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형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총무·평통기연 운영위원)

[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이명박 정부 내내 결국 빈손 밖에 없었다는 비판을 알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같은 보수정부이지만 남북 및 평화통일정책이 처음부터 전임 정부와는 다를 것임을 예고했다. 그래서 이름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고 불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전 정부들의 남북 및 통일정책에 대한 나름의 평가와 반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진 10년 민주당 정부는 남북협력을 강화했지만 북한에 끌려 다니며 원칙을 훼손했고,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협력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쉽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원칙은 지켰지만 유연성이 떨어져 아무런 열매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유연할 때는 더 유연하고, 단호할 때는 더욱 단호하여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 나가는 균형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3년 첫해부터 기대했던 한반도 신뢰가 그리 높아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2014년 새해 벽두부터 '통일대박론'을 펼치더니, 3월에는 통일된 독일의 상징도시 드레스덴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 간 내세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등은 그 내용 자체로만 보면 하나같이 좋은 말들이어서 뭐라 반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좋은 제안들이 실현가능한 것이냐 아니면 그저 좋은 말의 잔치에 불과한가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제안은 정책적으로 실현가능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정책은 현실성과 구체성이 부족한 선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왜 그런가?

첫째, 좋은 원칙과 말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것에 어떻게 호응하도록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는 이름과는 다르게 북한과의 '신뢰'가 그 어디에도 없다. 서로 오랫동안 싸워왔던 두 입장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신뢰는 서로 전제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하려는 데로 북한이 따라와야 한다는 독백과 같은 일방성만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좋은 정책을 갖고 있는데, 북이 호응하지 않아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정책'은 더 이상 추진되지 말아야 한다. 이 정도의 균형론은 역대 어느 정부,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말 종합선물세트'다. 문제는 어떻게 현실화할 것이냐이다.

둘째는 일방성이다. 드레스덴 선언도 그 자체로만 보면 적극적인 좋은 제안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선언들에 호응할 수 있으려면 전혀 새로운 제안을 추가할 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확대, 서해평화지대 구상 등 6.15 및 10.4 선언에서 이미 북한과 합의한 사항부터 진솔하게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앞선 두 선언에 대한 공식적 수용을 미루고 북한이 목말라하는 6자회담에 대해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잘라버린다. 5.24조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폐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즉, 북에서 관심 갖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무시하고, 우리가 관심 갖는 의제들에 대해서는 '이것을 받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독백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남북 간 신뢰와 협력, 화해를 부르짖는 가운데서도 국내적으로는 여전히 통진당 사건과 NLL 논란, 가짜 간첩 만들기 같은 종북몰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떤 제안을 하든 그게 유신시대의 7.4 남북공동성명처럼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벗기 힘들다. 그럴수록 남쪽 안에서 정상회담 경험을 갖고 있기에 더 필요한 야당이나 시민운동세력의 협력을 얻기 더 힘들어 진다.

결론적으로 '신뢰프로세스'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지금 박근혜 정부의 남북, 평화통일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과 진정성이 안팎에서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용을 더 채우려 하기보다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먼저 대외적으로, 일방적 한미동맹과 일본우경화만 부추길 한미일 안보협력 등 대북압박 공조에만 집중하지 말고 6자회담 틀을 재건하는데 한국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대북적으로는, 동시성의 원칙에 따라 우리가 관심 갖는 의제만 아니라 북한이 관심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함께 협의해야 한다. 셋째 국내적으로는, 더 이상 종북몰이와 공안정국 조성 등 분단시대의 한계를 국내정치를 위해 이용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하여 드레스덴 선언이 구체화될 것이며, 마침내 통일대박으로 열매 맺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글ㅣ구교형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총무·평통기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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