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납치 여학생 구출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여성이 '대통령은 우리의 딸을 구출해 달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의 지도자가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200여 명의 기독교인 여학생들을 납치한 것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알라께서 지시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AFP가 최근 입수해 5일(현지 시간) 공개한 비디오에서 자신을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라고 밝힌 한 남성은 나이지리아 현지 하우사족 언어로 "나는 당신들의 딸들을 납치했다. 알라의 이름으로 이 소녀들을 (노예) 시장에 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을 팔고 사는 시장이 있다. 알라는 내가 이 소녀들을 팔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나는 명령에 따라 소녀들을 팔 것이다"고 CNN은 전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달 무장한 괴한들이 트럭을 타고 보르노 주 치복 시의 한 기독교 여자중학교에 침입해 들어와, 기숙사에 있던 학생 276명을 납치해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초 일부 외신들이 모든 소녀들이 풀려났다고 보도한 것과는 달리, 현재까지 53명의 소녀들만이 도망쳐 나오는 데 성공했으며, 아직까지 223명은 납치범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납치 사건은 그동안 수많은 기독교인 소녀들을 납치해 온 보코하람의 소행일 것으로 추측되어 왔으며, 현지 교계는 이들이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소녀들을 남성 무슬림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 강제로 개종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해 왔다.

조너선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물론 이를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라고 규탄하며 "소녀들의 구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국제사회 지도자들 역시 역시 극렬한 비판을 가하면서, 소녀들을 돕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보코하람의 행동은 끔찍한 범죄 행위이며 여기에는 어떤 이견도 없다"며 "우리는 이 어린 소녀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리고 범법자들에게 법의 심판을 가할 수 있도록 나이지리아 정부를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전 세계의 책임이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교계와 세계의 기독교계 역시 소녀들의 무사귀환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미국 교회 간 협력 단체인 나이지리아미국기독교협회(CANA)는 납치된 소녀들의 부모들과 함께 기도 운동을 펼치면서 전 세계 교인들이 이 운동해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라올루 아칸데 사무총장은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납치해 왔고 이러한 일은 이곳에서는 새로운 일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러한 납치 대상은 주로 기독교인인 어린 소녀들"이라고 밝히면서, "이러한 일을 벌이는 목적은 이 소녀들을 무슬림 남성과 결혼시켜서 강제로 개종시키거나 인신매매를 해서 테러활동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다"고 전했다.

협회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그동안 많은 기독교인 납치에 침묵해 왔듯, 이번 사건에도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에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나이지리아에서는 교계가 주축이 되어 정부에 소녀들의 구출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보코하람은 2009년 결성된 이래로 '이슬람 국가 건설'이란 명목 아래 수천의 민간인을 살해해 왔으며, 기독교 단체와 국가 기관에 대한 공격을 자행해 왔다. 이들은 특히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인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 지역 기독교인들에게 박해를 가하고 있으나,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미국 오픈도어는 앞으로 이들이 중부와 기독교인이 많은 지역인 남부로까지 박해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80여 명의 사상자를 낳은 수도 아부자에서의 버스 정류장 폭탄 테러에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나이지리아 국내외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분위기 가운데, 나이지리아 현지 무슬림들은 보코하람의 범죄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행동이 이슬람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온건 무슬림 단체인 테러에반대하는무슬림들은 "여기 나이지리아의 무슬림들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보코하람의 테러리스트들을 규탄한다. 이들은 우리의 형제가 아니며 그들과 연관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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