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진 박사
고세진 박사

우리에게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두 개의 국경일들이 공교롭게도 8·15에 겹칩니다.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라고 지키지만, 1948년 8월 15일은 잘 지키지 않고 오히려 그 날에 대한 논란을 일으킵니다. 이 두 날에 대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는 외국과 싸워 이기고 새롭게 출발하는 나라에게는 두 개의 기념일이 생겨납니다. 하나는 ‘독립기념일’입니다. 그것은 이제 외국의 간섭이 없이 스스로 서는 나라가 되었음을 천명하는 날입니다. 또 하나는 ‘건국일’입니다. 이 날은 국가의 삼대요소인 영토, 국민, 주권이 뚜렷하게 확립되어 새 나라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독립기념일’이 곧 ‘건국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강대국들 때문에 해방절인 ‘광복절’이 있어서 국가 출범시기에 세 가지의 절기가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것들을 섬세하게 구분하여 가르치고 정확하게 지킴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든든히 하고 역사에 대한 국민의 자부심을 튼튼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로 잘 지키고 있습니다. 일본이 조선에서 물러 간 이 날을 우리는 광복절(光復節)이라는 감성적인 말로 국경일을 삼고 있습니다. 어두움에서 빛을 다시 찾았다는 시적(詩的) 의미로 일본의 점령에서 해방되었음을 나타낸 것인데, 1940년대에는 멋진 단어였겠지만 지금은 퇴색되어 있습니다. 이 단어는 ‘해방절(解放節)’이라는 직설적인 말로 바꾸면 더 쉽게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북한의 조인공은 이 날을 ‘조국해방기념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지키고 있는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해 왔는데 ‘해방절’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Liberation Day라고 쓰면 좋을 것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 8월 15일인 1948년 8월 15일에서 발생합니다. 이 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날에 대한 혼란스러운 주장들이 많으나, 저의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날은 대한민국이 출범한 날로써 건국절(National Foundation Day)이라고 하고 동시에 독립국으로써 나라를 이끌기 시작한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라고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매년 8월 15일 기념식은 두 개의 국경일을 겸하여 지켜야 합니다. 광복절(해방절)과 건국절(겸 독립기념일) 입니다. 그래서 올해 8월 15일 기념식은 ‘해방 75주년, 건국 72주년 기념식’이라고 하면 딱 맞습니다.

물론, 저는 건국절이라는 말을 쓰면 북한(조인공)을 배제하게 된다는 둥, 단군의 건국을 부정하게 된다는 둥, 임시정부를 망명정부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는 둥, 한국을 신생국이 되게 한다는 둥, 여러가지 잡다한 의견들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것들은 대론(大論)이 못 되며 한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적 큰 그림을 알지 못하거나 오적용한 이론들입니다. 이런 주장들은 특히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다른 것들에 중점을 두는 일임을 말해 두고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니 하나씩 논박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런 논란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생일을 안 지키고 건국의 아버지들에 대한 경의도 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에 생일도 부모도 없는 고아같은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은 큰 잘못이며 우리에게 당당한 건국의 주역들과 건국일이 있음을 가르치고 높혀야 합니다. 저는 근래에 심각한 역사 왜곡을 보다 못해서, "오직 역사는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글을 씁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에서 벗어 난 해방은 조선(朝鮮, 1392~1897)의 말미에 붙은 대한제국(大韓帝國, 1897년 10월 12일~1910년 8월 29일)과 거기에 이어진 일본의 식민지 (1910년 8월 29일~1945년 8월 15일)가 일본이라는 나라에게서 해방된 것입니다. 이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논문들과 소설들과 강의에는, 저자가 조선과 대한제국과 신민지 시대를 ‘한국’이라고 통칭하며 무질서하게 서술하여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간혹 봅니다. (특히 외국책과 문서를 번역한 것에서 이런 현상이 보이는데, 영문에서는 조선, 조선식민지, 북한, 남한, 한국, 한반도, 이런 단어들을 모두 ‘Korea’라는 단어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을 한국문서로 번역할 때에는 적절한 한글 단어를 찾아서 대입을 해야 합니다.) 좌우간 조선, 대한제국, 일본식민지, 대한민국은 연대적으로 순차적인 것이고 섞어서는 안 됩니다. 즉, 해방은 대한민국 이전 사건입니다.

그런데 한반도에게 다가 온 해방은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두 번이나 투하했기 때문에 온 것입니다. 조선인들이 노력은 했지만, 쟁취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3년 동안 미국이 군정청 ‘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을 세워서 미군 제24군단이 1945년 9월 8일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식민지에서 해방된 한반도의 38도선 남쪽을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소련은 김일성 괴뢰정당을 내세워서 38도선 이북에서 공산정권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스스로 외국군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한 나라들 (예를 들면, 미국, 이스라엘)과 한반도의 경우가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이 아닌 제삼자와 협력해서 나라를 세워야 했고 그러다 보니 나라가 두 동강이 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우리가 스스로 해방을 쟁취했다고 말한 정부 수반의 말은 오류입니다.

이 기간은 한반도 안에 정치적으로 이념과 이념이 대립하는 쟁투기간이었고 봉건주의와 식민주의가 무너지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답을 찾으려고 애쓰며 혼란을 겪던 때였습니다.

이 3년 동안의 과도기에 대한민국이 잉태되고 출생한 것입니다. 유엔 결의(1948. 2.)에 따라서, 한국에서 1948년 5월 10일에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인 투표가 이루어졌고, 5월 31일에 국회를 개원했으며 7월 17일에 헌법이 공포되었고 7월 20일에는 제헌국회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였습니다.

이어서 7월 24일에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이 취임하였고 다음 달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수립이 정식으로 국내외에 선포되었습니다. 즉, 건국절(National Foundation Day)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시에 이 날을 우리나라의 독자적 행보가 시작된 독립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날은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도 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1910년 8월 29일에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로 합병하여 조선인의 주권이 말살시킨지 만 38년 만에 정식으로 완전하게 주권을 회복한 국민과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즉, 이 날이 대한민국의 출생일이고 건국일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와 관련된 당시의 모든 것에 건국이라는 단어를 넣어야 합니다. 건국 투표, 건국 국회, 건국 대통령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 선포 등등 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생일, 즉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일’ 입니다. 이 날에 우리는 영토와 국민과 온전한 주권을 가진 나라가 된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토양은 대한제국이 무너진 후의 일본 식민지였습니다. 대한제국이 망한 후에 이름도 없이 조선이라고 대충 불리우던 일본의 식민지입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 남의 나라 중국에서 불완전하게 정부형태를 유지한 망명정부인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보는 것은 비약이 심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보더라도, 망명정부가 들어와서 나라를 세우면 그때부터 국가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임시정부를 그대로 가져다가 독립된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닙니다. 그랬더라면, 1919년을 건국절로 삼을 건데기가 조금 생깁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온갖 테러와 방해공작으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고 마지막 주석이었던 이승만을 반대하고 임시정부와 상관없는 공산정권을 세우려다가 안 되니까 북한에 조인공을 세운 것입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전대미문의 동족상잔 6.25 남침전쟁을 일으켜서 선량한 동족들을 죽인 것입니다. 따라서 임시정부를 애초부터 버린 공산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의 건국절인 1948. 8. 15.을 부정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이런 시도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표류하게 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됩니다.

그리고 상해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시작이라고 하면, 1948년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기 위해서 신명을 바친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폐 일언하고 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와 현재 대한민국 사이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같을 지언정, 1948년에 출범한 대한민국은 전혀 새로운 나라이었습니다. 이 점을 간과하고 이름에 집착하여 상해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시발점으로 하려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상해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임시정부일 뿐이며 국가는 아니고, 뜨거운 독립운동의 큰 줄기라고 보아야 하며, 대한민국의 '발아기'라고 하는 것이 맞고, 우리는 그 정신을 이어서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출범한 날인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이라고 함이 타당합니다. 그런 면에서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모체 또는 못자리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결혼기념일은 결혼식을 한 날입니다. 약혼식을 한 날을 결혼기념일로 지키는 부부는 없습니다. 임시정부는 아직 모든 것이 불비한 가운데 한 약혼식입니다. 그것을 이어서 몇 년 후에 동네 지인들의 도움을 힘입어 결혼식이 된 겁니다. 그러므로 결혼식 날인 1948. 8. 15.을 건국일 즉 독립기념일이라고 함이 마땅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수반께서도 이 점을 깨우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독립운동가 정인보 선생(1893∼1950)께서 작사하시고 윤용하 선생(1922∼1965)이 작곡하신 ‘광복절 노래’는 이렇게 읊고 있습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이 노래에서 ‘사십 년’이라고 한 것은 무슨 뜻일까요? 1910년 8월 29일에 대한제국의 국권을 잃은 때(한일합방, 경술국치)부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선포까지를 말합니다. 만으로 38년이지만, 당시에 통상 일제시대 36년, 미군정 4년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 둘을 합치면 36 + 4 = 40년이 됩니다. 그래서 노래에서 <이 날이 삼십 팔 년>이라고 하면 운율을 맞추기도 힘들었기에 시중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도입해서 구어적(口語的)으로 ‘사십 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이 노래를 ‘광복절 노래’ 라고 하였을까요? 이것은 1945. 8. 15.의 광복(해방)만을 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노래는 1949년 10월 1일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부탁을 받아서 정인보 선생님께서 작사하셨습니다. 즉, 이 때는 1945년 8월 15일의 해방과 1948년 8월 15일 건국을 다 합쳐서 ‘광복’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래서 광복이라는 단어가 두루뭉수리 하게 사용된 것을 다시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말한대로, 우리에게는 1945년의 해방은 해방일 뿐이고 진정한 독립은 아니었습니다. 미군정 3년을 거친 후에 1948년에 건국을 선포할 때에 독립국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두 개의 국경일들이 공교롭게도 8월 15일에 겹치는 바람에 ‘해방절’과 ‘건국절, 독립기념일’이 비빔밥이 되어서 혼란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것을 선명하게 둘로 갈라서 1945년 8월 15일은 ‘해방절’이라고 하고 1948년 8월 15일은 ‘독립기념일’이며 동시에 ‘건국절’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란을 초래하는 그 멋진 말 ‘광복’이란 단어는 국경일 이름으로는 쓰지 않거나 뜻을 명확하게 해서 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한 이스라엘은 1945년 5월 14일에 독립을 선포했고 그 날부터 건국으로 계산합니다. 즉 독립기념일이 건국절인 셈입니다. 미국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1776년 7월 3일에 독립을 했으나 4일에 반포가 되었다고 해서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새기며 국가의 역사도 그 날로부터 계산합니다. 이 나라들은 우리의 미군정시대 같은 과도기가 없었기 때문에 해방절 없이 독립과 건국이 바로 붙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노래는 ‘광복절 노래’라고 하지 말고 ‘독립기념일의 노래 또는 건국절 노래’라고 해야 합니다. 아니면 ‘건국절 노래’를 따로 지어야 합니다. 좌우간, 우리는 ‘광복’이라는 단어에 걸쳐있는 많은 가지들을 쳐 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부르고 씁시다.

①1945년 8월 15일 = 광복절, 해방절
②1948년 8월 15일 = 건국절 겸 독립기념일
③달력에 기록을 하거나, 달력을 만들 때는 8월 15일에 광복절이라고 써 놓지 말고 ‘해방절’ 및 ‘건국절, 독립기념일’이라고 씁시다. 이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냥 광복절이라고 써 놓으니, 건국절을 망각하게 됩니다. 기념해야 할 8월 15일 두 개를 다 표시합시다.
④그런 맥락에서 8월 15일에 기념식을 할 때에는 일본에서 해방된 것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 때문에 광복회 회장이 예식사를 하고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행사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한 겹의 8월 15일를 겸해서 기념해야 합니다. 즉, ‘건국절 및 독립기념일’ 입니다. 그래서 이날에 건국에 대한 예식과 기림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⑤‘광복’이라는 단어는 해방이라는 뜻으로만 씁시다.
⑥‘광복절 노래’는 ‘독립기념일 노래’ 또는 ‘건국절 노래’라고 개명하던지 ‘건국절 노래’를 따로 만듭시다.
⑦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이라고 부릅시다.

2020. 8. 12.
고세진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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