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십수년간 친부에게 성폭행당해 투신자살을 시도하려던 20대 여성이 극적으로 구조되며 인면수심의 친부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에서 20대 여성이 투신자살을 시도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당시 구조된 유민(24·가명)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던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유민씨가 아버지(54)의 검은 손길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민씨와 두 살 터울인 언니 지민(가명)씨는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에 시달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지난해 5월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과 충격을 더했다.

과연 이들 자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찰이 전한 이들 자매의 사연은 매우 충격적이다.

유민씨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거나 집을 비울 때면 병원 놀이를 가장해 언니와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언니가 네 살 때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성추행은 무려 14년간 지속됐다. 유민씨도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언니 지민씨는 아버지의 이 같은 행동을 친할머니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손녀에게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폭언을 일삼았다.

지민씨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몹쓸 행동에서 벗어나려 완강히 저항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 마다 "고아원에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홀로 남겨진다는 사실이 두려웠던 지민씨는 주변에 아무런 도움도 청하지 못한 채 이러한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야 했다.

2006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와 따로 떨어져 살게된 자매는 지옥 같은 생활도 이제 끝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검은 손길은 계속 뻗쳐왔다. 아버지는 지민씨에게 찾아와 "자꾸 반항하면 동생도 가만두지 않겠다"며 지속적인 성폭행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민씨는 성년이 되던 해인 2010년 아버지의 범행을 눈감아주던 친할머니가 죽자 그제야 어머니에게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심증은 있었지만 선뜻 먼저 물어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미안함 마음에 딸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정신과 치료와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병행하면서 지민씨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애썼다.

하지만 4년여에 걸친 치료에도 지민씨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이후 유민씨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성폭행이 오래전에 발생했고, 언니마저 세상을 떠난 상태라 자포자기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유민씨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하면서 아버지의 파렴치한 범행은 그렇게 묻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마음을 다잡은 유민씨의 용기있는 선택이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 19일 아버지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유민씨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심리치료 전문병원의 진료와 정신보건센터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자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있던 어머니 또한 자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병원에 입원 조치하고 심리 치료 중이다.

경찰은 이들 모녀가 퇴원한 후에도 24시간 상담가능한 전담상담사를 지정하고, 성폭력 전문수사경찰관(1급 심리상담사 자격)도 배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관할인 노원경찰서는 지역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긴급 치료비를 지원하고,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관할 구청,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솔루션팀 회의를 통해 모녀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계속적인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 인식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피해 여성이 삶의 의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수사에 나섰다"며 "피해 여성과 어머니가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세상에 알려달라'는 부탁이 있어 관련 피해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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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성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