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뉴욕에 왔다. 이곳에서의 처음 나들이가 맨해튼 브로드웨이 61번가에 있는 뉴욕 성서화미술관(Museum of Biblical Arts, MOBIA)의 전시회 관람이다. 이번 MOBIA 특별전시는 <에덴동산으로 돌아가기/Back to Eden>를 주제로 하는 "에덴동산을 배회하는 현대화가전"으로 6.27부터 9.28까지 계속된다. 지난6.28에 개최된 "모비아 친구의 날(MOBIA Friends Day)"에 멤버로 초청을 받았지만 학교 일로 오지 못하고 금번에 찾아왔다.

이번 전시의 의미는 과거 1000여 년 간 서구 미술가들이 표현한 에덴동산 이야기는 동식물의 창조,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생명나무, 금단의 열매, 유혹하는 뱀, 인간타락과 낙원추방 등 창세기의 기본 틀에 의거한 심볼에 국한하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까지의 도식적인 접근을 벗어나 인간과 자연세계와의 관계라는 관점으로 재조명 하였다.

이번 현대화특별전에서는 작가들이 궁금증으로 가득 찬 창세기의 에덴동산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된 현제의 지구를 창조 당시의 자연과의 조화되는 완벽한 낙원을 재창조하여 그 아름다운 에덴으로 회기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 차 있다. 그 중 관심을 끈 주요 작품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선악과를 먹은 사람들(The Fruit Eaters, Barnaby Furnas)ㅣ2013. Acrylic on linen, 88 x 96 inches   ©mobia.org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사과(선악과)를 깨물어 먹은 성경 이야기를 신선한 현대감각으로 재해석 하였다. 태초의 창세기 이야기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과나무에서 아담과 이브에게 떨어지고 있는 여러 개의 사과가 그림 가운데 서있는 인간을 유혹하고 있다. 아름다운 풀밭 동산에서는 강렬하고 악의적인 붉은 뱀이 입을 벌리고 지금도 우리 인간을 위협하며 꿈틀거리고 있다.

▲낙원추방 학습(Study for Expulsion Fred Tomaselli) 2000. Leaves, pills, acrylic, photocollage, and resin on wood panel   ©mobia.org

낙원 중앙에서 밝은 빛이 퍼져 나오는 속에 죄를 범한 인간은 부끄러워 얼굴을 가린 채 어둠 속으로 추방되고 있다. 빛 가운데 하나님이 지으신 새 과일 꽃 뱀 등 만유(萬有)가 보인다. 몸 속 실핏줄 까지 훤히 드러난 오늘 날 인간의 모습에서 폐부와 중심을 보시는 그 분의 눈에는 우리의 죄와 허물은 감출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수직적 에덴동산(Vertical Garden)ㅣNaomi Reisㅣ2007. Acrylic and ink mixed-media collage on mylar, 53 x 35 inches   ©mobia.org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그리는 에덴동산은 완벽한 자연 속의 낙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낙원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은 "완벽한 에덴동산"을 재창조하고자 한다. Naomi Reis의 에덴동산은 상상 속의 현대적 빌딩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치 기원전 500년 경 네부카드네자르왕이 여왕 아미티스를 위해 지었던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나 빅토리아시대의 식물원에서 영감을 얻은 이국적 환경의 동산이다.

▲가워너스(Gowanus)ㅣAlexis Rockmanㅣ2013. Oil on wood   ©mobia.org

신학자들은 창세기 이야기에서 인간의 지배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알랙시스 로크만의 "가워너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오물하수로 녹조가 덮이고 오염된 뉴욕시 브르클린의 자연환경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워너스"는 뉴욕지역의 가워너스 운하에서 따온 제목이다. 건축학자 케이트 오르프(Kate Orff)가 뉴욕의 강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굴과 홍합 등 항구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의 생물학적 힘을 이용하여 뉴욕의 가워너스 운하지역의 물을 정화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바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한밤중에도 하수구에서 쏟아지는 오물들로 강물은 오염되고 녹조에 뒤덮였다. 길고양이도 먹이를 찾아왔지만 악취 때문에 망설인다. 메연에 찌든 도시의 밤은 가로등 불빛마저 희뿌였고 어둡다.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이 하나님이 창조한 다른 창조물을 마구다룬 죄의 결과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인간의 오만이자 창조섭리에 반하는 행위임을 말하고 있다.

금번 특별전시를 개최한 뉴욕의 성서화미술관(the Museum of Biblical Art / MOBIA)은 2005년에 설립된 기독교미술관이다. 미국에는 이 미술관 이외에도 1967년에 창설하여 1999년에 미국 최초의 성서화 미술관으로 개명한 달라스에 있는 성서화박물관(the Museum of Biblical Art / MBA)이 있는데, 이 두 미술관에서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 유대인과 기독교도의 성서와 성서화를 전시, 교육 및 연구하는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이들 성서화미술관의 최대 후원자는 미국성서공회(American Bible Society )이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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