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센터가 지난 5일 부대 내 상습 폭행 및 가혹행위 등으로 사망한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대 윤 모 일병의 사망직전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

[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의 가해 병사인 이모(25) 병장 등 구속된 피고인 5명이 지난 11일부터 3군 사령부로 이송 돼 보강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3군 사령부 검찰부는 지난 4개월간의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본격적인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3군 사령부는 소령 1명을 포함한 검찰관 5명과 수사관 등 모두 9명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또 이메일과 녹음전용 전화를 운영해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위기에 몰려있는 군 수뇌부가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보강 수사의 성패는 가해병사들의 살인의 고의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3군 사령부는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가해병사들이 윤 일병을 살인한 고의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해병사들의 살인죄 적용 여부와 사건 축소·은폐 의혹 등 각종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군 당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전모와 각종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할 경우 군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규명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육군 28사단 검찰부는 가해병사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윤 일병을 살리려고 노력한 점 등을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으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실제 윤 일병이 쓰러지자 한 가해 병사는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뇌사상태 빠진 윤 일병이 살아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사건 은폐를 공모하고,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죽기를 원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보강 수사에 착수한 3군 사령부 검찰부가 가해병사들의 '살인의 고의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이들에 대한 형량이 엇갈릴 전망이다.

살인죄를 적용하면 최고 사형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지만, 상해치사의 경우 5년에서 30년 이하의 형량이 내려진다.

또 윤 일병의 정확한 사망 원인 역시 풀어야 할 몫이다.

국방부는 윤 일병 사망원인이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라고 밝힌 바 있다. 가해병사들의 구타는 인정하면서 만두가 목에 걸려 기도가 막힌 게 주된 사망 원인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갈비뼈 골절과 비장 파열, 긴급 수혈 등으로 볼 때 가해병사들의 구타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구타에 의해 장기의 파열, 내부 출혈, 혈압 저하 등이 일어나 구토를 하고,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사망이 발생했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군 인권센터는 "의무병으로서 기본인 입안 음식물도 꺼내지 않은 것은 살리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기도폐쇄 환자라면 반드시 시행해야 할 '하임리히법'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임리히법은 기도가 막혔을 때 환자를 뒤에서 안고 복부를 조여 체내 압력으로 이물질을 내뱉게 하는 응급처치 방법이다.

군 검찰은 윤 일병의 사망 시점 역시 규명해야 된다.

군 검찰 공소장에는 윤 일병이 지난 4월6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이튿날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병원 내원 당시 윤 일병을 '맥박과 호흡이 없는(no pulseㆍno respiration)'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적으로 'DOA(도착 당시 이미 사망)' 진단을 받은 것이다.

공소장에는 윤 일병이 전문심폐소생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호흡을 회복한 뒤 7일 오후 사망한 것으로 적혀있었고, 군 검찰은 이를 근거로 가해병사들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윤 일병이 전문 심폐소생술 뒤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기 때문에 구타에 의한 쇼크사로 죽었다는 의견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어 군 수뇌부에 대한 수사·은폐 의혹을 비롯해 공소장에서 누락된 가해병사들의 강제추행과 또 다른 가혹행위, 성매매 등 각종 비위 혐의도 밝혀내는 것도 군 검찰의 몫이다.

군 검찰의 보강 수사가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끝날 경우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부풀리고,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최상급 군 검찰인 국방부 검찰단이 3군 사령부 검찰부에 가해병사들을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냈다. 3군 사령부는 공소장을 변경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사건으로 군 당국의 총제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군이 어떤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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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