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10일 현재 5만7천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의 마감은 오는 9월 3일이며 이 기간 내에 20만 명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답변해야 한다.

지금 북한에는 6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강제로 억류되어 있다. 이들 중 세 명은 선교사로 북한주민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 2013년과 2014년에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다. 이들은 무기노동교화형(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하루에 10시간씩 7~8년째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들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대통령의 평양 방문, 예술단 평양공연 등 잇따라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었으나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송환문제는 단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우리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퍼주기식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대가로든 억류자 송환을 요청한 적이 없다.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이런 방관자적 자세는 지구 끝까지라도 가서 자국민을 구출하는 미국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생환을 위해서라면 그 어느 협상보다 최우선적으로 대응해왔다. 2012년 11월 종교 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되었다가 735일 만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인 케네스 배(배준호)가 이 같은 사실을 증언해 주고 있다.

그 후 미국은 간첩 혐의와 반공화국 적대혐의로 북한이 억류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 등 3명을 끈질긴 협상 끝에 미국으로 송환했다.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오토 웜비어는 관광차 평양에 갔다가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되었다가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극적으로 풀려났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로 가족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국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지는 지난 달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한 답변 내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북한에 억류중인 김정국·김국기·최춘길 선교사의 사진(나머지 3인은 신변안전 문제상 비공개)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누군지 아느냐”고 묻자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지 의원이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을 모르는가”라고 재차 묻자 이 후보자는 그제서야 “제가 그 여섯 분이 북에 억류되어 있거나 이런 사정에 대해서 모르는 건 아니고…”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임명장을 받자마자 남북 교류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물물교환 형태의 교역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 통일부 장관의 의지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8월 5일 한국의 한 대북 사업단체가 중국 회사의 중개로 개성 고려인삼술, 류경소주, 들쭉술 등 북한 술 35종을 국내로 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역이 시사하는 바는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급한 ‘북한 대동강 술과 우리 쌀 물물 교환’ 구상이 조기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35종의 북한 술을 들여오는 대신 현금이 아닌 설탕을 주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도 통일부장관이 밝힌 구상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는 “선교사 분들을 비롯해서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남으로 돌아오실 수 있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장관이 된 후에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의지를 밖으로 내비친 적이 없다. 이런 마당에 장관이 북한 술 물물교역을 밝힌 후에 바로 민간 사업체가 북한술 35종 국내 반입 계약 체결 사실이 알려지고 나니 자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북한 술을 들여와 마시게 하는 게 더 급한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북한 억류 국민의 송환문제를 거론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정부가 이 문제를 쉬쉬하는 분위기로 볼 때 정식 의제로 거론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극진한 환대를 받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에도 오르고, 돌아와 북한으로부터 송이버섯을 선물 받았다며 언론에 공개하면서 한반도 화해와 평화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존재는 깡그리 잊히고 그들의 인권은 다시한번 철저히 짓밟히는 셈이 됐다.

정부는 헌법에 따라 국제법상 불법으로 납북 억류중인 우리 국민의 석방 소환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직무유기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강제 억류되어 10년 가까이 생사여부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장관조차 아무 관심이 없으니 국민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겠는가.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인권 보호 대신 북한 술을 들여오는 일을 우선하고 있는 현실만 봐도 이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그 나라가 맞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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