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결정 내용과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산정되었으므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한다'는 권고를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 Co)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한 바 있다"며 "제일모직 주식은 이른바 승계 프리미엄으로 인해 증권분석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적정 가치보다 80~100%정도 고평가되어 있고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계열사의 주식 총액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한 시점에서 합병비율이 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측은 "이러한 외부 전문기관의 권고에 반해 국민연금이 합병안을 찬성하려면, 찬성 이유와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만 한다"며 "또 이처럼 중요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의결권전문위원회로 넘기지 않은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당한 설명 없이 함구하고 있다가 주총 당일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의 합리성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또한 기업합병 발표 이후 국민연금이 2% 정도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도 결국 삼성 재벌 총수일가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이런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은 향후 엘리엇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ISD 소송에서 한국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며 "따라서 국민연금의 작금의 결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삼성재벌 총수일가의 세습 비용을 충당해도 무방하다는 것과 다름없다. ISD 소송비용과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액은 삼성그룹이나 이건희 일가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국민연금이 오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기업결합에 반대를 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고 했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기업결합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에대해 경실련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11.61%와 제일모직 주식 5.04%를 보유하고 있는데, 앞서 논의에 비춰볼 때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저평가된 현 합병비율로 인해 국민연금의 주인인 연금가입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또한 "'합병이 무산될 경우에 양사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장기투자를 하는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는 크게 고려할 점이 아니다"라며 "또한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합병안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고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가 되어 있는 시점에서 제일모직 주식을 처분하고 삼성물산 주식은 유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정부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해와 국민세금으로 삼성 재벌 세습을 돕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우려된다며 '연금 납입액은 올리고 수령액은 줄이자'는 주장을 향후 과연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따라서 국민연금은 공적기관으로서의 책무와 연금 가입자의 이익 존중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삼성재벌 총수일가의 대변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결합과 관련된 현재의 논란은 기형적 기업지배구조와 지극히 비정상적인 재벌세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불과 50억 정도의 증여 자본으로 지난 20년 간 온갖 불법·편법적 특혜를 이용해 무려 2000배가 넘는 10조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며 "삼성재벌 총수일가는 꼼수와 편법을 통한 경영권 세습의 중단을 선언하고, 정당한 증여세 납부와 투명한 승계 계획을 밝혀야 한다. 이러한 승계 과정을 통해, 삼성그룹은 세계적 기업을 거느린 국내 1위 기업집단 위상에 걸맞는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 기형적인 경제력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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