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문무일 검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5.04.16.   ©뉴시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법처리가 임박해지면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맡고 있는 문무일 팀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론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다음 타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문 팀장이 내놓을만한 마땅한 카드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혀줄 비밀장부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타깃을 정할 경우 문 팀장과 수사팀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리스트에 거론된 친박 핵심 인사 6명 중 일부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이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과 연결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문 팀장으로선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문 팀장에게는 지난 한달보다는 향후 1~2주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팀장과 수사팀은 지난 한달 동안은 돈을 줬다고 진술해줘야 하는 성 전 회장 부재로 인해 간접 증거와 주변 정황을 최대한 긁어모아 범죄를 재구성하는데 집중하면 그만이었다. 그 결과는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사법처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히든 카드'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것이 없다면 새로운 카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향후 1~2주 안에 히든 카드가 가시화 될 경우 6명 중 누구부터 수사를 시작할 것인지, 박 대통령 대선자금까지 수사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것인지, 검찰 수뇌부는 어떻게 설득하고, 청와대의 반발은 또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 등을 놓고 문 팀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와 관련, 문 팀장은 이미 지난달 17일 "검사직을 계속한다면 명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다른 모습 누가 보여주고 싶겠냐"며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어거지(억지)로 왔는데 검사로서 지켜온 가치를 끝까지 마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히든 카드'를 끝내 찾지 못할 경우 문 팀장은 이 사건을 이대로 종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봐주기 수사', '면죄부 수사' 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더 나올 게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이르면 이달 말쯤 나머지 6명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검찰로선 최선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가 호남 출신 문 팀장에게 특별수사팀을 맡기면서 예상했던 결론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수사팀이 지난 14일 향후 수사 계획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문 팀장은 자신의 뜻을 무조건 굽히지 않으면서 외곬수도 아닌 유연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며 "그런데 이 말은 결국 그가 조직 논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이 사건 수사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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