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목사
박진우 목사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미국에 와서 제 스스로 새 옷을 사본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대부분 재고 옷을 파는 중고 가게에 가서 산 옷들입니다. 신발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5불 아래의 가격으로 산 것들입니다. 옷에 대해 관심이 없기 보다는 새 옷을 사 입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힘들게 돈을 벌어 보니까 겉을 꾸미는 것으로 돈을 쓰기가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직업상 저를 꾸며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옷 잘입는 사람으로 보여질 이유도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15여년간 온전하지 못하는 영어를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하루하루 벌어야 먹고 살아갈 수 있는 노동자로 살아보니 정말 돈이 얼마나 귀한 줄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목사 안수받을 때의 양복도 19년 전에 장모님이 결혼식 선물로 해주신 것으로 구식 스타일의 쓰리버튼 양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사역했던 교회에서 주일에 입었던 양복들은 다 중고 가게에서 5불을 주고 산 양복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혀를 차셨던 장모님께서 작년에 10년 만에 한국에 갔을 때 강제로 양복을 두 벌을 사주셨습니다. 칼럼의 사진도 그 양복을 입고 찍은 사진입니다. 그래서 담임목사 되고 나서는 어느 정도 세련미가 생겼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손 꼽히는 부자로도 살아봤습니다. 그 때 당시에 전세계에서 몇 개 없다던 Portable TV를 중학교 2학년 때 가지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누구보다 누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정말 가장 밑바닥의 삶을 경험하고 살아봤습니다. 큰 사기를 당해서 그 많던 재산을 한 번에 날려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높게 있다가 떨어져 버리니까 더욱 더 그 비참함이 컸습니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하나님께서 한국에서 10여년 간 그리고 미국에서 15년 간 정말 심하게 흔드시고 깨뜨리셨습니다. 저의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히고 뭉개져 버리도록 만드셨습니다. 솔직히 제 자존심을 내세울 그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하루 하루 버티며 살아가기도 힘들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숨도 잘 쉬어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가신겁니다. 그리고 나서 죽기 일보 직전에 하나님께서는 다시 살려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일어나보니 겉에 두르는 옷이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겉으로 보여지는 자존심이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겉으로 드러나는 학벌이나 자랑들이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저에게는 다시 살게 하신 예수님만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 예수님을 품고 있는 이 마음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졌습니다. 겉으로 꾸미는 이 세상의 기쁨보다는 내면의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이 더욱 더 커져버린 겁니다.

오늘 중고가게에서 Father's Day를 맞이하여 50% 세일을 한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당장 달려가서 득템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참았습니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가서 이것저것 고르는 재미를 누리고 그 중에 가장 싼 것 하나를 집어 왔을 겁니다. 무려 50퍼센트 할인이니까요. 언제나 오는 기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꼭 제 인생이 중고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중고 물품을 사는 인생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 뭉개지고 어그러져서 쓸 수 없는 제 인생을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다시금 새롭게 만든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냄새가 나고 비참하게 망가져서 버려지는 게 마땅한 인생인데 예수님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다시 쓸 수 있도록 고쳐쓰게 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가치 없는 인생이 그래도 이 정도라도 쓰임 받게 된 것은 오직 새롭게 하신 그 분의 은혜 때문입니다. 은혜로만 살아가야 할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삶이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저는 작은 교회 목사라 가진 것이 없습니다. 거기에다 당뇨 합병증 때문에 건강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또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날 마다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바로 "오늘"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행복해질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아온 과거의 결론이 오늘이고, 오늘이 모여 미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바로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행복을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립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박진우 목사(켈러한인제일침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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