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출근길에 대기중이던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5.04.21.   ©뉴시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첫 제물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있다.

홍 지사는 지난달 '홍준표 1억' 등이 적힌 성 전 회장의 메모가 발견되자 "나한테 돈 줄 이유가 없다"며 줄곧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일간 물증과 진술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해온 검찰이 홍지사 소환일정 조율에 나선 것을 두고 확실한 정황을 포착했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검찰이 홍 지사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그의 최측근들을 잇달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같은 관측을 강하게 뒷받침 하고있다.

과연 검찰이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사법처리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洪, '성완종 리스트' 첫 소환...檢 "수사 목적은 기소"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5일 "홍 지사 측 변호인과 소환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며 "수사의 목적은 기소"라고 밝혔다.

지난달 9일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 중 첫 사법처리 대상자로 홍 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금품 로비 사건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받은 공여자 진술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진 탓에 검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

성 전 회장이 자신의 정치권 로비 실태를 폭로한 전화인터뷰 음성파일과 로비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의 이름을 적은 자필 메모를 손에 쥔 검찰은 곧바로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섰다.

사망한 사람이 남긴 진술이나 유류품이 증거로 채택될 수는 있지만 리스트에 거론된 금품로비 의혹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장부' 등의 핵심 증거가 없으면 사법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검찰은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43·구속) 전 경남기업 비서실장, 정낙민(47)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 등을 상대로 폐기·은닉된 자료를 집중 추궁했지만 여전히 '로비 장부'를 확보하지 못했다.

홍 지사가 "망자의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여론재판하고 사법절차는 다르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 '장부' 없는 소환 통보, 확실할 정황 포착?

검찰은 이날 홍 지사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며 "최근 수사 진행상황에 급변한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간과했던 부분에서 (금품 로비) 실체를 규명할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2일께부터 나흘 동안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홍 지사와 관련한 의혹을 쟁점별로 다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가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진술이 기대되는 분'이라고 칭할 정도로 핵심 참고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검찰 조사에서 '2011년 6월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후보로 나섰던 홍 지사에게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일관되게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의 구체적인 진술이 그동안 검찰에서 확보한 진술과 성 전 회장이 타고 다녔던 차량의 하이패스 기록, 각종 회계 자료 등과 일치할 경우 사법처리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홍 지사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강모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홍 지사를 겨냥할 전망이다. 빠르면 이번 주말께 홍 지사가 검찰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 '피의자' 홍준표, 법리 공방 예상..."입증시 실형 못 면해"

검찰은 홍 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2곳에 고발장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지사가 재판에 넘겨진다고 하더라도 사법처리가 이뤄지지 까지 지난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모의 반대 심문권 불가능' 등을 거론하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홍 지사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를 '부동의'할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로비 장부' 등의 핵심 증거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진술 등의 신빙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양측이 증인신문 등 법정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재판 과정에서 홍 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실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신분과 사건의 중대성 등에 비춰볼 때 최소 3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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