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품고 가는 백의의 영웅들

김광연 교수
김광연 교수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화합을 필요로 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모두는 하나 되어 지금의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힘들고 기쁜 시기를 거치면서 함께 극복하고 격려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은 IMF 외환위기의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부도 사태를 막았던 시기를 우리는 잊을 수 없다. 당시 많은 실직자들이 발생되고, 기업들은 뼈를 깎는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적지 않는 기업들이 도산하고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이 늘어났다. 많은 대학생들은 휴학을 선택했다. 이후, 한국 사회는 IMF라는 아픈 추억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고, 청년들의 실업문제도 새롭게 등장했다. 이후 대학가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원하는 직업이나 꿈을 찾기 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금모으기 운동

그러나 이 힘든 시기에 우리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IMF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국민들은 자신의 호주머니에 꼭 숨겨놓은 아이들의 돌 반지를 가지고 나왔다. 그 때의 기억으로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소중한 금십자가를 모금운동에 가지고 오셨다. 모든 사람들이 금모으기 운동을 자기 일처럼 생각했다. 지성감천(至誠感天)이라고 해야 할까? IMF의 지원을 받은 우리나라는 2년 뒤에 자금을 빌려오지 않아도 될 만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다. IMF 시절 국민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힘을 모았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우리의 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비록 IMF가 우리에게 아픈 경험을 남겼지만 대한민국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우리의 에너지는 앞으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열쇠를 품게 만들었다.

2002년 4강 신화, 우리의 함성

2002년을 기억하는가? 우리나라 역사상 이처럼 기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함성 그리고 국민의 함성을 기억할 것이다. 월드컵 4강 신화는 우연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간절함이 모여 만든 결정체였다. 축구 대표팀도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었다. 그들은 최전선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하나가 되었다. 우리의 함성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그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구호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한민국의 에너지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4강 신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사람들은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 마치 내 일처럼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국민들은 선수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면서 그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기운을 불어 넣어주었다.

희망의 열쇠, 다시 끄집어내다

지금 유래 없이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총력을 기울여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공직에 일하는 분들의 브리핑을 들으면서 그들의 진정한 노력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열쇠를 다시 수납장에서 끄집어 낼 때가 된 것이다. 지금 이 시간도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를 비롯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총력을 기울여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우리는 IMF 위기도 거뜬히 이겨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제 다시 우리가 힘을 보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개인들은 위생을 철저히 하고, 정부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과거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그리고 월드컵 선수를 응원한 것처럼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서해 태안에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일처럼 고무장갑을 끼고 기름을 닦아 내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봉사자들은 바다에게 푸른 희망을 선물했다. 우리 국민의 힘은 대단하다. 지금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 전문가들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인들도 마스크와 손 씻기로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각자 내 일처럼 돌 반지를 꺼내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우리의 가족처럼 월드컵 선수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응원한 것처럼, 우리는 또 다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내라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강한 대한민국의 열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그 날을 기억해본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가지고 가는 백의의 영웅들

지금 세계 언론에서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해서 방송인들도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봉사자들이 대구에 모여들고 있다. 많은 의료 전문인들이 대구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멋진 영웅들이 “대구로 가자”라고 외치고 무려 1,000명 가까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선서’에는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백의의 영웅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가슴에 품고 대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신의 몸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바이러스가 몰려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멀리서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발걸음에 신(神)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한다. 그들에게 진정 감사와 경외를 표하고 싶다. 백의의 영웅들께 다시한번 경외를 표하고 싶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린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멋진 응원 소리를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다시 힘을 내어 “힘내라 대한민국”을 외쳐본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우리나라. 힘내라! 대한민국

김광연 교수(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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