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한 기독교인 소녀. ⓒWorld Watch Monitor.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이 3백여 명의 기독교인 여학생들을 납치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 준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사실상 수많은 기독교인 여성들이 세계 곳곳에서 납치되어 무슬림과 강제로 결혼하거나, 신부로 팔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 국제 인권단체가 고발했다.

파키스탄에 소재한 연대와평화를위한운동(MSP)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매년 적게는 1백 명에서 많게는 7백 명에 이르는 12세에서 25세의 젊은 기독교인 여성들이 납치를 당해서 이슬람으로의 개종과 납치범이나 제3자와 결혼을 강요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겪고 있는 강제 결혼과 개종 사건들(Forced Marriages & Forced Conversions in the Christian Community of Pakistan)'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제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독교인 부모들이 딸을 납치 당한 뒤에 경찰에 신고를 하고 소송을 제기하지만, 납치범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여성이 스스로 결혼과 개종을 택했다고 주장하며 맞고소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일이 흔하고, 경찰과 법원은 무슬림인 납치범측의 편을 든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1억8천5백만 인구 가운데서 95%는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 3%는 힌두교와 다른 소수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MSP는 기독교인을 포함해서 많은 소수종교인들이 이와 같은 납치와 강제개종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독교인 여성들은 납치 당한 뒤에 성추행, 강간, 강제매춘, 인신매매, 가정폭력 등과 같은 범죄에 노출되지만, 경찰이나 법원에서 진술 시에 납치범들과 다른 무슬림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이들이 시키는 대로 증언할 때가 많다고도 밝혔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역시 2014년 보고서에서 파키스탄 기독교인 여성들의 납치와 강제개종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대표적 사례로 14세의 소녀가 자신을 납치한 무슬림 남성과 강제로 결혼해야 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위원회 보고서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이외에도 "사회경제적으로 차별 대우를 당하고 있으며, 전체의 80%가 노동 착취와 신체적 학대, 극심한 빈곤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이 이러한 범죄의 희생양이 될 때가 더 많으며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도 고발했다.

파키스탄의 가톨릭 단체인 정의와평화를위한국가위원회(NCFJP)는 지난 2000년과 2012년 사이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강제개종의 사례만 해도 624건에 달하며, 많은 강제개종이 감춰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기독교인연합운동(PUCM) 대표인 앨버트 데이빗은 "파키스탄 정부는 강제개종을 멈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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