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 때문에 세상이 온통 난리다. 혹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염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에 근심, 걱정, 두려움, 염려가 없는 인생이 있을까? 없다. 있다면 공동묘지에서 찾는 게 빠를 것이다.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가 쓴 <모르고 사는 즐거움>(The Joy of Not Knowing It All)이란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염려하는 40%는 절대 현실에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고, 22%는 사소한 고민에 대한 것이고,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 염려할 필요가 있는 사안은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가 하는 염려의 96%는 다 쓸데없는 염려란 말이다.

성경은 염려에 대한 많은 교훈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구절이 벧전 5:7절이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우선 여기서 ‘염려’란 단어를 살펴보자. 이 말은 ‘merimnao’(메림나오)라는 헬라어 동사에서 생겨났다. 이것은 ‘나누다’는 의미의 ‘merizo’와 ‘마음’이라는 뜻의 ‘nous’란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즉 ‘마음이 둘로 나누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과 세상, 하나님과 재물, 이 둘로 쪼개지는 것을 뜻한다. 거기서 생겨나는 부산물이 ‘염려’이다. 하나님과 세상 것에 양다리를 걸치면 염려가 생겨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우리말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개역개정은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로 번역하고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맡긴다’는 것은 무얼 전제로 하는가? 찾아감을 전제로 한다. 기억상실증 환자나 바보가 아닌 이상 맡긴 것은 반드시 찾아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 성도들은 예배에 참석해서 은혜 받을 땐 염려, 근심, 걱정거리를 다 주께 잘 맡긴다. 그러다가 예배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땐 잠시 주께 맡겼던 염려, 근심, 걱정 보따리를 어김없이 다 찾아간다. 한글성경이 맡기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구절의 원문은 그와 사뭇 다름을 알아야 한다. 영어성경 NASB는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Cast all your anxiety on Him, because He cares for you”(1 Peter 5:7). 우리말로 쉽게 설명하면 “‘아이 돈 케어’(I don't care!)라 외치면서 신경 꺼버리고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던져버리라. 왜냐하면 여호와 그분이 너희를 케어하시기 때문이다”가 된다.

우리의 모든 염려와 근심, 걱정 모두를 그분께 ‘맡기라’가 아니라 그분께 ‘던져 버리라’(epiripto)는 말이다. 모든 건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기에 오직 그분께만 초점을 고정시킨 채 염려하지 말고 그저 감사만 하며 살라는 의미이다.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과 생사화복에 관한 모든 염려일랑 하나님께 다 던져 버리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 신뢰하면서 믿음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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