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신대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김승호 교수 ©기독일보DB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교회 분열의 많은 문제의 원인 가운데 으뜸은 '돈'일 것이다. 그러나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와의 갈등 역시 만만치 않은 이유가 되었다. 또 두 원인이 연계되어 한 교회를 파괴하는 슬픈 일들도 종종 일어난다. 이런 한국교회 현실 가운데,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한목윤)가 16일 낮 기독교회관에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라는 주제로 발표회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기조발표자로 나선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에 따르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이 보다 첨예한 이슈로 부각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부터라고 한다. 그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심리적, 문화적, 역사적, 신학적 원인 등 교회 내외의 다양한 원인들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전국적으로 이러한 갈등이 현재진행형인 교회들이 많이 있으며, 그런 교회들마다 갈등 당사자들과 가족 뿐 아니라 교회구성원 전체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물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한국교계와 신학계의 현실이라고 한다. 때문에 김 교수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원인을 살펴보고,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 유형을 통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추출해 내며,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회윤리적 과제를 제안하고자 했다.

먼저 김 교수는 그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그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960~70년대에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가 한 교회에서 꾸준히 목회를 계속해 온 관계로 후임목사 청빙이 교계의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없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면서 "1960-70년대에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들 상당수가 은퇴에 직면하게 되자, 이런 교회들에서는 자연 후임목사를 청빙하게 되었고, 후임목사 청빙 문제로 인해, 은퇴 예정인 담임목사와 장로그룹 사이, 장로그룹 사이, 혹은 장로그룹과 안수집사그룹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며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 현상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 첨예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갈등 상황의 원인은 원로목사가 후임목사의 목회철학이나 목회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거나 제대로 섬기지 않는다는 감정적인 이유도 있고, 또는 후임목사가 목회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로목사의 이전 목회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처음에 사소해 보이던 갈등을 방치할 경우,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고, 곧 교회 내에서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후임목사를 지지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대결양상으로 발전하여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바람직한 관계 유지를 위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그리고 교우들이 숙고해야 할 사항들을 제안했다. 먼저 원로목사에게 그는 ▶후임목사에게 리더십을 이양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은퇴한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에 직면할 복잡한 심리적 감정에 대해 예상하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김 교수는 후임목사에게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를 인식하고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교우들은 후임목사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차별성 있는 목회를 기대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부임한 이후 교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 자연스럽게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확고히 서 갈 수 있지만 ▶빠른 기간 내에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에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별히 교회의 특별행사나 명절 등에 원로목사를 초청하여 설교나 축도를 할 기회를 제공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교인들에 대해서도 그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심리적 정서적 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목사가 현직에 있을 동안에 수년간 은퇴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원로(은퇴)목사 부부에 대한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은퇴를 앞둔 목사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결국 한국교회가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과 흐름에 귀를 닫고 종교개혁자들이 주창한 날마다 개혁하는 교회로서의 자기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 지적하고,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그리고 교우들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때 비로소 갈등의 공동체가 화합과 평화의 공동체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더불어 그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 문제가 복음전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단지 교회 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면서 "이를 방치하지 말고, 오늘 세미나를 계기로 이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안내가 교단 차원 및 한국교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승호 교수의 기조발표 외에도 원로목사의 입장에서 백장흠 목사(한목윤 위원, 기성 한우리교회 원로)와 손인웅 목사(한목윤 위원, 예장통합 덕수교회 원로)가 발언했다. 또 담임목사 입장에서 강준모 목사(기장 남성교회)와 최성은 목사(예장고신 남서울교회)가 발언했다. 또 발표회 전 예배에서는 박경조 주교(한목윤 위원, 대한성공회 은퇴주교)가 설교하고 전병금 목사(한목윤 위원장, 기장 강남교회 원로)가 인사말을 전했으며, 정주채 목사(한목윤 서기, 예장고신 향상교회 은퇴)가 다짐 및 마무리를 인도하기도 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김승호교수 #원로목사 #담임목사 #후임목사 #원로후임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