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마른 중풍

중풍은 1회차 발병 후 3주에서 3개월 내에 내원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중풍은 미리 찾아내면 겁먹을 필요가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MRI, MRA나 CT에만 의지하는 현 상황에서는 답이 없어 보인다. 중풍은 발병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망하거나 사망보다 더 잔인한 후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전사자보다 더 고통받는 이가 상이군인일 수 있는데, 중풍 환자들이 그렇다. 몰라서 그렇지 중풍은 결코 난치병이 아니다.

마른 중풍이 있다. 아주 깐깐하게 생긴 남자 환자분이 진료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들어오셨다. 방금 잡혀 올라온 문어처럼 휘청거리는 게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 같다. 순간적으로 '술을 드셨나'란 생각이 들었다. 음주 환자는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팔과 목의 근육이 발달해 있는 걸 보니 평소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분명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는지요?"

"그저께부터 갑자기 말이 잘 안 나오고 혀가 이상해요. 걸음도 꼭 술 취한 사람 같고.... 특히 왼쪽에 힘이 없어 그쪽으로 넘어지려 하는데 왜 그러는 겁니까?"

"운동을 많이 하시나 봐요. 몸에 근육도 많고 군살이 없네요."

"하루에 6, 7시간씩 운동해요. 아침마다 산에 올라가 운동을 하고 매일 마라톤 10㎞를 뜁니다. 지는 걸 싫어해서 누가 역기를 50개 들면 저는 70개를 들어요. 줄넘기도 배드민턴도 무조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했지요."

"뇌경색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보입니다."

"운동을 이렇게 많이 하는데 무슨 놈의 중풍...."

"뇌경색은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생깁니다. 운동 부족이나 당뇨 등 여러 요인으로 혈관에 질 나쁜 기름이 많아질 때 더욱 쉽게 발생하지만, 선생님은 특별한 경우인 것으로 보입니다. 운동이 지나치면 팔다리 등에 있는 근육으로 혈액이 많이 보내져 뇌로 가는 혈액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집니다. 허혈, 즉 피가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굉장히 드문 경우예요. 원래 중풍은 중간급 이상의 뇌혈관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검사로 드러나기 때문에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 중인 중풍을 알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운 거지요. 하지만 우리는 중풍을 판정할 때 MRI나 CT보다 우선하는 진찰과 검사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분 얼굴의 특징적 변화로는 눈꺼풀이 내려앉았고 눈동자가 풀어져 보이며, 입술은 암적색에 검은 줄이 많았다. 얼굴도 붉어져 있고, 혀는 암적색으로 얼룩이 많고, 씹힌 자국도 많이 나 있었다.

3회 치료를 진행한 날, 그가 말문을 열었다. 왼쪽 몸의 마비감이 거의 풀렸단다. 7회차 때는 전체적인 증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제자리 회전 때에만 약간 흔들릴 뿐이었다. 칼날같이 고지식해 보이던 얼굴에서 미소가 번져 나왔다. 치료가 종료되던 날, 앞으로의 결심이라고 이야기했다.

"운동은 3시간 이상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성격도 느긋하게 만들고 남을 이기려고 무리하지 않을 거고요."

"그럼요. 경쟁하지 마시고 마음을 편하게 잡숫는 게 좋습니다."

운동 과잉으로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반대로 뇌로 올라가는 혈액량은 줄어든다. 거기에 호흡이 빨라지고 땀 배출도 지나치게 되면 혈액이 끈적해진다. 뇌로 가는 혈액량이 정상치 이하로 떨어지면, 뇌혈관의 허혈성 변화를 동반한 진행성 중풍이 일어난다.

젊은 중풍

분당에서 진료할 때였다. 바싹 마른 30대 초반의 엄마가 두 살, 네 살 된 오누이를 데리고 내원했다. 기름기 한 점 없는 초췌한 얼굴과 힘겨운 세월을 살았음을 알려주는 지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남편이 공군 정비담당 부사관이었어요. 6개월 전인 토요일 저녁 10시경에 남편이 집에 들어와 피곤하다며 라면을 끓여달라는 거예요.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저는 아이들과의 전쟁에 지쳐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거실로 나왔더니...."

남편이 라면을 입에 머금은 채 다른 세상으로 떠나 있었다는 것이다. 충격으로 두 달 이상 식사를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바짝 마르게 된 것이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거기 있는 것이 낫다.

대학병원에서 의료 사고로 남편을 잃은 모 극장의 여성 대표는 필자에게 치료를 받으며 이렇게 넋두리를 하곤 했다.

"그에게 빨리 가고 싶어요. 무덤 옆자리를 비워놓고 죽을 날만 기다려요...."

필자는 1992년에 겪었던 교통사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죽었다 살아나며 보았던 천국 얘기를 해주었다. 천국이 얼마나 아름답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편안한 얼굴로 살고 있는지 설명한 것이다. 지옥은 완전히 반대, 처절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대표님이 그토록 사랑한 그분은 반드시 천국 사람일 겁니다. 그분께서는 욕심 구덩이인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대표님을 걱정하고 계실 겁니다. 살아 있는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삶을 살다가 미련 없이 갑시다."

애기 엄마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로 위로했지만, 엄마 옆에 매미처럼 딱 붙어 있던 아이들의 눈이 필자의 혀를 붙잡고 늘어져 말이 자꾸 삐끗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젊은 그의 남편도 중풍으로 타계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0만5천 명 정도의 중풍 환자가 발생하는데, 젊은 층(15~45세) 중풍이 3년 사이에 56%가 늘어나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젊은이도 중풍에 걸린다. 뇌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반신마비와 언어장애가 일어나고, 심하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젊어서 걸리는 중풍이 고령 중풍보다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 중풍에는 나이가 없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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