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목사.

"지금 20대의 5%만이 상위 그룹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탄탄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00만을 넘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평균 급여 비율의 74%를 곱하면 88만원이 된다. 세전 소득이다. 그런데 이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 독식을 받아들이는 세대들이다. 탈출구는 없다. 이 20대가 조승희처럼 권총을 들 것인가. 아니면 전 세대인 386이 그랬던 것처럼 바리케이트와 짱돌을 들 것인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상은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표지 안쪽 내용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과 극빈곤층이 증가하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력 세계 제11위, 2010년 경제 성장률 5.7%, 외환보유고 2,850억불(2010. 9월말 세계 4위),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400억불의 부자나라라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그 돈들은 다 어디에 있기에 이같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와 같은 통계가 빈민들에게 무슨 의미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저들은 이와 같은 통계와 뉴스를 접할 때 강 건너 불구경 같고 오히려 분노하고 반사적 소외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들 등 대부분 청년들은 PC방을 전전하며 사회와의 소통도 거부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살벌한 댓글들을 보면 저들의 반감과 증오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취업해 가정을 꾸리고 부모를 모시는 게 당연하지만 오히려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노인 빈곤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이와 같은 현실에 절망하고 양극화의 대상들에게 반발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질서를 부정하고 방화 살인 등 범죄의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우리시대에 이와 같은 양극화 빈곤층 문제는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이와 같은 양극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소수의 가진 자들, 대기업과 부유층들이 나서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

2009년 국내 30대 대기업 상장사의 유보율을 살펴보면 전년도보다 평균 294% 상승한 2,887%를 기록했다. 이는 자본금보다 29배가량 많은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천문학인 잉여금을 금고에 쌓아놓고 재투자하거나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오히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 빈민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여 높은 이자를 착취해 간다면 이는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여기서 대기업들의 국민들에 대한 무한책임을 짚어 보아야 한다. 5공 시절 부산의 K모 상사 양모 회장은 청와대에서 소집한 국내 재벌그룹 회장들의 모임에 김해공항 비행기 결항으로 지각하여 당시 최고 권력자인 前 대통령의 미움을 받아 생명 바쳐 키워온 회사를 해체당하고 고통을 받은 일을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권력의 눈밖에 나면 그 어느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수가 없었으니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 시기 강남 대치동 E아파트를 지은 H그룹의 J모씨는 원래 세무공무원으로 당시 이런 점(풍토)을 파악하고 타 기업들보다 뇌물(정치자금)에 항상 '0'을 더하여 타 기업이 1억을 바치면 10억, 10억을 바치면 100억을 바쳤으니 당시 정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뇌물과 로비의 귀재가 되어 은행 돈을 자기 통장처럼 무차별 가져다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를 차리고 당진에 H철강을 설립하였는데 당시 이런 풍토가 나라를 IMF사태를 초래하는 일조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절 기업으로부터 차떼기로 돈을 받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 된 것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같은 고약한 사슬에서 자유로워졌고 이익이 급증하여 수천억 수조원의 잉여금을 금고에 채워 넣게 된 것이다. 이는 정치자금을 착취하고 횡포를 부리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이뤄낸 국민들이 그와 같은 사슬을 풀어준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기초가 있었기에 기업이라는 집을 세울 수가 있었고 종업원과 국민이라는 동업자들이 있었기에 세계라는 바다에서 마음껏 항해하여 부를 축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정치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서민들에 대한 또다른 이유를 아래 몇 가지로 짚어 보겠다.

1)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등을 세계에 수출하여 이익을 남겼다면 반대급부로 교역 대상국과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한 농·축·수산물 등을 무차별 수입하면서 농어민들의 적자와 희생을 지불하고 이익을 챙긴 것이다.

2) 대기업들은 그동안 계약직 노동자들의 월 100만원대 저임금, 열악한 중소 하청업체들의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희생한 대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3) 지금은 잉여금이 넘쳐나지만 과거 재무구조가 취약할 때, 서민들이 저축한 금융기관과 은행들의 돈을 권력과 결탁하여 무차별로 가져다 쓰고 특혜로 누리지 않았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몇년 전 미국의 억만장자 워렌 버핏 회장과 빌 게이츠 등 억만장자 40명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기부 약속(Giving Pledge)'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결심은 정말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워렌 버핏은 2008년 10월 기준 그의 재산이 580억불로 세계 1위였다. 그는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를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 멜린다 재단에 기부했다.

버핏은 "만약 내가 오로지 돈만을 생각하게 되면 돈이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주인행세를 하게 된다"며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은 이 시대가 만들어 준 것이며 만일 과거에 살았다면 사자의 간식거리 정도 밖에 아닌 별 볼일 없는 존재"라고 했다. 빌 게이츠도 "미국이 있었기에 큰 재산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법과 제도, 시장 경제, 등 기회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과 대기업들도 이같은 자세와 사고방식을 본받아야 하며, 차원 높은 성공자들이 많이 나오는 기부문화가 확산 될 때 양극화의 상처를 치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행복의 척도는 소유와 지위와 권세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행복과 성공의 자료는 될 수 있어도 성공과 행복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기회가 지나가기 전에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때 누리게 되며, 그것은 영원히 소유하는 자신의 보화임을 기억해야 한다.

폭죽처럼 화려하지만 잠시 후 재가 되어 소멸하는 그런 찰나적인 성공(쾌감)이 아니라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행복, 기억하는 사람마다 보람과 기쁨이 증폭되는 그런 차원 높은 행복을 소유해야 진정한 성공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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