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마쉬 교수의 '기이한 영광: 디트리히 본회퍼의 삶(Strange Glory: A Life of Dietrich Bonhoeffer)'.

나치 독일에 저항하다 숨져 '행동하는 신앙인'의 표본이 된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가 동성애 성향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책이 미국에서 발간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허핑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현지 기독교 뉴스 에이전시인 릴리전뉴스서비스(RNS)를 인용해 논란의 책 '기이한 영광: 디트리히 본회퍼의 삶(Strange Glory: A Life of Dietrich Bonhoeffer)'에 대해 보도했다.

저자인 버지니아대학교 종교학과 찰스 마쉬(Charles Marsh) 교수는 이 책에서 본회퍼가 '동성애자'였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제자이자 친구였고, 후에 본회퍼의 전기를 쓰기도 한 에버하르트 베트게(Eberhard Bethge)에게 동성애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쉬 교수는 본회퍼가 베트게와 은행 계좌를 공유했으며, 서로 선물을 주고 받았고, 함께 여행하고 피아노와 독서 등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등 친밀한 관계였음을 근거로 들면서, "본회퍼와 베트게의 관계는 낭만적인 사랑의 성취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한 본회퍼가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와 약혼한 것은 베트게가 본회퍼 자신의 조카와 약혼한 데 따른 것이며, 이러한 약혼이 서로에게 '소울 메이트'로 남아 있기 위한 노력이었다고도 주장했다. 마쉬 교수는 본회퍼가 유언으로 약혼녀에게는 자신의 물건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가지도록 한 반면 베트게에게 자동차, 옷, 책, 음반, 돈을 비롯한 대부분의 소유물을 남겼다는 점 역시 언급했다.

릴리전뉴스서비스는 마쉬 교수의 이러한 주장이 "진보와 보수 기독교계를 아울러 폭넓은 영향력을 가진 신학자 본회퍼의 삶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 책에 대한 교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예일대학교 교회음악 연구소의 크리스천 위맨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J)에 낸 서평을 통해서 "마쉬 교수의 주장을 두고 미국 복음주의 교인들 간에 극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휘튼대학교에서 기독교 사상을 가르치는 티모시 라슨 교수도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에 서평을 기고하고 "마쉬 박사는 본회퍼가 베트게에 대한 우정 이상의 감정으로 인해 고민했다는 데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다"면서도, "그러나 (본회퍼의) 이러한 감정들은 응답받지 못했을 것이며 본회퍼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마쉬 박사는 비록 '게이(gay)'나 '동성애(homosexuality)'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 전체를 통틀어 베트게가 본회퍼와 친구로 남아 있기를 원했던 반면, 본회퍼는 베트케에게 구애하는 쪽이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많은 교계 전문가들은 마쉬 교수의 이 같은 묘사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릴리전뉴스서비스는 전했다. 라슨 교수는 "나는 마쉬 박사가 모든 장면마다 카메라 앵글을 그런 식으로 비추는 데에 지쳤다"고 평가했다.

개혁주의 복음주의자 네트워크인 가스펠코얼리션(Gospel Coalition)에 기고한 기독교 출판인 데빈 매덕스는 이 책의 신학적인 방향과 역사적인 설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마쉬 교수가 본회퍼와 베트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독자들 간의 논쟁을 낳을 수 있다"고 썼다.

한편, 책의 발간과 함께 최근 미국 연합감리교(UMC) 목회자로서 동성결혼 축복을 금지한 교단법을 어기고 아들의 동성결혼식을 집례했던 프랭크 섀퍼 목사는 본회퍼가 동성애자였음을 강력히 주장하는 글을 온라인상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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