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포럼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태진 기자

최근 한국교회가 겪는 내홍의 이면을 보면 목사와 장로 사이의 갈등에 그 원인이 있을 때가 많다. 교회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를 살펴 보면 목사와 장로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 때문일 경우가 상당수다.

목회윤리연구소는 목사-장로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최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서문교회(담임 손달익 목사)에서 ‘목사와 장로, 어떤 관계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강사로 나선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는 목사-장로 간 갈등관계를 고찰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김 교수는 “실제로 ‘장로들만 없다면 목회할 만하다’고 말하는 목회자들이 존재하고, ‘목회자다운 목회자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라고 말하는 장로들이 존재한다”며 “장로를 목회협력자로 인식하는 경향보다 목회간섭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교회 규모에 상관 없이 한국교회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교수는 목사와 장로의 관계를 목사주도형과 장로주도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목사주도형 교회에서는 목사와 장로가 수직적 관계이며 장로는 목사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로 이해한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가 오랫동안 그 교회에서 목회를 해온 경우 이런 유형이 많이 나타난다. 한 마디로 ‘목사의 말은 곧 법’이며 목사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인해 교회 구성원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교회가 정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어 “전통적인 한국교회는 목사라는 타이틀에 상당한 권위를 주는 목사주도형 교회가 대세였다”며 “1960년대 이후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사람들은 정체성 혼란과 소속감 부재를 경험했고, 교인들은 엄한 영적 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진 목회자에게 더욱 영적·심리적 안정을 얻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장로그룹 역시 강력한 목회자의 리더십에 절대 순종하는 것이 직분을 잘 이행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교인들의 학력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아,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의 소유자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목사주도형 교회는 목사와 장로의 관계를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상정함으로 서로간에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쌓일 수 있고, 결국 심각한 충돌이나 위기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전임목사가 은퇴한 후에 장로들이 후임목사를 청빙할 때 이전 목사의 독재와 전횡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목사의 직무와 역할을 상당부분 제한·축소하는 등 장로그룹이 주도권을 잡고 교회행정 전반을 통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로주도형 교회는 장로그룹을 교회의 주인으로 삼고 목사를 월급사장이나 피고용자로 상정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유력한 장로 한 명(혹은 장로그룹)이 교회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장로들은 목사의 직무와 역할의 범위 등을 전반적으로 통제함으로 목사를 견제 혹은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수는 “전임 목사의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목회를 경험한 장로들은, 현 목사의 목회에 협력하기보다는 견제하게 된다”며 “교회 발전에 오랫동안 헌신해온 장로들은 교회 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교인들을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고, 새로 부임한 목사는 장로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많은 교회의 장로들이 이 유형을 채택하고 있다”며 “그것은 목사가 당회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목회방식을 유지하거나 재정유용, 성적탈선 등의 일탈행위를 함으로써 목회자의 권위 자체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장로들은 후임목사를 청빙할 때 전임목사에게 억눌린 감정을 보상받는 차원으로 목사의 직무와 역할을 제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장로주도형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목사가 양심을 가지고 활기차게 목회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장로들의 눈치를 보는 목회로 전락할 수 있다. 결국 목사는 목회사역에만 전념할 수 없게 되고, 현 목회지를 평생 목회지로 여기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목사가 장로를 포함한 교인들에게 행하는 영적 학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장로가 목사 혹은 교인들에게 행하는 영적 학대 또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 교수는 목사-장로간 갈등 영역을 인사와 재정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 “목사나 장로의 뜻이 인사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다”며 “인사 문제 역시 목사에 의해 주도될 수 있지만 장로들의 조언과 협력이라는 과정을 거친 인사, 즉 당회에서 심사숙고한 인사가 바람직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또 재정 문제와 관련해 “교회의 공식적인 예산편성 및 집행에 있어서 상식과 교회법적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을 제직회를 거치지 않고 목사 개인이나 당회의 결정으로 집행할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목사가 공금을 사용할 경우 사용처에 대한 분명한 기록과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목사와 장로 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서로의 직무를 명확하게 이해할 것(지속적 대화와 정기적 점검 및 세부적 역할은 문서로 정리할 것), △헌법에 나타난 장로의 직분을 바르게 해석할 것, △서로간에 신뢰와 존중을 쌓아가도록 노력할 것(공식적인 자리 뿐 아니라 사적인 만남을 통해 관계를 개선할 것), △목사와 장로의 지속적인 교육 필요(노회 혹은 총회 차원에서 각 지역의 신학대와 협력해 교육을 진행할 것), △여성장로들을 많이 세워 부드러운 당회 분위기를 조성할 것(단 교단적 차이 존재)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이날 포럼에는 조용석 교수(영남신대 역사신학)와 조주희 목사(성암교회)가 강사로 참석해 각각 ‘목사와 장로의 관계에 대한 칼빈의 견해 고찰’, ‘미국교회에서 목사와 장로의 관계 고찰’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조용석 교수는 칼빈이 제안한 목사와 장로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해 “개혁 장로교회의 전통은 장로들과의 상호존중 및 공존의 관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목사의 목회 지도력을 추구한다”며 “목사는 장로를 교회치리사역의 협력자로, 장로는 목사를 말씀의 선포자 및 교회의 목회자로서 상호존중하며 교회치리를 말씀선포의 목회적·실제적 적용으로 간주하고 공동으로 사역하는 것이야말로 개혁자 칼빈의 본래적인 신학적 의도”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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