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호 목사ㅣ실리콘밸리노인선교회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가는데 나는지게를 지고 산과 들에 나가 나무를 하고 논과 밭에서 어른들을 따라 일을 하면서 부른 노래는 " 노새 노새 젊어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인생은 일장의 춘몽이니 아니놀지는 못하리라" 였다. 놀지도 못하고 일하는 자신을 한탄하는 표현이었다.

초대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정구를 치다가 옆에서 구경하는 갓 쓴 양반들에게 같이 공을 치자고 권하자 아니요 그렇게 땀을 흘리는 일은 쌍놈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 양반들은 안 한다고 거절했단다.

그 당시 강대국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나아가서는 넓은 세계에 진출하라고 가르치고 있을 때 우리는 노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긴 담뱃대를 물고 일이나 운동을 천히 여기는 사회상이었다.

그런 한국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서구 문명을 가지고 와서 넓은 세계를 보여주며 또한 노동의 신선미를 가르쳤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 는 한 마디는 5천년의 역사를 뒤집어 놓았다.

조물주께서는'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않고 일하신다'는 성경 말씀이 있다. 남녀 노소 계급의 차이 없이 일해야 본인이나 가족 그리고 사회가 잘 살수 있다는 진리는 한국 근대화의 효시가 된 것이다. 그 신선한 바람은 시간과 더불어 전국으로 확장되어 오늘에 와서는 세계에서 제일 일을 많이 하고 또 빨리 하는 나라로 주목을 받게 되고 잘 사는 나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역시 이민 일세들도 새로운 땅에 발을 붙이면서 죽지 않으면 까무러치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기에 오늘 미국 안에서도 어느 민족보다 더 빨리 경제적으로 주류사회에 선두 주자가 된 것이다.

내 친구 홍선생은 독특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 분은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을 구분해서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고' 라고 하지 않고 그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성과 같이 공존한다고 본다. 그가 분류하기를 하나의 그룹은 가능한 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편안히 잘 살려는 사람 들이 있고 또 하나는 적당히 일하고 놀며 몇 명의 친구들을 가까이 두고 안일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고 셋째는 가능 한 많이 활동을 해서 남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려는 사람 들로 나눈다. 자신은 70년 대 초기에 미국에 오면서 일본사람 밑에서 남미 사람들과 더불어 정원사 일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진하고 소박하고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자기 고향으로 보내서 그 곳의 가족들을 부양하고 또 자기의 노년을 설계한다. 그러나 일부는 돈이 생기면 그 다음날부터 놀고 그 돈이 떨어지면 그때 일하러 나온다. 자기는 이런 생각이 있었단다. 물론 돈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기술을 잘 배워서 언제인가 자기도 집을 갖게 될 때 멋지게 가꾸리라 하는 마음과 또 하나의 욕심은 장차 자기 사업체를 갖는 것이다. 참으로 열심히 그리고 착실히 배웠단다.

홍선생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자기의 혼을 불어 넣었다. 꽃 한 포기를 다듬어도 '어떻게 더 예쁘고 건강하게 키울까?' 나무의 가지를 잘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울까?'를 생각하며 주인의 아이디어에 자기의 생각을 조합하여 성심 성의껏 일을 하니 정원이 달라지더란다.

몇 년 그렇게 하자 정원 주인들이 매우 좋아하며 다른 집들을 소개해서 일감이 너무 많아 고민이 생기더란다. 회사 주인은 은퇴를 하면서 그 회사를 홍씨에게 넘겨주었다.

파스칼의 말이 연상된다. 거미는 그물을 쳐놓고 놀고 있다가 무엇이 걸리면 달려들어 잔인하게 먹어 치우는 곤충이고, 개미는 열심히 일해 먹을 것을 쌓아 놓고 추운 겨울을 잘 넘긴다. 벌은 꿀을 찾아 몇 십 리를 날아가 꿀을 따와 자기 먹이는 물론 약으로 또한 음식으로도 사용해 인간에게 유익을 준다.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는 물은 생기가 있고 이끼도 끼지 않는다. 더욱 흐르는 물의 압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서 어두운 밤을 밝힐 뿐 만 아니라 기계를 작동시킨다. 자신이 열심히 활동해서 남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면 얼마나 행복 지수가 높아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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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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