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관련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5.04.21.   ©뉴시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최측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은 박 전 상무가 '비밀장부' 등 이 사건 주요 증거물을 은닉 또는 인멸한 주범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박 전 상무의 신병을 확보한 뒤 그를 압박해 비밀장부 등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찾아낼 방침이다.

◇ '증거인멸'은 명분...비밀장부 소재 등 물증 확보가 목적

성완종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2일 박 전 상무를 긴급체포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증거인멸 때문이지만, 사실상 '비밀장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의 '입'이자 성 전 회장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 인사였고 그만큼 성 전 회장의 신뢰 또한 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비밀장부 등 존재 여부에 대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없다"고 말했다.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박 전 상무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는 박 전 상무가 향후 검찰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은데다, 잠적이나 도주 우려, 심리적 불안 상태 등을 고려해 긴급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 전반을 알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약 성 전 회장이 남긴 비밀장부 등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한다면 박 전 상무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박 전 상무를 이날 다시 불러 비밀장부 등 성 전 회장이 남긴 다른 자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누가 그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보관 중인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 주도로 해당 자료들이 파기되거나 은닉됐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이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나 측근들에게 남긴 메시지 등도 확인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첫 번째로 소환된 참고인을 피의자로 전환해 긴급체포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이라며 "수사팀이 첫 단추를 꿸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비밀장부' 과연 누구 손에 들려 있나?

검찰 안팎에선 성 전 회장이 남긴 비밀장부가 과연 누구 손에 들려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성 전 회장의 인맥 관리 방법, 주변 인사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이 금품 전달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어딘가에는 남겼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성 전 회장의 장남 승훈씨 등 유족들의 자택 등에서 비밀장부가 나왔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비밀장부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선 박 전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측근 그룹이 비밀장부 등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이를 은닉, 폐기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박 전 상무와 함께 마지막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모 비서실장 역시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 등을 잘 알고 있을 만한 인물로 꼽힌다. 박 전 상무 다음 타깃으로 이 실장이 이날 검찰 조사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수행비서 금모씨, 운전기사 여모씨 등 성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수행팀 인사들과 비자금 조성 및 관리·전달에 관여한 한모 전 부사장, 전모 전 재무담당 이사, 윤모 전 부사장 등 자금 관리 그룹 역시 확인 대상이다.

승훈씨 등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승훈씨는 "비밀장부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승훈씨를 집으로 따로 불러 마지막 대화를 나눴던 만큼 당시 상황과 대화 내용 등을 복원하는 것도 수사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1일 성 전 회장과 승훈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 성 전 회장이 남긴 여러 장의 메모를 확보했다. 이 메모는 친박계 핵심 인사 8명의 이름을 거론한 것처럼 리스트가 아니라 일반적인 메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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