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독 한국에서만 이 처럼 빠른 확산세를 보이는 것일까.

메르스 바이러스가 강해졌거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5일 '변종 가능성'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변이 가능성에 대해) 이르면 내일 또는 아주 조속한 시일 내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현재 보건당국은 확진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샘플들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 보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실험실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세계 유수기관에 보내 정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날 기준으로 국내 메르스 환자는 35명이다. 당국은 확진자 중 첫 환자에게 옮은 2차 감염자는 29명, 3차 감염자는 5명으로 보고 있다.

이는 통상 알려진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과는 상반된다. 중동에서는 환자 1명이 평균 1명 안팎, 최대 2~7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벌써 1명이 29명에게 병을 옮겼다. 말 그대로 '슈퍼 전파자'인 셈이다. 당국의 허술한 초동 대처로 환자가 늘어난 측면이 크지만 전문가들도 국내의 감염 양상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전파는 모두 병원 내에서 발생했는데 최초 환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감염자는 8~9명에 불과하다. 20명 이상은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 또는 그 가족과 의료진, 방문객 등인데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당국은 이를 간접적인 접촉으로 인한 의료 관련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니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이 2013년 9월 감염병 전문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의 침 등 호흡기 분비물(비말)에 의해 배출된 바이러스는 입원병실 환경과 비슷한 기온 20도, 상대습도 40%일 때는 최대 72시간까지 생존했다.

최초 환자는 당국이 격리 조치하기까지 4개의 병원을 옮겨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침 등의 분비물이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에 배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는 면역력이 약한 상태여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과는 다른 양상에 해외 학자들도 잇따라 메르스 변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러스 전문가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교수는 "외래 유입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겪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리스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원인임을 밝혀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학자다.

일단 국립보건연구원의 시범 조사에서는 중동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난달 30일 "최초 감염자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로는 진단과정에서 핵심적인 유전자 부분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만으로는 일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이 여부는 최종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던 80대 남성이 숨지며 메르스 확산세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된 임시 격리실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15.06.0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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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