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개교 100주년 학술 심포지엄이 29일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성공회대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공공성과 실천적 아카데미즘'이란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9일 오후 2시30분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성찰없는 대학과 대학 없는 성찰'이란 주제로 발제한 김진업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성공회대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은 것이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지만 최근에 학교가 당면한 '위기' 앞에 기쁨보다 참담함이 앞선다"고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정부는 올해 1월에 이른바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평가를 거쳐서 대학을 5등급으로 분류한 뒤 각 대학의 평가등급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며 "2013년 대학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18년부터는 대학정원을 채울(교육부의 공식용어로) '입학자원'이 부족해지고, 2023년에는 16만명의 미충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란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대학에 몸답고 있는 사람 중에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며 "이른바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정원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미 10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논의된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시장의 수요공급에 맡겨두자는 논리로 대학설립을 자유화했으니까 필연적으로 닥쳐올 미충원사태도 시장이 해결하도록 맡겨 두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논리로 움직였던 정부가 시장의 평가 대신 자신들의 평가를 앞세워 강제로 조정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느닷없다'고도 표현했다.

성공회대 김진업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그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조치가 시행될 경우 결국 돈이 많은 재단의 대학이나 거대한 규모의 대학만이 살아남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조치는 성공회대학교에게 시장논리를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작은 규모의 대한성공회교단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성공회대학교는 긴박한 생존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생존위기 앞에서 교단 자체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대한성공회의 교회이념도 중대한 시험에 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위기에 대응할 수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조치, 즉 각종 평가나 제재를 아예 무시하고 지금까지 교회와 학교가 해왔던 길을 고수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재단이사들과 대한성공회 신자들의 헌신적인 기부에 의존함으로써 공공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지켜내는 방법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이 방법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교육부나 재단에게 강요하는 돈의 규모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며 또 "환경이 크게 변화되었음에도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다거나 실제적인 대응능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대응이 계속될 때 예상되는 가장 확실한 결과는 단순한 정원감축이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불과 8년 뒤인 2022년에 성공회대학교가 퇴출되고 신학대학으로 회귀하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결과 5등급은 법적 강제퇴출을, 4등급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에 의한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인데, 앞으로 수년간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경우 성공회대가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등급은 4등급 또는 5등급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두번째로는 시장의 논리에 충실하게 따르는 방법, 즉 돈이 많은 기업이나 사람에게 성공회대학교의 재단운영을 넘기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돈 문제가 해결된다면 아마도 퇴출위기 따위는 더 이상 없게 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다른 대학들의 전례를 볼 때, 재단이사회가 돈 많은 기업에게 넘어가면 공공성은 물론 대학의 자율성도 함께 넘어간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을 통한 생존도 거의 마찬가지의 비슷한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개교 100주년 학술 심포지엄이 29일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김 교수가 제시한 세번째 방법은 공공성과 대학자율성의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는 방법이다. 그는 "대한성공회와 성공회대학교의 구성원은 물론 외부의 뜻 있는 시민들이 협동조합 또는 그와 비슷한 형태의 재단을 함께 구성하는 것이다"며 "만 명의 시민이 매월 만원을 기부하는 재단이 구성된다면 성공회대학교는 시장에 내맡겨진 오늘날의 대학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오히려 더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 방법은 기존의 재단법인이 성공회대학교에서 가지고 있던 책임과 권리를 함께 연대한 모든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를테면 이사회가 개방되어야 하고 성공회대학교 총장의 선출권한을 함께 연대한 모든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 방법은 교단의 사적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 온 대한성공회의 이념을, 더 잘 살려내는 방법임은 물론이고, 대한성공회의 실제 역사에도 잘 부합하는 방법임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완상 교수(전 교육부 총리, 전 통일부 총리)가 '교육의 공공성과 실천적 아카데미즘'을 주제로 기조강연, '하나님 나라와 공공성'(손규태/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등 발제가 진행됐으며 종합토론도 진행됐다.

종합 토론에는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방과), 김진업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손규태 교수(성공회대 신학과), 홍윤기 교수(동국대 철학과), 김명철 교수(성공회대 글로벌IT학과),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과), 양만호 신부(수원 나눔의집 원장)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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