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고지기' 한모(50) 전 부사장이 24일 돌연 잠적했다.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자금을 모두 관리했던 재무책임자(CFO)로서 '성완종 리스트'의 의혹을 풀어줄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그가 열흘에 가까운 칩거 끝에 자취를 감추자 일각에서는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한 전 부사장과 검찰 간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성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준호(49) 전 상무와 이용기(43) 비서실장을 체포한 검찰이 한 전 부사장을 불러들여 '동선'과 '자금'의 교집합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전 부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현장 전도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32억원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갖고 오라고 해서 마련해 갖다 드렸다"며 출금 내역을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전 부사장은 지난 24일 오전 10시10분께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서면서 '어디 가는 길이냐, 검찰 일정 통보받은 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경남기업)에 서류를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준표 경남지시와 관련, 윤승모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준 것 외에 다른 자금을 전달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 관련해) 언론에 나온 것과 (사실은) 달라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집을 나선 이후 다음날 자정께까지 경남기업 사무실과 자택 어느 곳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전 부사장과 함께 외출했다가 4시간여만에 혼자 집에 돌아온 그의 아내는 "회사 사무실을 들렸다가 친구를 만나러 갔다"며 '검찰에 갔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경남기업 한 관계자는 "한 전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사표를 낸 이후 한번도 연락이 오거나 한 적은 없다"며 "사무실에 남겨놓고 간 것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다시 가지러 올 정도의 물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오후 집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한 적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건 있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부사장이 '성완종 리스트'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한 자금의 실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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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