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종교를 이용한다. 자신의 정권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종교조차도 이용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그것은 인류 역사 내내 그러했으며, 한국 정치 상황에서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그러한 일들이 적지 않았고, 문재인 정권도 종교를 이용하려 하는 것 같다.

한국의 대형교회로 잘 알려진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의 오정현 목사,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가 최근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북 지원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고, 최근까지 수 차례 행한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과 거부감은 매우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대북 지원을 위해 통일부와 만났다고 하니, 안 그래도 대형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찌 좋은 소리 들을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에 항상 힘쓰는 교회들은 세계 최빈국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 대해서도 아프고 상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미묘한 국제 외교와 정치의 상황에서, 그리고 같은 동포들이 살고 있는 한국을 향해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지원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지원을 원하는 문재인 정권은 교회를 볼모로 내세워, 교회를 앞장세워 대북 지원의 물꼬를 어떻게든 터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불러서 이들을 바람잡이로 세워 대북 지원에 나서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소강석 목사는 통일부의 초청에 대해 "얼마 전 북한에 비닐하우스를 보내준 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차나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눌 줄 알았는데, 접견 2~3시간 전에 대북식량 지원에 대한 교계 지도자들의 의견을 위한 자리라는 기사가 언론들에 올라와 다소 놀랬다"고 했다.

초청을 했으면 초청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초청장에 분명히 밝히면서 초청하는 것이 예의일텐데, 통일부가 이를 전혀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접견 2~3시간 전에야 본인들에게 직접 알린 것도 아니고 언론을 통해서 초청 당사자들이 초청 이유를 알게 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무례함 그 자체다. 문재인 정부는 초청 상대에 대해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는가? 아마도 통일부는 초청 이유를 먼저 밝혔으면 이들이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이 정권은 교회에, 목회자들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고, 오직 북한 김정은 정권만 생각하는 듯하다. 그것을 위해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무례를 행하고 이미지를 짓밟아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원래부터 짓밟고 싶었던, 너무 싫어했던 교회와 목회자 아닌가? 만나는 것 자체로 이미지도 망가뜨리고, 대북 지원까지 혹시라도 나서겠다고 해서 자신들의 목적까지 이루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왜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교회도, 목회자들도 정치인들을 가급적 만나지 말아야 한다. 교회와 목회자들이 정치인들을 만나서 좋은 말을 들을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왜 만나는가? 특히 문재인 정권이 대형교회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이들과 만나서 혹시 좋을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떡 하니 만난 것 자체가 문제다. 바쁘다거나, 다른 스케줄이 있다거나, 만남을 원치 않는다며 초청을 거절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목회자들이 만난 것 자체가 문제고 잘못인 것이다. 자신들도 그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는지, 기념으로 찍은 사진의 포즈가 영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신들이 이들에게 이용당했다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는 미리 짐작할 수 있어야 영성 있는, 지성 있는, 깨어 있는 목회자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소 목사는 이 자리에서 "대북식량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민화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이 일을 잘 이끄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 "또 중요한 것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이나, 북핵 위협같은 전쟁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고 적어도 할 말은 했다. 그래서 만난 것 자체로 너무 지나치게 욕하고 비방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 처음부터 용건을 모르고 만난 것이고, 또 만나서 그저 예스맨 되지 않고 할 말은 했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만난다면 교회가, 목회자가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북한 동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빵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대로라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것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마음껏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다. 그래서 교회와 목회자들은 정치인들을 만날 때마다 북한의 종교자유를 위해 힘써달라고 외쳐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말을,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정치인들을 만나야 한다.

빵은 기독교가 아니라도 다른 이들도 줄 수 있다. 세상의 많은 NGO들, 유엔(UN) 등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세상이 줄 수 있는 금과 은은 줄 수 없어도, 오직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하나님의 말씀, 나사렛 예수의 이름이다. 교회는 바로 이 일을 위해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을 만날 때마다, 교회는 북한의 종교자유를 외쳐야 하는 것이다.

교회가 할 말이 있어서 만나야지, 그저 세상이 하는 말을 듣고 그것대로 다 해주려고 만나는가? 그러면 교회의 영적 권위와 위신이 어떻게 되겠는가? 권위를 잃어버리면 짓밟히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에게 교회와 목회자는 함부러 대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심어주지 못하면, 계속해서 이용당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해야, 계속 만나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을 못하게 된다. 만나봐야 손해라고 생각하게 되면 왜 만나려고 하겠는가?

교회와 목회자들도 정치인들, 정권의 핵심 인사들 만나서 자신들이 좀 있어 보이는 것처럼 보이려 이런 만남을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와 목회자의 가치는, 정권의 핵심 인사들 만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을 만나는 데서 생긴다. 정치에, 정권에 기웃거리면서 망신을 당하고 이용당하기 보다, 하나님과 성경을 가까이 하고, 교회의 본질로 더 돌아가야 한다. 정치인들 가까이 해서 좋을 일 거의 없다. 이들에게 기웃거릴 생각도 하지 말고, 하나님과 말씀에, 교회와 목양에, 교회 안에 있는 양들 섬기고 잃어버린 양 찾는 일에 더 열심을 내라. 그리고 혹시라도 만나면, 할 말을 해라. 교회를, 목회자를 두려워할 수 있도록.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