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 교수
이재열 교수가 한목협·한기언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한기언)이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교회에서 ‘코로나19 이후 문명적 전환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포스트 코로나19 연구 프로젝트’ 제1차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재열 교수(서울대 사회학)는 ‘초연결 언택트 사회의 명암’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공상 같은 현실이 시작됐다. 익숙했던 일상은 사라졌다. 판데믹이 가속한 ‘초연결 언택트 사회’는 오프라인의 거리 두기와 온라인의 초연결이라는 이중성이 어우러져 공상 같은 현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위계형 조직에서 끈끈하게 얽힌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언택트 사회는 충격이다”며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생활한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나홀로’지만 ‘더불어’를 즐긴다. 변화에 대한 적응속도는 세대에 따라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연결은 이미 깊숙이 우리 안에 자리잡은 미래다”며 “다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을 따름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터넷 보급률 96%, 스마트폰 보급률 94%인 한국은 세계 1위 초연결사회다”고 했다.

또한 “지난 100년간 인류가 경험한 변화는 지난 1만 년간 경험했던 변화의 폭을 능가한다”며 “아마도 다가올 미래 수십 년간 경험할 변화는 지나온 인류역사상 모든 변화의 폭과 깊이를 능가할 것이다.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정보 기술과 네트워킹 기술의 발달이다”고 했다.

그는 ‘닫힌 위계’는 매우 빠르게 ‘열린 네트워크’로 대체되고 있다”며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디지털 이주민’들은 난감하다. 과거형 논리를 고수하는 정부 정책이 기술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초연결 언택트 사회에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이 급증한 반면,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쇼핑과 상호작용이 급속히 늘어났다. 전통적인 불평등에 보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산업과 조직화, 그리고 직업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교회도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기술발전은 한계비용과 거래비용을 급속히 줄였고, 거대조직의 효율성도 급속히 줄었다. 조직화의 비용이 저렴해지자, 조직의 해체가 가속화되었다. 대륙은 섬으로 바뀌고, 조직은 액체화했다. 판데믹은 이미 진행되어 온 이런 변화를 가속했을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세상은 빠르게 초연결 언택트 사회를 뉴노멀로 간주하기 시작했는데, 한국 교회는 이러한 변화에 매우 둔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언택트 사회에서 기존의 행위가 바뀐 것은 아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강의실을 닫았다 해서 교수들이 가르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신앙이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회중 예배가 없어서 신앙이 없어지는 것을 걱정한다면, 그 신앙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한 되물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액체화하는 사회’에서 교회도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교회 안팎의 경계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한 교회에만 출석하는 평생 교인이 줄고, 다양한 메시지와 영상을 통해 온라인으로 종교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었다.

또 “전통적 교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발적 가나안 교인’과 ‘강제된 가나안 교인’이 뒤섞였다”며 “그러나 교회를 떠난 이들이 종교적 체험을 공유하기는 쉬워졌다. 한 교회에 갇혀있던 교인들은 여러 교회를 드나드는 ‘열린 온라인 교인’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회중 예배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국 교회 전체의 사회적 영향력보다는 개교회의 성장과 구체적 성과에 여전히 매달리기 때문이다”며 “더 많은 참여를 촉진할 공동의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개교회의 노력이 중요하고, 연결과 연계보다는 독자적 노선이 주를 이룬다. 여전히 ‘닫혀 있는 위계화된 교회’ 모델에 안주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주일과 평일을 나누고, 교회 안과 교회 밖을 나누다 보니, 일상은 없고, 영적 구원을 지향하며, 신학과 과학을 무시하는 반지성주의적인 풍토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주일예배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처럼 성장주의적 유산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적 풍토에서 공교회성은 약화되고, 사적 이해를 극대화하다 보니 교회 세습이 빈번해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교적부의 교인 목록보다, 다양한 SNS 플랫폼을 방문하는 이들의 흔적이 남긴 데이터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며 “교회의 영향력은 교인수와 헌금액보다는 흔적을 남긴 플랫폼의 데이터에 의해 가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닫힌 위계적 교회’의 시대는 가고, ‘열린 연결망으로서의 교회’가 오고 있다. 연결망은 개인을 역능화한다”며 “압도적 영향력으로 개인을 지배하던 교회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반면, 온라인 영향력이 커진 교회와 목회자로의 쏠림이나, 공감과 참여가 끌어내는 메시지의 사회적 임팩트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면에 일상의 제자리 찾기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가정이 얼마나 교회의 기능을 담아내는지, 직장과 일터가 얼마나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모범으로 하여 영향력을 미치는 선교의 장이 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교회와 일상을 가르는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수평적 연결망이 확장되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공생과 협력이 선순환하는 유토피아를 낳을 것인가, 소수에의 쏠림과 치우침, 그리고 감시와 독점이 일상화되는 디스토피아를 낳을 것인지 정답은 없다”며 “디지털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보 격차가 커지고 배제되는 세대와 인구집단의 불이익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고, 그 해답에 대한 공감력이 가지는 파급효과도 커질 것”이라며 “새로운 교회의 구상과 실행, 공유와 협업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적극적인 변화가 교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개교회주의의 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복음의 메타 가치를 구현하여야 한다”며 “개교회 중심주의 대신, 변화의 촉진자로서의 기독교의 역할, 솔선수범하는 교회의 노력, 양적 성장을 넘어 근본적 복음의 가치를 전파하는 혁신적 교회모델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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