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나머지 선원 14명에 대해서는 각각 무기 징역과 징역 15·20·30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1심 공판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 만에, 공판준비기일 3회와 집중 심리로 진행된 29번의 공판기일을 거쳐 이날 검찰 구형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 검찰, 선장 이씨에 '사형' 구형

검찰은 먼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오후 법정동 제201호 법정에서 선장 이씨를 포함한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수사검사는 "이씨가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해 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 수사과정과 법정에서 허위 진술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한 번도 진심어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이씨는 살인과 살인미수,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 선원법 위반, 유기치사·상 등의 혐의도 적용했다.

■ 사형 구형 배경은…

검찰은 사형 구형을 통해 세월호 운항 총 책임자인 이 선장에게 세월호의 침몰 원인 제공과 아무런 구조조치를 하지 않아 수많은 승객들을 사망케 한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애초 이 선장과 함께 1등 항해사 강모(42)씨, 2등 항해사 김모(47)씨, 기관장 박모(53)씨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등을 적용했다.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퇴선준비 등 가능한 구조조치 의무를 하지 않아 많은 승객들이 사망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한 반면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에게도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무고한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책임을 물었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점, 선장을 보좌하는 지위와 역할을 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세월호 운항과 침몰 사고의 총 책임이 사실상 선장에게 있다고 판단, 이씨에게만 사형을 구형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사검사는 최후 진술에서 "(선장은)선원법에 의해 승객들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 지시를 한 뒤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선원들과 함께 퇴선, 피해 발생의 가장 직접적이고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하면서 재판부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퇴선 명령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들의 진술을 재판부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씨의 살인죄 적용 또는 사형 선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승무원들, 무기 포함 각각 징역 15·20·30년 형

수사검사는 또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무고한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며 1등 항해사 강모(42)씨와 기관장 박모(53)씨, 2등 항해사 김모(46)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점, 선장을 보좌하는 지위와 역할을 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에 대해서는 징역 30년을, 1등 항해사(견습) 신모(33)씨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조타수 박모(59)씨와 오모(57)씨, 1등 기관사 손모(57)씨, 3등 기관사 이모(25)씨, 조기장 전모(61)씨, 조기수 이모(56)씨와 박모(59)씨, 김모(61)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 검찰 "4월 16일은 안전 국치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해 온 광주지검 박재억 강력부장은 이날 논고에 앞서 "전대미문의 참사가 일어났던 지난 4월16일은 안전국치일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이 화두로 떠오른 날"이라고 밝혔다.

구형에 앞서 의견 진술에 나선 박 부장검사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0명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뜻과 함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에 승선하고 있던 승객들이 선박과 함께 서서히 가라앉는 장면이 방송됐으며, 이내 전 국민이 비통함에 잠겼다"고 덧붙였다.

또 "여타 일반적 사고와 다르게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며, 아울러 그 대책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익만 챙긴 기업, 관행만 뒤쫓던 안전점검자, 승객들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생명만 중시한 선원들이 만든 참사이다"며 "주어진 위치에서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 해야 우리 사회가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돌아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장검사는 "남은 사람들의 책임은 철저한 진실 규명으로 세월호 사고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엄정하게 처벌하지 않고서는 역사의 아픈 기억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 선장·승무원 "희생자 가족에 참회"

사형을 구형받은 이 선장은 "희생된 분들에게 머리숙여 참회한다. 특히 단원고 학생들과 그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27일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그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희생·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죽을 죄를 지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많은 생명들이 희생됐다"며 "나의 무능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다른 승무원들에게도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3등 기관사 이모(25·여)씨는 "희생·실종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 거짓없이 성실히 조사에 임했으며 재판을 받았다. 재판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염치가 없어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1등 기관사 손모(57)씨는 "모든 국민에게 고개숙여 참회한다"고, 기관장 박모(53)씨는 "이 나이가 될 때 까지 선박생활만 이어왔다. 엄청난 사고에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보같이 울기만 했다. 내 자신이 부끄럽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점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박씨는 "면회시간이 끝나고 돌아서면 교도소 한 켠에서 나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물을 봤을 때 자녀와 부모, 형제자매를 잃은 희생·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분들을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겠다"며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피고인들 중 일부는 "할 말이 없다"며 최후 진술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

  ©뉴시스

■ 희생자 가족 반발도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결심공판에서 이 선장에게만 사형이 구형된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검찰의 구형을 지켜본 일부 유족은 "검찰의 판단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한 가족은 "최소 선장을 비롯해 살인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3명에게도 사형이 구형될 줄 알았다"며 "무기징역은 말이 안된다. 검찰이 유족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족은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반성 조차 하지 않고 자기 살길만 찾는 사람들에게 검찰이 삶의 기회를 준것 아니겠느냐"며 "구형량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선장만 사형을 구형했기 때문에 나중에 재판부는 그보다 더 낮은 형량의 판결을 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의 마음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선장과 선원의 편을 들어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세월호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무기징역도 상당히 중한 결정이다"고 밝혀 가족들과 입장차를 보였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지원단 국중돈(55)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은 기관장까지 사형을 구형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봤을 때는 사실 무기징역도 상당이 중한 구형이다"며 "피해자의 감정 기준에 못미친 구형 인것 같아 일부 가족들이 아쉬워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많은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구형 대로 선고된다는 보장도 없다. 납득할 만한 선고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선고공판은 '11월 11일'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오후 1시 법정동 제201호 법정에서 선장 이씨를 비롯한 승무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 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임정엽 재판장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재판을 마쳤다.

재판이 마무리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희생자 가족들은 긴 한숨과 함께 무거운 발걸음을 법정 밖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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