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홍 교수(백석대·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한국개혁신학회 회장)

한국교회가 번영신학 Theology of prosperity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번영신학에 대한 이해가 구체적이지 않은데, 번영신학의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보려한다.

물론 '삼박자 축복' 같은 기복주의를 그 예로 일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수 믿으면 첫째, 영혼이 잘 되고, 둘째, 범사가 잘 되며, 셋째,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예수를 믿자마자 원하는대로 이뤄내는 요술 복방망이가 뚝딱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다르게 말하게 되는데, 일이 꼬이고 사업이 안 되고, 병이 드는 것은 신앙에 문제가 있거나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기도 많이 하고 더욱 주께 매달리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그 본인의 영적 문제이기에 막힌 담을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님도 사도 바울도 고난을 이겨내야만 했다. 성령충만한 베드로에게는 은과 금이 없었다. 오직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주의 일을 감당했다. 사도들이 가야했던 고난의 길은 말로 형언키 어럽다.

그런데 그 번영신학에 한국교회는 알게모르게 물들어 버렸다. 크리스천으로 부귀영화, 명예권세를 가졌으면 하나님이 축복하신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비결을 기꺼이 듣기를 원한다. 어떻게 그 높은 자리에 올랐는지, 어떻게 그 많은 부를 쌓았는지를 듣기 위해 그를 강단에 세운다.

이때 목사의 설교는 뒷전이다. 그가 명예와 부를 쌓기 위해 얼마나 복음적이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성경적으로 살았는지에 사실은 관심이 없다.

알고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글 같은 세상에서 그 자리에 올랐건만 그러기에 그에게도 더욱 복음의 위로와 생명의 말씀이 요구되건만 도리어 그를 하늘나라 승리자처럼 강단에 세운다. 이유는 그가 성공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세상에서 성공자가 되려고 아니 낙오자로 찍히지 않으려고 참 삶을 망가뜨리며 뭔가를 과시할 그 무엇을 손에 쥐려 한다. 전혀 기쁨도 감사도 없는 허무로 가득한 그 순간인데도 말이다!

급기야 이렇게 타락은 주일 강단에 까지 오른다. 그를 세상 청문회에 세워보면 부끄러워 어떻게 변명할 수도 없건만, 한국교회는 크리스천 가수라고 개그맨이라고, 프로선수라고, 장관이요, 국회의원이라고, CEO라고 다투어 그를 초청한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그들의 간증이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대치시키며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그런 그들이 어떤 실상을 보여주었는가!

지금은 부도나 사라진 미국의 수정교회의 로버트 슐러가 유명인의 간증을 주일예배에 세웠다. 화려한 예배당 건물, 성가대, 수사학적 설교와 함께 수정교회는 목회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원칙이 있었는데 꼭 슐러 목사가 강단 설교를 빠뜨리지 않고 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슐러는 간증과 설교를 구별했다는 것이다. 그 유명인에게도 꼭 주의 말씀이 필요하기에 그 위로의 말씀이 선포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가벼운 채플에서의 소중한 크리스천의 간증을 부인하려고도, 훌륭한 성공적인 크리스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그런 크리스천들이 모델로 배출되었으면 한다. 문제는 세상적 성공을 쉽게 하나님의 축복으로 확신하며 강단의 말씀을 밀어내기 까지 하는 경솔한 태도와 그 배경에 깔린 세속주의 번영신학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실패도 성공도 죽고 사는 것도 주의 뜻일진데, 어찌 하나님의 뜻을 성공에서만 찾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의 성공이 하늘나라 통치의 원리와 일치한다는 말이 되고만다. 더구나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이 한국사회에서 그러한 물질적 부를 어찌 하나님의 축복을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말이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진정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곰곰히 숙고하여야 하겠다. 성도에게 요구하는 거룩한 삶이 무엇인지, 성결한 삶이 어떤 것인지, 진리가 자유하게 하는 삶이 과연 무엇인지 묵상하며 주변 산책길이라도 홀로 걸었으면 한다. 그런 후 성찰이 있는 새로운 발걸음에 하나님의 평화가 찾아드는 삶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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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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