의 혼을 구하자)'로 맞받아쳤다. 대통령 선거가 경제나 외교와 같은 현안에 대한 정책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혼'을 두고 하는 싸움이라니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일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국민들은 단순히 당파적 선호도나 정책적 판단을 기준으로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적, 철학적, 도덕적 기준과 상태에 따라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정치철학에서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나 군사적인 보호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국가라는 공동체 내에서 '정의', '덕', 또는 '선'을 실현하여 시민들의 궁극적인 행복을 이루어 내는데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함으로써 한 국가 공동체가 가져야 할 정신이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미국의 혼, 즉, 국가 공동체의 정신, 도덕적 비전, 또는 궁극적인 선은 무엇일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인간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과 법 앞에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타락한 인간은 철저한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 시스템 없이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사회를 이룰 수 없다고 믿었다.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시스템, 그리고 독특한 배심원 제도 등,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제도들은 이러한 기독교적 원리에 의해 세워졌고,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만약 미국에 국가의 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독교 정신, 또는 기독교적 가치에 기반한 도덕일 것이다.

그런데 극도로 세속화된 오늘날의 미국은 다양한 인본주의 사상과 철학들이 사회 곳곳, 특히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지성계에 파고들어 과거의 미국과는 확연히 다른 정신과 혼을 가진 나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 미국의 혼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모두 허물어뜨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다. 특히 '성윤리'와 '생명윤리'의 영역에서는 쓰나미에 휩쓸려가듯 과거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던 기독교적 윤리와 도덕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형법상 처벌 대상이었던 동성애가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인권의 영역으로 들어오더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 '성' 행위의 하나로 권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미국의 유명인들은 스스럼없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동성결혼과 대리모 출산, 입양 등을 통해 가족을 이루면서 가정과 결혼에 관한 기독교적인 '정의(definition)'를 바꾸어 버렸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분명히 동성애가 하나님 앞에 죄이며, 하나님께서 가증하게 여기시는 것이라 말씀하고 계시는데도 이러한 시류에 부합하여 일부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동성애 역시 정상적이고 아름다운 인간 '사랑'의 한 형태라고 포장하고, 성경말씀을 왜곡하여 해석하면서 동성애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프로-초이스 (Pro-Choice), 즉 '인간의 선택'을 선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태아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존귀한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숙주인 여성에 몸에 기생하는 세포로 여겨 낙태를 비범죄화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여성의 당연한 권리로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개인적인 약점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와 도덕의 기반인 기독교 정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았다. 지금까지 미국의 많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품이나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흠모할 만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미국의 혼이었던 기독교 정신을 구하기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것이 아니었나 싶다.

반면에 바이든은 세속적 인본주의 도덕과 포스트모더니즘적 인권 및 정치적 올바름 등을 대변하는 후보로서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왔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남의 나라 미국의 '혼'은 국민이 선택한 방향을 따라 그 갈 길을 갈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혼'은 어떤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동성애를 옹호하고 특별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슈퍼 여당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고, 올해 말로 낙태죄가 폐지되고 낙태가 전면 허용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코로나 시국에 정부는 신앙과 양심의 자유는 억압하면서 유흥과 여가활동은 적극 지원하는 기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의 혼이 전통적인 유교적 도덕과 새롭게 대한민국 건국의 기반이 되었던 기독교 정신이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혼은 무엇을 토대로 서 있는 것일까?

'국가의 혼을 위한 싸움'은 이제 더 이상 그저 멀리 있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정소영(미국변호사/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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