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관구장 회의
▲영국 캔터베리대성당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개최 중인 세계성공회 연합 관구장 회의. ⓒ캔터베리대성당.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세계성공회 고위 성직자들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포용해 온 미국성공회에 소속 관구로서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일부터 진행되어 온 성공회 세계 관구장(Primate) 회의에 모인 지도자들은 14일(현지시간) 미국성공회가 향후 3년간 세계성공회 연합 내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며 에큐메니컬 모임과 종파 간 모임에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참석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성공회가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교단의 교리나 정책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포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고 이를 고수해 온 데 따른 처벌적 성격의 조치라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분석했다.

이날 지도자들은 성명을 통해서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성공회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는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의 신실하며 평생토록 지속되는 결합으로 보며,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이 가르침을 지지한다"며, "최근 이뤄진 미국성공회의 결혼에 대한 법 개정은 세계성공회 대부분 관구에서 지켜지고 있는 신앙과 가르침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 것이다"고 밝혔다.

지도자들은 "세계성공회 연합 내 모든 국가 교회들과 동행하는 것이 우리의 하나된 소망"이라면서도 미국성공회가 "교단 내 상호신뢰와 상호의존의 관계를 저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성공회는 2003년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진 로빈슨을 주교로 임명한 이래로 동성애자 주교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하며 성직자들의 결혼식 주례와 축복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세계성공회 내에 존재하고 있던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견해차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

미국성공회의 결정은 보수주의 성공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의 반발을 촉발했으며, 이들은 미국성공회의 회개와 세계성공회 연합의 미국성공회에 대한 징계를 촉구해 왔다.

당시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교단 내 분열을 막고자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해 어느 한 쪽의 결정을 내리는 것을 유예하며, 미국성공회에도 유예 기간 동안 친동성애 정책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성공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성공회의 계속되는 일방적 노선과 세계성공회 연합의 미온적인 대처는 보수적인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도자들의 더욱 강력한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보수 주교들의 모임인 GAFCON (Global Anglican Future)과 남반구성공회(Global South Anglican)이 결성되었으며 이들은 "세계성공회 내부의 도덕적 타협과 교리적 오류와 성경 진리 증거의 붕괴"를 지적해 왔으며, 최근에는 미국성공회를 비롯한 캐나다와 유럽 일부 국가 성공회 교회들에서의 동성애 포용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교단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까지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성공회에 대한 이번 결정은 교회 분열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세계성공회 연합이 미국성공회의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신학적 해석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타협'을 원치 않는 보수 지도자들에게 과연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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